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한마디 "떠나는 시장에게 보내는 작은 박수"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살아간다. 가정에서는 부모로서, 직장에서는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 어떤 이는 시민들이 맡겨준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공직자로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자리가 없듯 공직 역시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자신이 출발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민선 8기 군포시정을 이끌어 온 하은호 군포시장이 오는 6월 30일 시장직을 내려놓는다.
취임이라는 시작이 있었기에 퇴임이라는 마무리도 있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가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시민이 맡긴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권한을 시민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하고, 그 순간 공직자는 다시 시민의 자리로 돌아간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선거 결과보다 그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시간을 보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어떤 마음으로 시민들을 만났는지, 어떤 자세로 지역사회를 바라봤는지, 그리고 얼마나 진심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감당하려 했는지가 결국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남는다.
하은호 시장 역시 이제 시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시장실 문을 나서는 순간 지난 4년의 시간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과 마주하며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현장에서 확인했던 크고 작은 문제들, 도시의 미래를 놓고 밤늦게까지 이어졌을 고민과 판단의 시간들은 직함과 함께 없어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생각해 보면 시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화려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리다. 겉으로 보기에는 많은 권한을 가진 위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안고 살아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나의 결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하나의 정책에는 시민들의 삶이 연결돼 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결정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결정이 될 수 있으며, 어떤 정책은 기대를 받는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장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에 가깝다. 모든 선택에는 평가가 뒤따르고, 모든 결정에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시민들은 결과를 통해 행정을 평가하지만 그 결과 뒤에는 수많은 고민과 과정이 존재한다. 한 번의 결정을 위해 이어지는 회의와 토론,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시간, 현장을 찾아가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설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조정이 반복된다. 시민들이 보는 것은 결과지만 행정은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과정의 연속이다.
지난 4년 동안 하은호 시장 역시 그러한 시간을 걸어왔을 것이다.
좋은 날도 있었을 것이고 어려운 날도 있었을 것이다. 계획했던 일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진행돼 보람을 느낀 순간도 있었겠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을 얻은 날도 있었을 것이고, 날카로운 비판 앞에서 무거운 책임을 절감했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군포라는 도시를 위해 고민하지 않았던 날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는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국가의 큰 정책이 사회의 방향을 결정한다면 지방행정은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삶의 질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집 앞 도로의 작은 불편부터 안전 문제, 복지 서비스, 생활환경 개선까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부분의 변화는 지방자치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시장은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들의 하루를 먼저 바라봐야 한다. 어르신들의 불편은 없는지,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는지,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지, 어려운 이웃들이 소외되지 않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은 시장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임 가운데 하나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말보다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실질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은호 시장 역시 지난 시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을 만났을 것이다. 반갑게 손을 내미는 시민도 있었을 것이고, 불편과 아쉬움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을 것이다. 감사의 말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따끔한 질책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목소리는 결국 군포를 더 나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것이다.
시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듣는 능력이라는 말이 있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불편함을 이해하며,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공직자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행정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민을 외면하지 않는 행정은 존재할 수 있다.

이제 하은호 시장은 시장직을 내려놓는다. 수많은 결재가 오갔던 책상도 떠나고,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청사의 계단도 뒤로하게 된다. 공식 일정도, 의전도, 시장이라는 직함도 모두 내려놓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라기보다 돌아감에 가깝다.
시장은 특별한 사람이어서 시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맡겨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며, 그 역할이 끝나면 다시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이다.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큰 책임을 맡았던 사람도 결국 시민으로 돌아오고, 권한은 유한하지만 공동체는 계속 이어진다. 시장은 바뀌어도 도시는 남고, 임기는 끝나도 시민들의 삶은 계속된다.
앞으로 하은호 시장은 군포시민 하은호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장실에서 바라보던 군포와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군포는 분명 다를 수 있다. 결재 서류를 통해 접했던 도시와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도시는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군포를 향한 애정이다.
수년 동안 이 도시를 위해 고민하고 책임을 안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직함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마음까지 함께 사라질 수는 없다. 시장이라는 이름은 내려놓더라도 군포를 사랑하는 시민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는다.
우리는 종종 승자에게만 박수를 보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건강한 공동체는 떠나는 사람의 수고 또한 기억할 줄 안다. 모든 정책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모든 선택을 칭찬할 필요도 없다.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하고, 부족한 점은 부족한 점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다만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안고 지역사회를 위해 걸어왔던 시간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성숙한 지역사회의 모습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의 태도일 것이다.
오는 6월 30일 하은호 시장은 시민들이 맡겼던 권한을 내려놓고 다시 시민의 자리로 돌아간다. 시장 하은호의 시간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만, 군포시민 하은호의 시간은 다시 이어진다. 어쩌면 그 시간이 더 길고 더 자연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정치를 이야기하기보다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다. 승패를 이야기하기보다 책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한 사람의 공직자가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길 위에 전하고 싶은 말은 길지 않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이면 충분하다.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보냈던 지난 시간에 대한 감사이자, 다시 시민의 이름으로 시작할 새로운 시간에 대한 응원이다.
시장 하은호는 떠나지만 군포시민 하은호는 남는다. 권한은 내려놓지만 군포를 향한 마음은 남는다. 그리고 그 이름은 앞으로도 군포라는 도시의 기억 속에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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