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장애인편의시설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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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장애인편의시설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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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밤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인 이모(39·서울 광진구)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40년 가까이 살면서 한번도 타보지 못한 열차를, 그것도 ‘세계 최고의 고속혁명’이라는 고속철도를 타게 됐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그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시승시간보다 2시간 빠른 오전7시50분에 용산역사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흥분은 고속철도 시승식과 함께 실망과 분노로 뒤바뀌게 됐다. ‘21세기 고속혁명’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철도청이 자찬하던 고속철도는 휠체어사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히 드러난 것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가 ‘고속철도의 편의시설 설치 및 이용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40여명의 장애인들로 고객 평가단을 구성해 참가한 이날 시승 행사는 시작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간이좌석을 합해 좌석이 965석에 달하지만 휠체어 장애인에게 할당된 좌석은 두 석에 불과했다. 심지어 휠체어이용자가 이용할 이동식 수직리프트는 커녕 무궁화호 열차에도 설치돼 있는 경사로 조차 없었다. 장애인화장실 또한 가관이기는 마찬가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화장실 문을 닫을 수조차 없게 설치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인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가단은 이날 간담회를 갖고 총46점 만점에 낙제점수에 해당하는 27점의 평가점수를 매겼다.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전한 고속철도가 4월 시민들을 찾아간다’ 등 고속철도의 이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2단계 사업까지 총 20조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되는 ‘21세기 철도혁명’에 장애인들의 자리는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았다.

965:2의 장애인 전용좌석 배정은 한국사회의 장애인 복지척도를 단적으로 드러낸 결과인 셈이다.

이날 김세호 철도청장이 뒤늦게 장애인들을 찾아 “개통 전에 고칠 것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는 ‘고칠 것을 고치는’ 차원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복지는 ‘수혜’의 문제가 아니라 400만 장애인들의 (당연한)권리임을 정부가 언제쯤 깨닫게 될 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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