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며칠 전 대입 수능시험이 있었습니다. 어느 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교문 앞에서 서성이는 어머니들을 보았습니다.
자녀가 시험을 치는 동안 교회에서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으며, 사찰에서 합격을 기원하며 불공을 드리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모두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각 종교의 지도자인 숱한 성직자들이 널찍한 기도회 혹은 법회의 무대를 만들어 놓고 많은 신도들의 참여를 유도하곤 하지만, 그런 종교적 행위가, 자녀 되는 수험생들의 성적 향상에 어떤 힘을 작용하게 하는 것일까요?
종교단체는 대개 헌금함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해둡니다. 학부모님은 효과가 확실치 않은 지극히 '추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종교 단체에 헌금이니 시주니 하는 명목으로 지극히 '구체적인' 돈을 바치곤 합니다. 돈을 바쳐야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더욱 감동시킨다는, 희미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정성을 바쳐서 자녀가 좋은 성적을 얻고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부분 소망하는 것은, 돈을 잘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바치는 돈은, 일종의 투자 혹은 뇌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도하고 그렇게 돈을 바쳤기에, 그런 정성에 감동하여 진정 그들의 자녀가 공부한 것 이상으로 시험을 잘 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는 신이 있습니까?
혹시, 그 자녀의 인간됨됨이와 상관없이, 그런 투자와 뇌물에 대가를 지불해주는 신이 있다면, 차라리 철저하게 부정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간이 되지 않은 사람이 높이 출세할수록, 그 아래 있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은 그만큼 피곤해지니까요.
가장 앞에 서서 자신이 믿는 종교가 진리임을 증명해야 하는 성직자라면, 어떻게 하든지, 자신이 믿는 종교가 유치하고 졸렬한 위치로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가 시험을 잘 치기를 기원하는 무대를 만들어준다니요?
차라리, 그런 기도를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그런 기도는 하지 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할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고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기도하려거든 최소한, 자녀가 누구보다도 인간다운 인간, 사랑 혹은 자비의 인간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런데, 성직자 노릇 하는 이들이, 내막을 알고 보면 출세에의 집착인 기도를 부추기기까지 하니,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저급한 우상으로 전락시키는 비극일 뿐이며, 신도들에게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기도와 헌금을 통해 자녀가 수능 더 잘 보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게 하는 성직자는 종교 모리배라고. 수능 기도회(법회)가, '자녀'로 하여금 수능을 잘 보게 하는 효험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물론, 자녀들이 시험을 치는 동안, 수능 기도회(법회)가 불안하고 초조한 '부모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집착은 수험생 자녀에게 오히려 압박과 부담으로 작용하여 점수를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