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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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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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불친절과 재래시장의 사양화

나는 재래시장에 대한 추억이 유난히 많다. 좋은 추억도 있고 나쁜 추억도 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어머니 손을 잡고 반찬거리와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시내까지 30분이나 버스를 타고 나가곤 했다. 시장거리 골목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기에 행여 어머니를 잊어 먹을까봐 시장을 보는 내내 어머니 뒷 꽁무니만 ‘찰싹‘ 달라붙어 ’졸졸’ 따라 다녔다.

점심 때가 되어 배가 출출해지면 시장 나온 동네 아주머니와 놀러나온 또래 친구들과 함께 시장 먹거리 골목에 모여 앉아서 순대며 김밥이며 떡볶이 등을 먹었다. 그때는 그것들이 왜 그렇게 맛있던지.. 맛난 음식들을 입안에 가득 넣고 먹으면서 서로 마주 보고 눈웃음을 나누던 그때가 그립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던 그 시장의 추억은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인 것만 같다. 90년대의 힙합가수 현진영의 노래에 나오는 '흐린 기억속의..' 하는 표현처럼 최근에 나는 위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시장에서 겪었다.

몇 달 전에 시내 쇼핑몰에서 구입한 면바지가 너무 길어 수선을 하고자 했으나 미루어 오던 중, 얼마 전에 큰 맘 먹고 경주 중앙시장으로 수선을 하기 위해 나갔다. 시장입구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 수선집을 찾기 위해 몇 분 동안이나 먹거리 골목, 악세사리점, 의류판매상 등을 기웃거리다가 겨우 수선집 하나를 발견했다.

1평도 안되는 그 수선집 안에는 6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열심히 수선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금방 수선이 가능한지 물었다. 다시 시장을 나오는 일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수선집 아주머니는 작업량이 많지 않으므로 “오늘 내로 된다“고 했다.

가방 안에 넣어온 바지를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바지 길이가 길어서 매일 땅에 질질 끌고 다니던 바지를 다리에 맞게 깔끔하게 고친다는 생각에 내심 기뻤다. 바지를 건네 받은 아주머니는 “20분 후에 찾으러 오세요” 하고 말했다.

20여분 동안 시장 이곳저곳을 돌아 아니며 옷 구경을 하다가 다시 수선 집을 찾았다. “아주머니 다 되었나요?” 반갑게 묻는 내게 아주머니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무뚝뚝하게 수선한 바지를 내밀었다. 인사한 게 멋쩍을 지경이었다. “얼마예요?” 하고 묻자, 아주머니는 “3,000원” 하고 짧게 답했다.

수선한 바지를 가방에 넣고 지갑을 열어 5,000원을 아주머니에게 건네고 거스름돈 2,000원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 잠시 후 아주머니는 거스름돈을 건네면서 1,000원 짜리 지폐 한장을 땅에다 떨어뜨렸다. 돈을 꺼내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거겠거니 하면서 그냥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선집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땅바닥에 떨어진 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시 1,000원 지폐 한 장을 바닥에 ‘휙~’ 하고 내던졌다. 순간 너무 당혹스러웠다. 알 수없는 모멸감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는 생각과 함께 얼굴이 다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그런 내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다른 옷 수선을 계속했다.

재래시장의 푸근하고 행복하던 그 풍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아주머니의 행동은 최소한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재래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다고들 한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 쇼핑할인매장에 밀려서 재래시장이 설 자리를 잃게 된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재래시장의 어려움이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그 말이 아니더라도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의 고객을 위한 배려나 봉사 정신은 손님으로 하여금 적어도 쇼핑을 하는 동안만은 자신이 왕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그들의 고객 서비스는 각별하다. 거기에 비한다면 재해시장의 경우는 어떤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고객 서비스 정신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예의 저 수선집 아주머니와 같다면 누가 그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싶겠는가? 재래시장이 옛날의 그 모습을 언제까지고 간직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고객이 없으면 시장도 없다는 그 정신을 간직하지 못하는 한 재래시장의 앞날은 많이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오늘날 사라져가고 있는 재래시장 사양화의 한 단면을 보는 듯만 싶어서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번 경험이 나 한 사람의 경우로 그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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