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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엔 우리집 지민이네, 1층엔 민정, 민지네, 그리고 지하1층엔 성민, 다희네가 살고 있다. 겨울엔 날이 추워 서로 밖으로 잘 나오지 않지만 작년 가을까지만해도 오후 5시쯤이면 집앞에 이 다섯명의 아이들이 모여 씽씽카도 타고 자전거도 밀어주며 함께 뛰놀았었다.
몇일 전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집앞 학교 운동장에서 뜀박질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민지 아버지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우리 이사가요'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냐니까 그냥 그리 되었다며 3일 후 이사를 가니 이틀 후 저녁에 간단히 차나 한잔 하자고 하신다.
예정되로 이사하기 하루 전날 민지네에 우리가족과 성민이 가족이 모였다. 맥주가 한두잔 돌아가자 민지 아버지는 급하게 이사가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
7년 전 이 집이 새로 지어졌을때부터 여기 들어와 살던 민지네는 그간 재계약 한번 없이 그냥 이제껏 살았단다. 주인아저씨가 마음이 좋아 시세보다 싼 값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딱 열흘 전 갑자기 월세로 돌린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가해왔다.
보증금에 월세를 30만원이나 달라고 하니 두 자녀를 거느린 민지네로선 엄두가 나지 않더란다. 할 수 없이 방을 빼기로 하고 기한을 달래니 3월 신학기로 인해 인근 대학생 수요가 있으니 2월이 가기 전에 최대한 빨리 빼달라고 했단다.
부랴부랴 근처 방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하고 전세 계약을 하고 이삿짐 센터를 알아보고 이사를 하루 앞둔 오늘까지 딱 열흘이 걸렸다. 지금 저녁도 먹지 못하고 이제껏 돌아다니다 왔다는 민지아버지는 완전히 뒤통수 맞았다며 분해했다.
지하의 성민이네는 당분간 월세를 감당하기로 했단다. 지하다보니 월세가 민지네 보다 싼 20만원이라 부담이 덜했던 것이다. 우리집이야 애초에 월세로 들어왔으니 현재로선 큰 걱정이야 없지만 아랫집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던 민지네가 이사간다니 그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지만 또래보다 생각이 깊고 조숙한 민정이와, 지민이와 동갑이지만 덩치가 커 언제나 지민이를 보호해주고 위해주던 민지가 떠난다니, 그것도 반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가야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지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설정되어 몇년 안에 철거될 수도 있다며 그때 한꺼번에 목돈을 내주기가 버거워 지금 월세로 돌린다는 주인집의 설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요즘 금리가 낮아 다들 전세보다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솔찍하리라.
그것도 7년동안 재계약 한번 없이 묵묵히 살게 해주다가 느닷없이 최대한 빨리 방을 빼라는 것 또한 세입자와의 그간의 정보다는 이사철을 통한 당장의 이익이 더 중했던 것이리라.
법이 있다지만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로서는 이래저래 피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규칙이 있다지만 무시당하기 일쑤다. 예를 들어 월세 같은 경우 들어올 때 벽지나 장판 일체는 집주인이 알아서 해주고 보일러 수리비 같은 경우도 집주인의 몫이지만 요즘은 월세가 대세라서 그런지 공동부담하자는니 심한 경우 나몰라라 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건축업자들이 집을 어찌 짓는가 몰라도 대부분 다가구 주택은 비가오면 물이 스며든다. 처음 지을때 제대로 지었으면 문제없었겠지만 아무튼 사후 보수처리는 집주인이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방수 페인트라도 발라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제때 해주지 않으니 벽지엔 곰팡이가 덕지덕지 피어나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간다.
모든 분들이 다 그러하겠냐만은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런데서도 실감한다. 예전 집주인들의 넉넉함 대신 요즘은 그저 집을 운용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계산이 더 큰 것 같다. 세입자로서 바라보건대 민지네처럼 갑자기 뒤통수 맞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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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너무 촉박하게 비워달라고 말한 것은 좀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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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설정되어 몇년 안에 철거될 수도 있다며 그때 한꺼번에 목돈을 내주기가 버거워 지금 월세로 돌린다는 주인집의 설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요즘 금리가 낮아 다들 전세보다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솔찍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