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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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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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베이(せんべい)과자

요즈음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어린이나 노년층이 좋아하는 과자이름이 서양화해서 이름도 맛도 전부 서양식이다. 그러나 나이 지긋한 노년층은 그 옛날 어린 시절의 입맛이 그리워진다.

어느 날 지하상가를 거니는데 어린 시절 맡아보던 구수한 과자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보니 어린 시절에 먹어보던 '부채 과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진열된 과자 앞에 '쎔베 과자' 한 근에 3천원이라는 푯말이 붙어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과자 한 근을 사들고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이 '쎔삐 과자' 사왔냐고 묻는다.

이 과자를 우리 어렸을 때는 모양이 역 삼각형인 부채꼴로 생겨 '부채과자'라 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름도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원래는 일본사람들이 들여온 센베이(せんべい‐煎餅)라는 과자다. 밀가루나 쌀가루에 계란 설탕을 섞어 반죽하여 달게 하거나 소금이나 간장을 첨가하여 짭짤하게 한 과자로 겉에 파래가루를 뿌려 양쪽에 철판으로 눌러 얄팍하게 구어 고소한 맛을 더한 과자이다.

세월은 흘러갔건만 과자의 모양이나 맛은 옛 그대로이나 흘러온 오랜 과정에 이름이 셈베, 쎔베, 쎔삐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센베이'란 말 역시 뚜렷한 우리말이 없다.

연원을 더듬어보면 과자(菓子)라는 이름자체가 일본어의 가시(かし-菓子)에서 나온 말인데 글자를 그대로 옮겨놓고 우리말로 읽는 것이 과자이며 순화어로 받아드려 우리말이 됐다. 옛 어른들은 이를 '왜떡'(倭餠)이라고도 했다.

'센베이'를 우리말로 바꾸자면 전병(煎餠)이래야 맞는데 우리음식의 전병은 이와 는 전혀 다르다. 찹쌀가루, 밀가루, 수수 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둥글고 넓게 하여 번철에 지진 떡으로 속에 팥소를 넣기도 하며 이를 다른 이름으로 부꾸미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센베이 과자는 떡이 아니고 마른과자인데 그런대로 입맛에 맞는다. 지금에 와서 어렸을 때 부르던 <부채과자>라 해보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어색하다.

일본어에 센베이부동(せんべい‐ぶとん-煎餅布団)이란 포대기가 있는데 솜을 얄팍하게 두어 허술하게 만든 간이 포대기이다. 이를 덮개 이불이나 요로 사용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포대기의 두께가 센베이 과자처럼 얄팍한데서 따온 것 같다.

센베이 얘기가 나올 때 과자와 포대기가 혼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자는 센베이 과자-(せんべいかし-‐煎餅菓子), 포대기는 센베이 부동(せんべい‐ぶとん-煎餅布団)으로 분명히 구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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