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컨설턴트의 ‘청구서’를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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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 컨설턴트의 ‘청구서’를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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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브랜드의 컨설팅 회사 : 신뢰의 속임수(confidence trick) 이용
- 민간 부문이 공공부문을 앞선다는 인식이 민간 컨설턴트 찾는 이유
- 컨설턴트 중독

개인이든 단체이든 국가 간이든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신뢰가 무너지면 되는 일이 없을 정도이다. 신뢰가 추락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과 함께 일을 하는 이유는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 모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다국적 컨설팅 기업은 전문지식을 무장한 사람들의 집단이라며 ‘무조건적 신뢰’를 강요할 정도이다. 그러나 그들은 때때로 신뢰에 대해 속임수를 이용하기도 한다.

기존 미디어를 벗어난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그럴듯한 컨설턴트들도 등장하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SNS에서 검색을 하면, 컨설턴트를 패러디한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패러디 동영상에서 진행되는 말들은 실제로 그 컨설턴트가 무엇을 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다양한 그럴듯한 용어를 부드러운 말솜씨에 실어 청취자나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그들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신감으로 보는 사람들을 이끌어가려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엄청나게 전문적인 지식 배달을 했다며 꽤 높은 금액의 청구서를 보낸다.

우선 ‘컨설팅’이라는 단어가 주는 전문적 관점, 즉 심리적 전문가적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과거부터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온 다국적 컨설팅 업체는 브랜드를 내세워 세계적인 매력을 한껏 뽐내려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라며 자랑을 일삼는 전문지식으로 무장된 컨설턴트 집단(기업)은 각국 정부, 지자체, 부처, 병원, 대학을 포함해 광범위한 공공부문 기관의 작업 및 정책을 가이드하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 영역은 민간, 공공기관을 망라한다.

문제점을 정확히 집어내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맞춤형으로 내놓았을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명성만을 자랑으로 하는 컨설팅 기업들이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식의 유혹에 대해 프리미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이나, 정부, 민간부분들은 예상 이상의 청구금액에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산을 운영하는 집단은 상당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는 때론 결함이 있거나 그릇된 것들이 예상외로 존재한다.

마가렛 대처( Margaret Thatcher) 영국 총리 밑에서 환경과 국방을 담당한 각료를 지낸 마이클 헤슬타인(Michael Heseltine)은 유명하게도 “경영 정신은 우리의 국민 생활 – 민간 기업과 공기업, 공무원, 국유화된 산업, 지방 정부, 국민 보건 서비스 – 를 관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컨설팅 시장이 되었으며, 공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컨설팅 회사에 아웃소싱했다. 2016년 공공 부문은 7억 파운드(약 1조 1,456억 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가치는 2022년까지 26억 파운드(약 4조 2,550억 원)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 계약의 8,300만 파운드(약 1,358억 3,531만 원)가 포함되며, 이는 1,600명 이상의 신규 간호사 교육비용과 동일하다고 한다.

또 컨설팅 회사는 프랑스에서 유사한 공공 서비스 인수를 준비했다. 이러한 경향은 2007년 니콜라스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대통령이 되어 “프랑스 국가를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프랑스 정부는 매킨지(McKinsey & Company), 딜로이트(Deloitte) 및 보스턴 컨설턴시 그룹(Boston Consultancy Group, BCG)과 같은 경영 컨설팅 회사에 2억 5천만 유로(약 3,514억 2,000만 원) 상당의 계약을 제공했다.

2018년부터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의 지도 아래 컨설팅 회사는 정부 계약에서 24억 유로(약 3조 3,736억 원)를 받았으며, 프랑스의 코로나19 백신 출시 프로그램과 논란이 되고 있는 연금 개혁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 서비스에 참여해 왔다.

캐나다에서도 경영컨설턴트에 수여되는 연방계약이 비슷한 수준으로 급증했다. 매킨지는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가 2015년에 취임한 이후 연방 계약을 6600만 캐나다 달러(약 641억 4,738만 원)에 했다. 이는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가 총리로 재임하기 이전 9년 동안 220만 캐나다 달러(약 28억 7,210만 원) 상당의 계약을 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전 세계의 공립대학도 컨설팅 회사의 유혹에 넘어갔다. 지난 2009년 UC(University of California) 시스템은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와 계약, 1억 5천만 달러(약 1,958억 5,500만 원)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3백만 달러(약 39억 원)를 지불했다. 보다 최근에 이 회사는 무엇보다도 ‘조달 프로세스 개선(improve procurement processes)’을 돕고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에 대한 전략계획을 개발하기 위해 텍사스 대학과도 계약을 했다.

맨체스타 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은 학생 숙소에 대한 “주요 투자 및 개발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를 고용했다. 2018년에 리머릭 대학(University of Limerick)도 직원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민간 컨설턴트에게 2,080만 유로(약 293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보고됐다.

시드니대학(University of Sydney)은 인도와 호주 간의 연구 및 교육 파트너십 기회 개발을 돕기 위해 인도의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TCS)와 계약을 맺었다. 올해 2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시간주립대학교는 사건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기 위해 보안 위험 관리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 왜 컨설턴트가 그렇게 매력적일까?

핵심은 공공기관, 조직 및 서비스가 민간부문을 모델로 할 때만 효율적일 수 있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민간이 앞선다는 인식이다. 이 인식에 따르면, 효율성은 특정 문제와 관련된 더 나은 정책이나 구조적 변화를 통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의 특수성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 부문 관리 관행 및 표준을 통해 달성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다른 요소가 작용한다. 그들의 저서 더 빅콘(The Big Con)에서 경제학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오브 런던의 마리아나 맞추카토(Mariana Mazzucato)와 로지 콜링턴(Rosie Collington)은 컨설턴트가 희소한 전문 지식을 소유하지 않을 수 있는 “신뢰 속임수(confidence trick)”를 수행한다고 올바르게 지적했다. 그러나 그들은 “가치에 대한 인상을 생성”하여 그들이 제공하는 지식의 실제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보상을 요구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이러한 유명 브랜드 그룹의 건물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 관리들은 대유행 기간 동안 정부의 실패한 추적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 컨설턴트에 대한 의존도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공공회계위원회(Committee of Public Accounts)의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이 “코로나19 전파 사슬을 끊고 사람들이 보다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프로그램은 73개 이상의 컨설팅 회사를 고용했다.

컨설턴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서비스가 민간 기업의 비용을 추적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일일 요율 3,000파운드($3,700)를 청구하면서 NHS의 금고를 계속 탕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NHS는 또 최고 컨설팅 경영진에게 자체 CEO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했다. 영국 정부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의미 있는 급여 인상을 제공할 자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고액을 의심 없이 지불했다.

독일에서는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현 유럽연합(EU) 의장이 유럽의 경제 강국에서 국방장관으로 있을 때 민간 컨설턴트에게 갔던 수익성 높은 계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컨설팅 거인들은 잘못을 자백해야 했다. 2021년 매킨지는 미국에서 “과도한 오피오이드(opioid) 판매 지원” 역할에 대한 합의금으로 6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 2018년 매킨지의 케빈 스니더(Kevin Sneader) 대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영 전력 회사인 에스콤(Eskom)을 파산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계약했을 때, 과다 청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회사는 7,600만 달러(약 992억 7,120만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 컨설턴트 중독

컨설팅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자체 공무원, 혹은 직원들은 시키는 일은 잘 할지 몰라도 컨설턴트처럼 전문지식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는 시간을 더 잘 관리하고 교사와 연구원으로서 탁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떠드는 고액 연봉의 적합한 컨설턴트의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봐야 할 때 교수진은 묘한 생각을 같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민간 컨설팅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크라운 컨설턴시(Crown Consultancy)라고 하는 “사내 컨설팅 부서(in-house consultancy arm)”를 설립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2년 후 정부 부처가 민간 컨설턴트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함에 따라 끝내 이 프로젝트는 폐기되었다.

그러나 솔루션은 관리 컨설팅에 대한 더 저렴한 사내 대안을 찾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것은 공공기관이 어떻게 기능할 수 있고, 기능해야 하는지에 대한 급진적인 재고(再考)이다. 민간 부문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하기보다는 공공기관의 주요 목표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비용 효율성은 주요 목표가 이익 극대화인 민간 부문에서만 주요 성과 기준으로 의미가 있지만, 공공부문은 시민의 삶을 더 좋게 만들 때 성공한다.

<이 글은 솜딥 센(Somdeep Sen)은 덴마크 로스킬레 대학(Roskilde University)의 국제개발학 부교수가 알자지라의 오피니언에 6월 1일 기고한 글을 골자로 첨삭을 해 작성된 글입니다. 솜딥 센 부교수는 팔레스타인 탈식민 : 반(反)식민지주의와 식미지로부터 독립 후 하마스 : 코넬대학 출판부 2020(Decolonizing Palestine : Hamas between the Anticolonial and the Postcolonial(Cornell University Press, 2020)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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