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백수들이여, 일독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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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의 독서이야기]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 <마당 깊은 집 >의 표지
ⓒ 문학과 지성사^^^
요즘 누구나 어렵다고 한다. 청년들의 실업, 중소기업들의 도산, 중산층의 몰락... 시절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한숨들이 뉴스마다 묻어난다. 더구나 자살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지 오래다. 이런 지금의 시절을 몇 십 년 뒤에 되돌아보게 되면 어떤 평가가 내려질까.

이런 어려운 시기에 <마당 깊은 책>을 들고 나왔다.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흔히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들이 삶이 고되다고 하소연할 때면, 당신들의 어려웠던 지난날을 되새기는 말씀을 들려주신다. 그 말씀들을 헛으로 듣지 않게 하는 미덕. 이 책을 읽게 하는 힘이지 싶다.

교훈적인 책에 무슨 재미?

이 책엔 전쟁 직후의, 그야말로 힘들었던 시절을 돌아보고 오늘을 긍정하며 용기를 갖고 다시 도전하는 삶, 그런 교훈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 집 식구들 중에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내가 마지막 타자가 되어 바톤을 이어받았다.

매체의 입심에 힘입어 지하철에서도, 심지어 미용실에서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까닭은? 이 책은 우선 재미있다. 조숙하긴 하지만 소년의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점이 특이하다.

마당 깊은 집의 마당에는 아름드리 감나무 같은 정겨운 분위기들이 자리잡고 있어 편안하고 정겹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는 이 재미있는(?) 책을 단번에 읽고 할머니께 건네 드렸다. 활자가 작은 것이 흠이지만 할머니 또한 지난날의 추억을 반추하시는 데 도움을 받으신 모양이다.

나는 이 책을 TV 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주인공 길남의 비쩍 마른 아역 탤런트의 모습과 어머니(고두심)의 명연기로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의 인물들로 상상하며 읽으니 더욱 실감이 났다.

이제 본론이다. 배경은 6.25 직후 대구. 주인공인 길남의 회상 형식을 빌어 마당 깊은 집에 길남네를 포함해 여섯 가구의 억척스러운 '살이'를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어제 일어난 우리 집의 사건을 작은 동생이 말해주듯 어린이의 시선과 그림을 그려내듯 자세하고 아기자기한 목소리를 일관성 있게 지켜나간다.

전후의 피폐한 상황에서 각 가정들의 살이에 대한 몸부림은 눈물겹다. 길남네와 상이군인네가 시장에서 주워와 국에 넣는, 흙으로 뒤덮인 배추 껍데기. 중학생 누나로부터 물려 입은 엉덩이에 바람이 술술 들어가는 내복. 길남이가 배가 고파 주인채의 부엌에 몰래 들어가 밥을 훔쳐 먹는 일이며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어려운 시절의 일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특히 주인공 길남의 어머니는 요즘의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길남의 5살 손 아래 동생 길수가 남의 집에서 밥을 얻어 먹고 오자 어머니의 심한 질책은 매정하기까지 하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

또한 길남이 신문팔이에서 신문 배달원이 되었을 때 기뻐하며 늦은 밤이지만 장에 가서 신발을 사주는 어머니는 평소의 엄하기만 한 호랑이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 그대로의 어머니임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추가해 어머니에 대해 인상에 남는 부분이 또 있다. 여장부인 어머니가 길남을 앉혀 놓고 하는 말 '남자는 일어나자마자 불알이 흔들리도록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표현, 정말 우리 어르신들의 의식화된 남성의 모습의 일면을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길수 아버지인 상이군인의 눈물겨운 가장 노릇도 인상적이다. 나 어릴 때도 팔에 쇠고리를 단 상이군인이 흔했다. 험악한 태도로 조악한 물품을 디밀며 강제적으로 구입하게 하는 그들의 살이다.

다방에서 길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물건을 내놓자 다방 아가씨는 귀찮아하며 그냥 돈이나 가져가라는 식이자 길수 아버지는 묵묵히 가방을 챙겨나오며 돈을 가져가지 않는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결코 자존감을 잃지 않은 모습, 지금의 물질주의에 찌든 젊은 세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살아남은 자의 위대함이 깃들여 있는 책,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그저 할머니가 잠자리에서 전해주는 옛날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인 한 지점에서의 삶의 증거로 소중히 간직될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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