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으로 확산된 조류 독감 사태로 닭, 오리 고기를 기피해온 소비자들이 국내 쇠고기 시장의 44%를 점유하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문제가 터지자 경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축산물 파동에도 불구하고 농림부는 잰걸음만 걷고 있다.
이번 축산물 파동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아울러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닭 뉴캐슬병과 돼지 콜레라까지 만연하고 있어 축산 농가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다. 이제 먹을 것은 ‘생선’과 ‘야채’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하지만 생선과 야채도 안전한가?
우리는 올해 초 굴로 인한 식중독 사태와 중국산 고춧가루 파동을 겪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먹거리 중에서 안전한 것은 없다는 말이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축산 농가와 농민들을 더욱 상심시키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먹거리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단 농업의 특성은 비예측성에 있다. 농업은 자연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이다. 자연 요소 중 특히 기상(氣象)은 농업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커다란 요소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현대 과학 기술로도 정확한 기상 예측이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촌은 온실화와 엘니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해 농업인은 언제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여름까지 수확량이 좋았는데 가을의 폭우가 모든 것을 앗아 가버릴 수 있는 것이다. 태풍 ‘매미’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매미’뿐만 아니라 21세기 들어와서 계속되는 기상 이변으로 인해 우리는 ‘대풍(大豊)’이라는 말을 잊고 살아오고 있을 정도이다.
농업의 비예측성으로는 기상의 변동뿐만 아니라 농산물과 가축의 질병 등과 같은 문제도 들 수 있다. 올해는 조류 독감과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축산 농가로서는 최악의 해가 되고 있지만 2000년 구제역 파동에 뒤이어 가축 질병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피해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는 농업의 이런 문제들이 이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이라는데 있다. 미국의 광우병 파동은 당장 국내의 안정적인 소고기 공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현시점에서 대체할 호주산 소고기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광우병이 호주에서도 발생한다면?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다면?
이는 소고기를 먹기 힘들어 지는 문제를 건너뛰어 우리 축산업의 폐쇄를 의미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농림부는 이런 점을 생각해 보았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저 현 시점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 소고기가 안 되면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도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이제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임기응변적인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다 먼 미래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축산물 사태에서 농업에서의 세계화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산물의 대량적인 공급원을 확보했다고 해도 기상 등 농업의 비예측성으로 그 공급선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무척이나 큰 것이다.
예상 못한 기상 악화로 미국 등에서 밀의 작황이 나빠지고 대체국인 호주 등에서의 작황도 나빠지게 될 때 우리는 ‘돈을 주고고 사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밀가루 음식’은 아예 포기해야 함은 물론 대체 작물인 쌀 등을 수출국의 횡포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고가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농업은 ‘역세계화’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세계화가 농업 분야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그 세계화는 위험을 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위험이 발생시 수출국에 의해 농업의 세계화는 깨지기 쉬운 것이다. 즉 농축산물이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한 농업 시장의 개방은 경쟁력 없는 국가의 농업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다.
농업 기반이 무너지게 되면 그 이후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연 재해 등의 이유로 수출국들의 농업 생산물이 크게 감소하게 되면 우리는 먹거리를 비싸게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구할 수 없는 최악의 경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을 미리 알아챈 프랑스와 영국 같은 국가들은 세계화로 인한 개방 시장에서 농업만은 제외시키고 정부가 농업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역세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농업의 이런 역세계화에 대비하여야 한다.
‘자립’은 아니더라도 ‘전면 의존’까지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도하 개발 아젠다(DDA), 한 · 칠레 자유 무역 협정(FTA)을 볼 때 우리 정부는 농업을 기타 다른 산업과의 교환이 가능한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크게 봤을 때 농업 분야는 절대 협상 분야가 아닌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가 휴대 전화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살 수는 있겠지만 밥을 먹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정부는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관 부처인 농림부조차도 협상에서 소신 없이 정부만 따라가려고 하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이제는 이런 농업의 역세계화에 대비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방역 대책 강구 등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비축 농축산품에 관한 비축 규모 등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이상 없이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또 밀수(密輸) 농축산물을 철저히 단속하여 국내 농축산물의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축산물 생산에 있어 어느 정도의 ‘자립화’를 이루어 국제적인 농축산물의 수급 불균형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비상시 농산물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 분야의 세계화는 힘들 것이며 또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농업은 역세계화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농업의 이런 역세계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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