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러시아 제재의 한계, 중국이 잘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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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러시아 제재의 한계, 중국이 잘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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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키려는 제재. 현실로 나타나지 않아...
- 100개국 이상이 대(對)러시아 금수를 실시하지 않고 있어.....
- 제재라는 무기에는 결함이 있음이 판명
- 러시아처럼 중국 제재 역시 큰 효과는 기대 난망
- 하드파워 등 다면적인 행동이 필수불가결
- 중국과 독재국가들,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결점’ 배우느라 여념이 없어

2022224일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당초 단기전 예상과는 달리 6개월이 지나면서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1,000km에 이르는 전선에서 죽음과 파괴가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터 밖에서는 또 하나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1.8조 달러(2,4282,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전례 없는 제재를 잇따라 구사하면서 1940년대 이후 가장 치열하고 광범위한 경제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제 제재의 효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를 점치는 하나의 관건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2020년대 후반 이후 세계를 향해 가질 수 있는 힘을 얼마나 과시할 수 있는지, 나아가 중국에 대해 얼마나 힘을 생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제재에 의한 반격은 현재 의도대로 상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827일 발행 기사에서 지적했다.

서방국가와 그 동맹국들은 지난 2월 이후 수천 개의 러시아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전례가 없는 제재를 연속적으로 가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 5,800억 달러의 약 50%를 동결하고, 러시아 주요 은행 대부분을 국제 결제시스템(SWIFT, 스위프트)에서 제외시켰다. 과거에는

스위프트 제외는 금융의 핵폭탄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고, 유럽도 20232월 금수조치를 전면 발효시키는 등 러시아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엔진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기업향() 자재 수출도 금지시켰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정부 고위 당국자에 대해서는 도항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취했다. 20223월 바이든 정부가 미 법무부 산하에 설치한 전문 부대 클렙토캡처(Klepto Capture, 절도범 체포)는 세계적인 명품 파베르제(Fabergé)의 보석 달걀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호화 요트를 압류했다.

파베르제의 보석 달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보석 회사 파베르제 하우스(House of Faberzhe)에서 만든 것으로, 69개가 만들어졌고, 그 가운데 57개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디고 한다.

이러한 제재는 서구의 여론을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목적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적어도 당초 러시아에 유동성과 수지(収支) 위기를 초래해 전비(戰費)를 고갈시키고, 러시아 정부에 방침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 목표다.

또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생산능력과 기술수준을 쇠퇴시켜 푸틴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침공하려 해도 군비나 물자 부족부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최종 목적은 전쟁을 하려는 다른 나라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키려는 제재. 현실로 나타나지 않아...

이런 야심에 찬 노림수 뒤에는 서방국들의 새로운 전략이 깔려 있다. 미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위를 자랑하던 1990년대 일강체제는 오래 전에 끝났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거치면서 서방 국가들은 군사력 행사에 소극적이 변했다.

21세기 경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경제적 기술적 네트워크를 지배함으로써 가진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제재는 서유럽에 있어서 하나의 답인 것 같았다. 제재로 지난 20년간 인권침해를 처벌하고 이란, 베네수엘라를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중국 통신기기 대기업 화웨이(Huwei) 같은 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제재 발동을 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대()러시아 제재는 세계 11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에너지와 곡물 등 국제상품 수출 강국인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어서, 제재의 본연의 자세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결과는 어떨까. 서구 시장에서 밀려난 러시아 경제는 35년 뒤면 궤멸 상태가 된다. 2025년까지 민간 항공기의 5분의 1은 부품 부족으로 이륙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통신 네트워크의 갱신은 늦어져 소비자에게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러시아 정부와 경제계 실력자들이 자동차 공장에서 맥도날드 매장까지 서구 자산을 몰수하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최악의 요소로 알려진 '연고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창궐하고 있다. 독재주의라는 눈앞의 현실과 자국이 머지않아 중국의 주유소가 될 미래 전망에 대한 환멸이 확산되면서 우수 시민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 100개국 이상이 대()러시아 금수를 실시하지 않고 있어.....

문제는 그런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2022년에 6%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3월 현재 대부분 예상한 15% 축소도 안 되고 베네수엘라 경제만큼도 축소되지 않았다. 2022년 러시아의 경상흑자는 에너지 수출에 힘입어 2650억 달러(357875억 원)에 이르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일시적으로 핍박했던 금융시스템은 진정됐고, 일부 수입품에 대해서는 중국 등 새로운 공급원을 확보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경기 후퇴(recession, 리세션)의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좁히는 가운데 유럽의 가스 가격은 한때 20% 더 올랐다.

제재라는 무기에는 결함이 있음이 판명됐다.

하나는 시간지연 혹은 시차(Time lag)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독점하는 기술의 금수 조치는 효과를 내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더구나 독재국가는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어 금수 타격이 나기 시작해도 이를 잘 흡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제재로 인해 부과하는 측이 입는 반동이다. 유럽과 미국에 비하면 러시아의 경제규모는 작지만, 푸틴이 지배하는 가스에의 의존으로부터 탈피하고 싶다는 소원은 통하지 않는다. 제재의 가장 큰 결점은 전면적이고 부분적인 금수를 실시하지 않은 나라가 100개국 이상에 달해 세계 GDP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산 원유의 대표적 유종인 우랄은 지금도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러시아 돈이 넘쳐나고 에미레이트 항공 등은 모스크바에 하루 7회 운항하고 있다. 세계화된 경제는 유사시나 호기에 바로 적응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정책 실행에 소극적인 나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금은 더욱 대응이 빠르다.

* 러시아처럼 중국 제재 역시 큰 효과는 기대 난망

따라서 서방은 제재라는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저렴한 수단을 러시아 이상으로 큰 독재국가인 중국에 행사하더라도 보복을 초래하지 않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사전에 막거나 사후 처벌하기 위해 서방은 중국의 3조 달러 규모의 외환 준비를 동결하고 중국 은행을 국제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경제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보복 차원에서 전기제품과 배터리, 의약품 수출을 금지하고, 미국 소매업체 월마트 매장의 선반을 비워 서유럽을 대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교역 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에서 대중 제재를 실시하는 것은 대러 제재 이상으로 어렵다.

* 하드파워 등 다면적인 행동이 필수불가결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배우는 교훈이 있다면, 오히려 호전적인 독재국가와 맞서려면 다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드파워(Hard power)는 빼놓을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적대국이 우위에 있는 자원과 같은 사활 분야에서의 의존을 낮춰야 한다.

제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서방은 무작정 제재를 늘려서도 안 된다. 서방의 제재가 확산되면서, 자국도 언젠가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대한 제재에는 동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민주주의 국가들이 현실에 적응하고 있는 것은 밝은 재료다. 중화기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유럽지역의 방어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새로운 조달처를 확보해 청정에너지로의 이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 중국 독재국가들,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결점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대기업 각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대만에 방위력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으로 문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비롯한 모든 독재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향방을 주시하며 제재로 인한 결점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군사적, 기술적, 경제적 요소가 뒤엉킨 21세기형 대립이라는 새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 시대는, 유럽과 미국이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달러나 반도체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누구도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맞설 수 없다.

한편, 달러, 유로, , 파운드 등 제재에 동참한 통화가 국제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가 수에 있어서나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높다. 금융제재 효과가 기대됐던 이유였지만, 에너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러시아는 국제금융시장 접근이 제한돼 자본 유입이 좁혀져도 마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대()러시아 제재는 전례 없는 규모로 이뤄지고 있지만, SWIFT에서 모든 러시아계 은행을 배제하지 않고, 가스 관련 은행의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완전한 의미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점 그리고 서방이 적용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아 러시아와 거래를 계속한 국가나 기업이 있더라도 2차적 제재가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 러시아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 항구를 출항하는 석유 탱커의 화물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과 변화가 없다는 보도도 있다. 러시아 경제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4%로 마이너스 폭이 작았다. 러시아가 노르드스트림 1호 파이프라인을 831일부터 92일까지 폐쇄하는 바람에 EU 가스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어 유럽 경제에 타격이 커지는 등 제재를 받는 어시아의 반격 역시 제재하는 쪽의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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