지금도 그 사내 소주만 홀짝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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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사내 소주만 홀짝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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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몽돌밭이 아름다운 정자해변

 
   
  ^^^▲ 울산 정자해변
ⓒ 울산광역시^^^
 
 

지금도 그 갈매기 끼르륵 끼르륵 날고 있을까. 그래, 재작년 봄에 보았던 발목 잘린 그 갈매기. 낚시꾼들이 버려놓은, 아니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다가 낚시줄이 그만 끊어져버린, 그 낚시줄에 걸려 발목이 잘린 그 슬픈 장애조 갈매기. 지금도 그 갈매기 죽지 않고 정자의 싯푸른 하늘을 날으며 끼르륵 끼르륵 잘린 발목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을까.

지금도 그 멸치떼 파도에 쓸려 오고 있을까. 작년 여름에 귀여운 딸, 푸름이와 빛나를 데리고 여름 한철을 보낸 그 뜨겁고도 까만 몽돌밭에서 "에그 뜨거라" 라며 퍼더덕 퍼더덕거리던 그 멸치들. 그 멸치들을 바라보며 "아빠! 이게 멸치야?"라고 물으며 까만 눈동자 서글서글 굴리던 두 딸들. 그 두 딸들의 가슴 속에는 지금도 은빛 비늘을 퍼득이는 그 멸치들과 그 까만 몽돌밭이 떠오르고 있을까.

지금도 그 사내 그렇게 앉아 있을까. 바다만 바라보며 소주만 홀짝이던 그 사내. 그 사내 곁으로 쓰러져 누운 열 몇 병인가의 소줏병, 그 빈 소줏병 속으로 하얗게 포말 지던 그 파도. 그 사내 무슨 한 맺힌 사연이 있었을까. 그 사내 지금도 가슴 속으로 달겨드는 파도와 씨름하며 미역 한줄기 걷어 올려 안주 삼아, 낮새도록 밤새도록 소주만 들이키고 있을까.

정자…. 울산이 광역시가 되기 전에는 울주군에 속했던 정자해변. 지금은 울산 북구에 속한 정자해변은 올 여름에 반드시 가볼 만한 피서지 중의 피서지다. 특히 바다가 고향보다 더 그리운 사람이거나, 바다를 아내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계절에 관계없이 반드시 한번쯤은 가 보아야 하는 곳이 정자해변이다.

혹 이름이 정자라서 이 곳 정자해변이 이상한 곳, 즉 러브호텔이 즐비한 곳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무슨 바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또 사람들은 흔히 동해안이라고 하면 속초나 강릉, 동해, 삼척 등을 잇는 강원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자해변도 엄연한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울산의 주전에서 감포로 이어지는 경남북 동해안의 31번 국도변에 자리한 정자해변은 인근 감포에 이어 바닷물이 수정 같이 맑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기 저기 난장이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는 바윗틈에 앉아 바다 속을 들여다 보면 바다 밑에 있는 조그만 물고기의 움직임까지 거울처럼 환하게 보인다.

 

 
   
  ^^^▲ 지난 여름, 정자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두 딸, 푸름과 빛나
ⓒ 이종찬^^^
 
 

정자해변은 공식적으로는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정자의 그 싯푸른 바닷물을 한번 바라본 사람들은 정자 바다의 그 싯푸른 눈빛에 매혹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풍덩 뛰어들어 마음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그리고 새로운 바다의 싯푸른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못 배긴다. 하지만 물이 너무 차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물 속에 들어갔다가 금방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자해변이 스스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수영 금지 신호다.

정자해변의 주변에는 볼거리와 먹거리도 많다. 정자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경상도의 억센 말씨 속에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정이 배어나오는 아낙네들의 횟거리 흥정 또한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볼거리다. 또 마악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도 그 맛이 그만이지만 무엇보다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은 멸치회다. 멸치회는 이 고장이 아니면 쉬이 접할 수 없는 별미 중의 별미다.

그렇게 한나절을 보내고 정자마을에 어스럼이 다가오면 갑자기 마을이 시끌벅적해진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만선을 한 고깃배가 이글거리는 태양을 삼키며 귀양하는 것을 환영하는 마을 사람들의 감탄사다. 하지만 이 때가 되면 사람만 시끌벅적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 또한 시끌벅적한 소리로 요란하다. 하늘이 시끌벅적하다니? 그것은 다름 아닌 갈매기떼들이 내는 소리다. 만선을 한 고깃배가 귀양을 하면 사람보다 먼저 눈치 채는 것이 갈매기떼들이다. 온종일 끼룩거리며 정자해변을 맴돌던 갈매기떼가 이 잔치마당을 절대 놓칠 리가 없는 것이다.

정자해변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그 유명한 일출이다. 동해의 바닷물을 벌겋게 불태우며 쑤욱쑥 쑤욱쑥 솟아오르는 한 점의 동그란 불덩이는 마치 이 세상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호령하는 천하대장군의 그 뜨거운 눈빛과도 같다. 그와 동시에 붉게 붉게 밀려오는 불파도는 금새라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불태워 버리고 말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러한 일출은 정자해변을 찾은 모든 사람들의 운이 억수로(?) 좋아야만 볼 수 있다. 정자해변에서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은 일년 중 몇 일뿐이기 때문이다.

멸치젓갈로 유명한 인근 주전마을도, 정자해변에 간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이 곳의 멸치젓갈은 인근에 있는 기장 대변의 멸치젓갈과 더불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또 자가용이 있는 사람이라면 31번 국도를 따라 경상북도로 올라가 감포와 문무대왕 수중릉,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표지에 있는 그 유명한 감은사지 절터 등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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