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총리의 변신은 “무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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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총리의 변신은 “무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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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환경 전도사 마크 카니, 이젠 석유업계가 두 손 들어 환영
환경론자가 화석연료 찬양자로 변신 ?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 / 사진=로이터 

한때 유엔 기후 변화 대응 및 금융 특사였던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이제 화석 연료의 대명사라 할 석유업계 경영진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지만, 과거 환경 운동가들과의 동맹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2015년 당시 영국 중앙은행 총재였던 마크 카니는 런던 로이드(Lloyd) 보험사 홀에서 열린 정장 차림의 모임(a black-tie gathering)에서 “농담 한마디 없는 연설”을 했다. 그는 나중에 이 연설이 당시 화석 연료 업계로부터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선견지명이 있는 발언이었음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는 기후 변화가 지구뿐 아니라 세계 금융 안정에도 위기라고 말했다. 각국이 친환경 경제로 전환함에 따라 ‘화석 연료’는 “말 그대로 태울 수 없게 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탄소 집약적 산업에 투자한 기업들은 재무제표상 가치가 없는 좌초 자산(stranded assets)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행동에 나설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좌초 자산’이란 이미 투자가 이루어진 자산이 환경의 변화나 정책 등의 변화로 인해 예상 보다 빠르게 가치가 하락해, 더 이상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석탄 발전소, LNG 발전소, 원유·가스 채굴 시설 등이 좌초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크 카니는 “기후 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이 대부분의 주체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범위를 넘어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며, 현세대는 그 비용을 해결할 직접적인 동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수많은 보험계리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면서, 기후 변화가 금융 안정의 핵심 쟁점이 될 때쯤이면,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이러한 역설을 “지평선의 비극”(he tragedy of the horizon)이라고 불렀다.

지평선의 비극이란 사람들이 기후 변화나 산림 보존 혹은 보건 인프라 투자 같은 문제 앞에서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현상을 ‘지평선의 비극’이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엔 기후 변화 대응 및 재정 특사를 역임했던 그는 캐나다를 위한 새로운 기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석유 업계에서는 열렬한 환영을 받는 반면, 환경 운동가들과 같은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최근 몇 주 동안 각료 한 명과 정부의 탄소중립 자문위원회(Net-Zero Advisory Body) 위원들이 사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한 형상이라는 것이다.

199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설립된 비영리 조직(NGO)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활동하는 환경단체 ‘에퀴테르’(Équiterre)의 정부 관계 담당 이사인 마크-앙드레 비아우(Marc-André Viau)는 “우리는 다른 결과를 기대했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마크 카니가 취임한 이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대적인 해체 작업이었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카니가 2015년 런던 연설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치명적인 홍수와 폭염, 그리고 더욱 덥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발생한 기록적인 산불 시즌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는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에서 밀려났다. 석유가 풍부한 앨버타주에서는 분리주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곳 관리들은 오랫동안 오타와 정부가 에너지 산업을 억압한다고 불평해 왔으며, 이는 국가 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캐나다는 카니 총재가 “우리 생애 최대의 위기”라고 부른 ‘미국과의 관계 악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공세로 인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캐나다를 ‘에너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는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이어 세계 4위의 확인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정치학자 캐서린 해리슨(Kathryn Harrison)은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따라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가 마크 카니 때문인지, 아니면 (전임자이자 같은 자유당 소속인)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때문인지, 아니면 현재 상황 때문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 친환경 투자를 장려했던 카니는 자신의 기후 정책을 옹호해 왔다. 그는 10월 블룸버그의 “미샬 후세인 쇼”(The Mishal Husain Show) 팟캐스트에서 “나는 예전과 똑같다. 나는 여전히 같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기후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동료 시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는 이미 화석 연료의 놀이터(a fossil fuel playground)에 들어서 있다.

9년 넘게 총리직을 수행하다 지난 3월 사임한 트뤼도는 경제 활성화, 기후 변화 대응, 그리고 캐나다와 원주민 간의 관계 개선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각계각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카니가 총리직을 맡게 되자, 그는 지체 없이 트뤼도의 기후 정책을 폐기해 버렸다. 총리 취임 후 첫 조치 중 하나로, 그는 한때 지지했지만 이제는 “분열을 조장하는 세금”이 되었다고 말한 “소비자 탄소세”(consumer carbon tax)를 폐지하는 지침에 서명했다.

그는 또 2021년 자신의 저서 “가치: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Value(s): Building a Better World for All)에서 지지했던 또 다른 정책인 전기 자동차(EV) 의무화 정책을 보류했다. 2031년까지 2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도 취소했고, 환경 위장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도 완화했다. 청정에너지 전도사가 화석 연료 전도사로 변신한 셈이다.

그의 정부가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국가 건설” 프로젝트 목록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Kitimat)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확장 사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플랜트가 완공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시설이 될 것이다.

지난달, 카니 총리와 앨버타주 연합보수당 소속 대니엘 스미스(Danielle Smith) 주지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이 양해각서는 앨버타주를 여러 환경법 적용에서 면제하고, 민간 자금으로 건설되는 새로운 송유관 한 개 이상을 서부 해안까지 연결하여 원유를 아시아로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가로 앨버타주는 산업 배출 기업에 대한 더욱 엄격한 탄소세 제도를 도입하고, 120억 달러 규모의 탄소 포집 및 저장 메가 프로젝트에 기여하기로 합의했다.

구속력이 없는 이 합의안은 메탄가스 배출량 감축 규정, 청정 전력 규정, 그리고 계획된 석유 및 가스 배출량 상한제 도입을 폐지하거나 연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송유관(Pipeline)이 건설된다면, 오타와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북부 해안에서의 유조선 운항 금지 조치를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게 WP의 전망이다.

카니 총리가 양해각서에 서명한 날, 그는 캘거리 상공회의소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협정 발표 직후, 트뤼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던 스티븐 길보(Steven Guilbeault, 전 그린피스 활동가)가 문화부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사임 서한에서 “미국과 캐나다 관계 단절로 인한 심각한 혼란을 인정하면서도 환경 문제는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카니 총리는 X(엑스. 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규제와 금지에만 기반한 기후 전략은 우리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특히 이 역사적인 과업에 필요한 이해관계의 조율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정책이 그러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오타와는 자원 개발 사업으로 인해 원주민의 전통 영토가 영향을 받을 경우, 헌법상 원주민과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여러 원주민 부족은 새로운 송유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 관계자들은 송유관이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선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러한 계획은 구상 단계에 불과하다. 어떤 기업도 실제로 파이프라인 건설을 제안하지 않았으며, 분석가들은 그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한 투자일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가치(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 건설”이라는 저서에서, 그리고 공개 발언에서 파이프라인을 “좌초 자산”으로 지목한 적이 있다. 이제 그는 ‘좌초 자산’의 찬양가로 변신한 것일까?

일부 분석가들은 앨버타 주정부와의 이번 합의가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역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환영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한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측은 에너지 부문을 지원하면서 배출량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양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내에서도 새로운 송유관 건설에 대한 지지가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이 정책이 에너지 부문에 유리하게 편향되어 있으며, “강대국은 친환경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자주 언급해 온 카니 총리의 기조와는 모순된다고 보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그의 기후 정책으로 인해 캐나다가 파리 기후 협약에 따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캐나다는 과거에도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카니는 지난 2020년 영국 BBC 방송에서 방영된 강연 시리즈에서 “사회는 훌륭한 발언에 이은 무의미한 몸짓에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리에서 계획을 발표해 놓고, 회의조차 열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 친환경 전도사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

2020년 강연에 참석했던 데이비드 킹(David King) 전 영국 정부 수석 과학 고문은 “카니 총리가 세계 기후 위기에 대한 환영받을 만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메일을 통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가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총재 시절 세계 은행들에게 ‘좌초 자산’ 발생을 막기 위해 새로운 화석 연료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분명히 밝혔던 모든 발언이 이제는 물거품이 된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캐나다 기후 연구소 소장인 릭 스미스(Rick Smith)는 “카니 총리가 기후 정책에 대해 매우 해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타와의 기후 경쟁력 전략과 예산안을 칭찬했지만, 양해각서는 비판했다. 그는 “이로 인해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기후 관련 예외 조항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클린 프로스페리티(Clean Prosperity)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번스타인(Michael Bernstein)은 카니 총리의 정책이 시장이 저탄소 해결책을 장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기후 변화에 대해 그가 가졌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정부의 탄소중립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트뤼도의 기후 정책은 효과가 없었지만, 카니의 정책은 “탈탄소화에 있어 진정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앨버타주와의 협약에 산업 탄소 가격 강화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환경 운동가들은 이것이 배출량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탄소 배출권 가격이 전체 탄소 가격 대비 너무 낮아 기업들이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어렵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불분명하다.

번스타인은 “이번 대규모 협상은 양측 모두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장기적으로 협상을 유지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동료인 탄소중립 기구 위원 두 명이 지난주 공동 의장을 포함해 정부의 기후 정책 방향과 기구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사임했다.

기후 운동가인 캐서린 아브레우(Catherine Abreu)도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국제 기후 관련 모임에서 카니를 지켜봐 왔으며,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노력에 전 세계 은행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유엔 지원 프로젝트인 ‘탄소 순배출량 제로 은행 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연합은 올해 해산되었다.

아브레우는 카니의 기후 변화 대응 방식에 ‘내부적인 모순’이 있다고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캐나다 경제를 현대화할 방법을 마침내 고민해 줄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가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채택했지만 효과가 없었던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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