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사회 그리고 무사안일.. 좀처럼 꺼내기 힘든 말을 그것도 중앙부처 공직 생활을 30년간이나 한 사람이 하는 걸 보면서 우리 공직 사회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생물은 살아 움직여야만 활력이 생기고 순환이 잘 되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의 공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근대화 작업에서 흘린 땀의 덕분이라고 기자는 믿는다. 그리고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중심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무원 조직이다. 그런데 그 공무원 조직의 골격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화 사회일수록 공무원 조직은 나라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중심이 되어야 할 공직 사회가 무사안일의 꽉 막힌 사회가 되었다면 이것은 문제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당리 당략에 따라 공직 사회를 흔들고 있는 정치권이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을 정치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곳에서 '무사안일'은 가장 좋은 처세술일 수 있다. 게다가 일부 공직자는 정치권으로의 입신양명을 위한 정치권 눈치보기까지 하게 되니 꽉 막힌 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행정외적으로 각 시군마다 자체 홈페이지가 있음에도 갖가지 명목으로 인터넷신문이다 종이신문이다 하면서 홍보지를 만들고 거기에 갖가지 이벤트를 열고 인원을 동원하고 한다. 내실보다는 겉포장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행정은 각 분야에서 차분히 연구하고 차질없이 실천하여 국민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되고나서는 거의 매일같이 경쟁적으로 이벤트다 뭐다 하는 인기몰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실속 없는 과대 포장에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 단체가 나아갈 바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국민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지를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그래야 공직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사안일을 불식하고 내실있는 행정을 펼쳐갈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공무원처럼 편한 직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시각이다. 한가한 부서가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부서는 손님 접대에 보고서에 잠 잘 시간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기자가 만난 한 지방의 공무원은 하루 몇 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아서 입술이 다 부르터 있었다.
일이 많은 부서도 있고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공직자도 있다. 그러나 왜 우리 공직사회에서 이같은 말이 나오는 것인가? 지방자치제가 시작되고 공무원들은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다. 자연적으로 소신과는 거리가 멀게 되고 그 결과 무사안일 또는 꽉 막힌 사회라는 자기 반성의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노력의 대가보다 인맥이 우선되고 혈맥이 우선되다보니 신나게, 소신껏 일하기에는 '너무 많은 위험 부담이 있었지 않았느냐'는 것이고, '근무 환경이 공직사회를 움츠러들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각종 시민단체의 큰 목소리에 기가 눌리고 각종 이익 단체들의 패거리 행태에서 온전히 버틸려면 무사안일은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일 수도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소신보다는 무사안일이우선시되다보니 재빠르게 대처해야 할 현안들은 지체될 수밖에 없고 공직자들 끼리도 힘있는 부서 근무자들과 힘없는 부서 근무자들간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 너는 어느쪽, 나는 어느쪽 하는 편가르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래서 몇 십년을 오직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답답할 정도로 원칙과 정도를 지켜온 공무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시점에서 '국가관'을 들어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방식'이란 타박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공무원은 누가 뭐래도 한 사회의 근간이고 그런 점에서 확실한 국가관이 있어야 국민을 위한 무한대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은 무한 경쟁의 시대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공직자의 도덕성이다. 비판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기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건강하고 밝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선비정신이라는 게 있다. 공무원은 바로 이 선비정신을 가져야 많은 국민이 믿고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화 시대라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우대를 받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공직자들의 선비 정신이라고 본다.
공무원은 국민의 생활과 가장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국민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오늘도 여전히 공무원에게 생활의 일부를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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