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가장 노릇 못 해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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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가장 노릇 못 해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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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남들보다 두 시간이나 빠른 오전 일곱시면 출근을 한다. 하지만 직업은 변변치 못한 비 정규직이기에 월 급여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2년 전에 사업에서 실패한 후로 입사를 한 직장인데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지금의 직장도 실은 감지덕지이긴 하다. 여하튼 그처럼 일찍 출근하면 우선 배달된 신문 십여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오늘 자 신문을 보노라니 "대입 수능 끝난 수험생들, 각 대학의 정시모집을 앞두고 논술과 면접시험 준비로 인해 교실은 텅텅 비고 학원만 호황"이라는 기사가 눈에 쏙 들어왔다. 그 기사를 보자 내 가슴은 금세 어두운 그늘이 꽉 들어차면서 다시금 울적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그건 바로 하나뿐인 금지옥엽 여식이 내년이면 그러한 행렬에 동참하여야 한다는 현실감이 동병상련으로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여식은 자신의 급우는 오는 겨울방학엔 서울 강남의 유명한 학원까지 가서 이른바 '쪽집게' 학원수강을 하겠다고 하면서 한숨을 내쉰 바 있다. 그러나 자식의 그러한 고민의 토로는 금세 나의 가슴을 후벼파는 예리한 비수가 되었다. 빈곤의 내 처지에서 딸을 서울의 학원에, 그것도 6주 수강료만 180만원이나 된다는 학원에 보낸다는 건 그야말로 '대단한 사치'이자 '화중지병'이었기에 저의 마음은 엄동설한의 벌거벗은 나목(裸木)인 양 그렇게 춥고 황량하기만 했던 것이다.

며칠 전 교육인적자원부의 어떤 간부가 전국에서 선발된 중, 고교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의 그 간부는 "공교육은 날로 붕괴되는 반면 사교육은 날로 번창일로인데 이에 관한 대책은 과연 뭐냐?"는 학생들의 집중성토에 그만 혼쭐이 났다고 했다. 그러자 그 간부는 "추후 공교육의 보다 튼실한 정립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는데 그 시기는 과연 언제가 될지 학부모인 나로서는 솔직히 의문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으며 아울러서 믿음이 잘 가질 않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장관과 간부들은 항상 "공교육만으로도 누구나 대학에 가게 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공약(公約)은 지나고 보면 결국엔 용두사미가 되는 공약(公約)으로 귀결되곤 했음을 여실히 보았다. 그래서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원의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이른바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다는 인식이 고착화되어 있음은 상식이다.^

왜 이래야 하는 것인가? 정말이지 통탄스럽기 그지 없다. 요즘의 학원(사교육)은 가히 중소기업의 매출을 상회하는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지 이미 오래이다. 반면 공교육은 날이 갈수록 부실화되고 있으니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살인적인 교육비가 너무도 싫다!"며 너도 나도 그렇게 외국으로의의 유학이민 등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과거 내가 어렸을 적엔 학교에서의 공교육만으로도 누구나 공부만 열심히 하면 이른바 '일류대학'에도 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선배님들 중에는 사교육은 전혀 받지 않았어도 (돈이 없었음으로) 그저 학교수업과 자신의 불철주야 독학만으로도 법대를 갔고 의대도 간 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순수(?)하고 고루한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세인들의 중론이자 정설이며 또한 '전설'이 되었다. 즉, 교육에도 이젠 부익부 빈익빈의 패러다임이 정립돼 있는 관계로 부모가 자녀에게 얼마를 교육비로서 투자하느냐에 따라 속칭 일류대로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류대로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왜 우리나라는 이처럼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의 공교육만으로는 대학에 가지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일까? 정말이지 통탄스럽다! 전임 이 해찬 교육부 장관은 자신의 재임 중에 "(수험생이) 한 가지만 잘 해도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말은 결국 '대국민 사기극' 이었음은 이제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일 것이다. 이 해찬씨는 또한 졸속적인 교원의 정년단축이라는 초강수를 밀어 부치는 바람에 숱한 교원들을 내몰았으며 그래서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는 현재 열우당인지 거시기 당인지에서 중책을 맡고 목청을 돋우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현장은 한 마디로 정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이요, 그 자녀들마저 공교육보다 훨씬 진보하고 발달한 사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함으로 해서(돈이 없으니 어찌 사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빈(貧)의 세습화가 계속되고 점철되는 것이다.

비록 가난할지언정 학교수업만으로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나라가 이제라도 정립되어야 한다. 올 초부터 부쩍 본인이 생업으로 하고 있는 일도 잘 안 되고 반면에 스트레스와 노이로제는 가중되어 고심하다가 견딜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엊그제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정신과 의원에 사서 진찰을 받았다. 중증이라고 했다.

그러한 내 노이로제의 중첩은 지금껏 살면서 누구보도 부지런했고 성실했으며 또한 남에게 해꼬지 한 적이 없거늘, 하지만 오늘날의 나 자신은 '노이무공'(勞而無功)의 엄연한 현실에 늘상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의 천착이 근저였다. 나도 다른 가장처럼 돈도 잘 벌고 자식에게도 항상 존경받는 이른바 '슈퍼맨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한 험산준령 뿐이기에 이처럼 주절주절 내 속내를 여과없이 피력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같아서는 정말이지 가장노릇도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빈자 가장은 정말로 세상 살기가 괴로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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