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옛우물의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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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옛우물의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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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씨의 소설 <옛우물>을 읽고

^^^▲ 소설 <옛우물>의 표지^^^
지금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내 유년시절 기억의 대부분은 춘천에 자리하고 있다.

'오정희' 씨는 널리 알려진 여류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그리고 그 분은 춘천 우리 아파트 옆 동에 살고 계셨다. 고등학교 시절 딱 한번인가 그 분을 스치듯 뵌 적이 있었고 엄마와 있었던 난 그녀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 분, 그리고 가족분들과 친분이 있으셨다.)

하루에 한번씩 아파트 근처 산에 다녀오시는 것을 계획처럼 세우고 계시는 우리 엄마는 게으름으로 절대 안 따라 나서는 나를 타박하시면서 산에서 자주 만나신다는 오정희 씨 얘기를 하곤 하셨다. 언제나 정말 수수한 차림으로 산에 오신다는 것이었다.

이상이 내가 '오정희'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개인적인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내가 그 분의 책을 읽어본 건 집에 있는 에세이집 "물안개 피는 날"(내가 개인적으로 에세이의 최고봉으로 뽑는 '장 그르니에'의 "섬"에 견줄만한 정말 유려한 문체로 쓰여졌다)과 대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본 소설 "새", "유년의 뜰" 그리고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번씩 오던 이동도서관에서 빌려본 그녀가 쓴 보석같은 동화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1,2 권.

그리고 이번에, 아주 오랫만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본 페미니즘 소설집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에서 두번째로 실려 있는 그녀의 단편 소설 "옛우물"을 읽게 되었다. (가볍게 써보려 하니 여담이 무척 길어졌다. 각설하고...)

단편소설치고는 비교적 긴 편이었는데 읽으면서 순간 순간 가슴이 싸아해졌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언젠가 '신경숙' 씨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매우 흡사한 감정을 느껴버렸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가슴이 저릿해 오는 슬픔? 뭐 그런 거.^

여자라는 존재. 남자와는 엄연하게 구별되는 여자라는 그 존재로서 이 땅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45세 여자가 연상하는 옛 사랑. 늘 가슴 속에 품어왔던 그의 죽음- 그녀로 대표되는 모든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감.

그녀는 안정된 가정(남편과 고등학생인 아들로 대변되는)을 가진 전업주부이다. 그녀 역시 20여년에 이르는'결혼'으로 인한 기쁨, 다소간의 행복, 일상적인 즐거움, 권태, 지루함 등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의 부고란에서 알게 된 그의 죽음으로 그녀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이것은 거울에 비친 "조각 조각 균열된" 그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미 사용되지 않는 번호가 되어버린 그의 옛 전화번호로 가끔씩 전화를 거는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의 세계는 이제 그녀로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옛우물 저 깊은 심연 속에 빠져버렸다. 속세에 존재하는 그녀는 손을 뻗쳐보지만 결코 닿을 수는 없으며 그저 우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렇게 이 세상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했다. 물론 난 이것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첫 약속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는 것- 그게 "결혼"이라는 꽤 신성한 약속의 첫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가끔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가슴이 싸아해지는 이유는 뭘까? 조금 이해를 하려는 것일까.

어쩌면 작가의 너무나 유려한 문체와 서정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범인의 어줍잖은 말솜씨로 하면 그저 그런 "불륜"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느낌을 독자가 한번 느껴보았으면 해서 소설의 일부분을 옮겨 본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소설의 전부를 읽어 보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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