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는 건가 싶어 자세히 가서 봤더니 사과를 판다는 내용이 골자였고 나머지는 자신의 신원과 농민들의 어려운 실정을 나열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와서 자세히 뜯어보았습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편찮으신 아버지를 도와 사과를 팔고 있으며 오늘 밤까지 팔고 새벽이라도 고향 경북 영덕에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무슨 딱한 사정이 있는 것도 같고 또 한편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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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학교 졸업증명서 일부입니다. ⓒ 구현모^^^ | ||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왔다는 사람이 군데군데 기본적인 맞춤법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수상쩍어서 저는 이 전단지가 단순한 마케팅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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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르켜 -> 가르쳐 ⓒ 구현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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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앉다'와 '늦게'의 잘못된 표기법 ⓒ 구현모^^^ | ||
'모르는 길을 가르쳐 주다'를 '가르켜 주다'라고 쓴 부분과 '주저 앉을 수 없다'에서 '앉다'의 받침을 'ㄴㅊ'으로 한 부분이 그것입니다. 또한 '오늘밤 늦게라도'를 '오늘밤 늧게라도'라고 한 것도 저의 의심을 증폭시키는 부분입니다.
손쉬운 워드로 치지 않고 자필로 작성한 것과 98년 졸업자라고 나와 있는 사람이 작년 아버지 병환과 사과 농사의 어려움으로 직장을 구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부분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제 자신이 이상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믿고 살기엔 지금 사회가 그리 맑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돈을 내는 순간 과연 이 돈이 온전히 그들에게 전달될 것인가부터 의심스러운 현실입니다.
전철칸을 오가며 노래를 틀고 바구니를 내미는 장님 아저씨가 할 일을 끝낸 후 검은 썬글라스를 벗고 옷을 갈아입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그 한사람 때문에 어느 누구도 거리의 방랑자들에게 주머니 쌈짓돈을 털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사과마케팅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한번 팔고 나면 그만일 것이요, 이왕이면 많이 팔기 위해 거짓으로 사람들의 동정심에 기댄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일회성 장사로 인해 여기저기 전국을 떠돌며 당장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치더라도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쉽게 믿어줄지 의문입니다. 또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정말 어려워서 이런 방법을 쓰는 분들까지 그 피해를 감당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동대문 시장에서 사투리를 쓰더라도 바가지 쓰지 않고, 집앞에 잠깐 지나가는 트럭 채소를 사더라도 믿고 살 수 있는 그런 상도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제가 그 사과 전단지를 보고 아내가 좋아하는 사과 한상자를 선뜻 주문하는 사회라면 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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