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병상·재원 등 추진 논의...공공·필수의료 총괄할‘시민건강국’신설 검토

인구 13만 명을 넘어선 인천 영종구에 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이 없는 가운데 지역 주민의 필수의료 접근성과 인천국제공항의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공공병원 설립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인천공항의 연간 이용객이 74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영종지역 의료기반을 단순한 지역 복지시설이 아닌 국가 관문도시의 안전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김광호 의원은 최근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영종구 공공병원 만들기 정책간담회’를 열고 인천시와 공공의료계,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의료기관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고 17일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인천시 보건의료정책과와 인천영종평화복지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공공의료포럼, 보건의료노조 등 관계자 15명이 참석했다.
영종구는 지난 7월 행정체제 개편을 통해 새 자치구로 출범했다. 인천시가 출범에 앞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종구는 6개 행정동, 면적 125.8㎢에 인구 약 13만 명 규모다. 공항 배후도시와 공동주택 개발 등을 중심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수요 역시 함께 늘어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인천시가 수립한 ‘제3기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는 영종지역에 종합병원이 없어 주민들이 종합병원급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역 밖으로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명시돼 있다. 현재 인천시가 공개한 응급의료정보에서도 영종구의 응급진료기관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안내되고 있어 중증·응급환자를 지역 안에서 최종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전체로 보면 응급의료 기반은 확대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7월 인천성모병원이 새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을 포함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3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시 역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도서·접경지역을 보유한 특수성과 응급의료기관의 지역 편중에 따른 접근성 문제를 추가 센터 지정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영종지역에서는 이런 접근성 문제가 공항 안전과도 연결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025년 인천공항 이용객은 7407만1475명, 항공기 운항은 42만5760회로 모두 개항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0만 명이 공항을 이용한 셈이다.
공항공사도 지난해 국제성모병원과 응급환자 및 항공기 사고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항 내 의료안전망 강화 필요성을 별도로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항공사고나 감염병, 다수사상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현장 응급처치뿐 아니라 중증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배후 의료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공병원 설립의 필요성과 함께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순심 인천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기관 설립 추진상황을 설명하면서 병상 확보와 설립·운영 주체, 재원 분담, 법률 및 조례 정비 등 여러 조건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최근 의료정책에서 단순한 병상 숫자 확대보다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강조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를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병원과 2차 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자원의 지역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병상 자체가 부족한 국가는 아니다.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6개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문제는 병상이 지역과 의료기관에 어떻게 배치돼 있고,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기능을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느냐에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영종 공공병원 논의에서도 단순히 몇 병상을 확보할 것인지보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입원 기능을 어디까지 갖출지, 공항 재난 발생 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공공병원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주민과 시민사회, 행정, 정치권이 참여하는 범시민적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성희 건강과나눔 상임이사는 인천의 병상 수급계획을 토대로 병상 정책을 단순한 공급량으로 판단하기보다 주민의 생활권과 의료 접근성, 실제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원 문제도 향후 핵심 쟁점이다. 공공병원은 건립비뿐 아니라 의료인력 확보와 장비 구입, 운영 적자 보전 등 장기간의 재정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국가와 인천시, 영종구가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
김광호 의원은 영종 공공병원을 주민 의료서비스 차원의 시설을 넘어 인천국제공항의 안전과 연결되는 필수 공공인프라로 규정했다. 인천시의 공공·필수의료를 전담할 국 단위 조직 신설 필요성도 제시했다.
앞으로 공공병원 설립 논의가 실질적인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지역 내 응급환자의 지역 밖 이송 건수와 이송시간, 중증환자 발생 규모, 진료과별 의료수요, 공항 내 응급환자 현황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필요한 병상 수와 진료기능을 산정해야 과잉 투자나 기능 부족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인구 13만 명의 신설 자치구이면서 연간 7407만 명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을 품은 영종은 일반적인 도시와 의료수요 구조가 다르다. 영종 공공병원 논의가 단순한 병원 유치 요구를 넘어 주민의 필수의료 접근성과 국가 관문시설의 재난 대응을 함께 해결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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