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말처럼 내일 올 비가 오늘 다 온다면 다행일터이지만 내리는 기세로 봐서는 좀처럼 그칠것 같지 않았다.
작년 11월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철원에 모신후 가족들의 형편상 한식전후에 갈것을 미리 당겨 학기가 시작되기전 모이자고 제안한 큰형부의 의견대로 신정때 새배겸 찾아뵙고는 이번이 4번째 뵈러 가는 길인 셈이다.
포천을 지난 철원을 다 가서 있는 공원은 공기도 좋고 산세가 아주 그만이어서 그나마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기엔 아주 그만인 곳이라 아버지를 뵈러 갈때마다 위안을 하고 돌아오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루종일 내리는 비가 심상치 않으니 모두의 마음이 걱정이 앞서고 말씀은 없으시지만 엄마의 마음은 내내 불안하신듯 하였다.
그래도 일정을 잡은것이라 성묘할 음식을 장만하고 예정대로 아버지를 뵌후 그 근처 휴양림에 가서 지방에 흩어져 있는 형제들이 모처럼 하루 함께 하고 돌아오자는 당초의 계획을 그냥 밀고 나가기로 하였다.
서울을 떠나던 22일 아침은 비가 그칠 기미는 전혀 없었다. 포천을 향해 가면서 가는 길에 식사를 하고 가자하여 식사를 마치고 나니 빗방울이 조금 약해지는가 싶더니 포천을 지나 철원입구를 들어서 아버지가 계신곳으로 꺽어들어가는 길목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 1키로정도 갑자기 앞을 가리는 안개가 자욱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온도의 차이에 의해서인지 내리던 비는 진눈개비와 같은 눈으로 바뀌는게 아닌가.
순간의 일이었는데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바로 눈 앞에서 달라지는 경계를 볼수 있었을까.
아버지께서 마치 당신을 찾아오는 자손들 걱정에 내리던 비를 눈으로 바꾸어 주시기라도 한걸까.
하여튼 쏟아지는 비속에 서서 성묘를 할뻔 했던 우리는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정말 다행이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뵙고 내려오는 길이 비온후 산뜻해진 공원 길목을 걸어내려오는 발걸음까지 가벼워짐을 느꼈다.
살아있는 사람들 마음 좋으라고 이렇게 날씨까지 도와주는가 싶으니 정말 돌아가시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잠시 쓸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며 성묘를 마치고 내려올수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해놓은 철원의 복주산 휴양림을 들어가는 길에 '김시습'이 머물렀다는 매월대를 들러 잠시 역사속에 젖어보기도 하였다.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엔 얼음을 뚫고 봄을 알리는 소리가 함께 내려오는 것 같았다.
드라마 임꺽정을 촬영했다는 촬영장세트를 돌아볼 때는 소리없이 내리는 눈은 펑펑 쏟아지는가 싶더니 온 산을 뒤엎으며 아름다운 산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날 밤을 산속 깊은 휴양림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다음날 아침 환호성을 지르며 창문을 열었다.
밤새 내린 눈은 이제 온통 산을 뒤엎는것도 모자라 이곳저곳의 아름다움을 한폭의 동양화로 그려내고 있었다.
어제의 폭우와 폭설은 간곳 없이 산새들의 맑은 울음소리만 파란 가을하늘보다 더 파란 하늘가를 날아가고 있었다.
9살난 딸아이는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어렵던 설원에서 온몸으로 뒹굴며 즐거워 했고 어른들도 맑은 계곡을 끼고 잘 닦여진 산책로를 걷다보니 마치 아버지께서 별장처럼 지내다 가라고 하신양 주변이 아름다웠다.
산위에 뻗어있는 나뭇가지는 온통 하얀 눈으로 단장을 하고 발 아래 흙을 조금 들쳐내 보면 새파란 쑥이 속속 솟아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것을 실감하였다.
이곳저곳에서 움트는 생명의 기지개 소리에 8순이 넘으신 엄마께서도 마냥 즐거우신듯 다리 아프시다는 말씀도 않으시고 잘 걸으시니 살아가는 것에는 그야말로 마음이 제일 중요한것 같았다.
어쨌든 아버지 덕분에 자식들이 호강하는 셈이 되었으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여행이 되었다.
휴양림에서의 하루는 나에게도 서울에서 못 가졌던 나름의 시간이 되었으니 새로운 일상에의 도전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 된 셈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부모는 돌아가셔도 언제나 자식들의 걱정을 하고 계실거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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