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인회, 10억 받고 이마트 ‘거수기’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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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상인회, 10억 받고 이마트 ‘거수기’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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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발전기금 명목 몰래 ‘이면합의’

▲ 대구 상인연합회와 대구 중서부 및 동부 슈퍼마켓 협동조합, 한국체인사업 협동조합 대구경북지부 회원 800여 명이 지난해 8월 대구 서구청 앞에서 이마트 대구 비산점의 창고형 할인점 전환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뉴스타운

▲ 대구상인회가 재래시장 경영혁신을 위한 상인 조직 활성화방안 교육 장면 /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며 내걸린 현수막 ‘대기업답게 놀아야지 영세상인 내몰고 콩나물 두부까지 팔아라’는 내용의 거리 현수막.         ⓒ 뉴스타운

재벌기업 자본력 앞세워 중소상인 초토화

이마트가 최근 대구 비산점을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회장 정연걸)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재벌 대기업이 자본력을 내세워 ‘중소상인 죽이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대다수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할 상인회가 돈을 받아 슬그머니 밤중에 성문 빗장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그 넒은 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대형마트는 야금 야금 재래시장, 구멍가게를 초토화시킨다.

지난 21일 대구 서구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문을 연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은 재개장과 관련, 같은 달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 등과 영업시간 제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면 합의를 봤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 측은 상인연합회 대구지회에 발전기금 10억 원을 내기로 했고 이 돈은 이달 초 약속대로 전달됐다. 상인연합회는 전달된 돈을 대구은행 대여금고 상인연합회 법인통장으로 예치해 두었다. 대형마트가 점포 신설, 업태 전환 등과 관련해 상인단체 등과 협상하면서 이면합의로 돈을 전달한다는 점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내역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최근 대구상인회 간부직을 사퇴한 한 상인은 “지난해말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통과됨에 따라 관련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그간 트레이더스에 대한 전통시장 상인의 반발도 심했는데 이런 시기에 이마트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인연합회 회원들은 “트레이더스 재개장을 막기 위해 지난해 비를 맞아가며 서구청 앞에서 시위를 했던 것이 이런 돈을 받기 위한 집단행동은 아니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상인회가 앞에서는 투쟁 뒤에서는 협상, 과연 이런 사람들이 설치는 대한민국에 재래시장의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우리가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형마트가 들어서서 매출을 올리면 올릴수록 그만큼 자영업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렇게 사라진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메워진다. 하지만 지역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돈을 쓸어 담아가는 대형마트가 정작 지역에 기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

상인과 마찰이 생기면 이를 누그러 뜨리기위해 상인연합회와 협상하거나 담합으로 슬쩍 돈을 찔러주는 것이 전부다. 보통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지역에 입점할 때마다 ‘인근 상인에게 돈 얼마를 풀었다더라’는 소문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상인간 마찰로 이런 문제가 외부로 알려진 경우는 드물다.

이런 돈이 오갈 때는 항상 대형마트나 백화점 측에서는 ‘비밀 엄수’를 강조한다. ‘발전기금’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이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 스스로도 이 돈이 ‘달래기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런 거액이 상인연합회에 건네지면, 상인 사이에서는 이 돈의 사용처를 놓고 갈등이 생기고, 연합회의 힘은 자연스럽게 약화될 게 뻔하다.

대형마트가 늘 승자고 자영업자들이 늘 패자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통과됨에 따라, 대구지역 각 구·군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강제 휴무일을 지정하는 내용의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강제 휴무일은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가장 큰 일요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대형마트 규제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대형마트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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