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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아닌가?
신부는 옆에 있는 신랑만을 의식하고 있는지 표정이 밝기만하다.
조용히 두 손 모으고 앉아있는 신부 측 혼주 석은 여자 혼주 분 혼자 앉아있다.
아니! 주례의 마음이 짠하고 코끝이 찡하여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부 측 어머님의 자리가 유난히 외로워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가족들이 상의하여 집안 가까운 친족 중에서 자리를 채웠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혼주 석 어머니의 뒷좌석에서 한 복을 곱게 차려입은 새댁이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은 큰 딸인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낸다.
이런 때는 주례석에 서있는 나도 울컥 목이 매어온다. 그러나 딸자식 시집보내는 것은 우주만물의 섭리인 것을 어쩌랴. 먼저 가신 아버지 생각에 자식들 생각에 서럽기 만한 어머니, 자식들이 외로운 어머니를 생각할 날은 언제일까?
순간 찬란한 슬픔의 순간으로 생각하면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효 정신이 인생의 기본질서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례사를 마쳤다.
이 날의 주례는 신랑 측 아버지와의 교분으로 주례석에 선 날이었다. 이렇게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가끔 메모를 한다.
혼례식 주례는 주례사의 비중도 있지만 혼례식의 전체적인 상황을 알아야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항상 긴장하고 집례에 임한다.
자연히 혼주 측이나 하객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관찰한다. 주례를 보면서 있던 일을 생각하며 인생의 의미와 부모님의 자식사랑을 생각해본다.
혼주들의 친분에 의한 주례를 청탁받을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예식장 측의 청탁으로 혼주들의 상황을 잘 모르고 주례석에 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언젠가, 부모님 반대 속에 혼례식을 올리려는 신랑·신부의 주례를 집례한일이 있다. 물론 축하의 마음으로 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신랑 측 접수대에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신랑 친구 같은 젊은이들이 우왕좌왕 아주머니 한분을 둘러싸고 "어머님이 참으세요. 어떻게 합니까? 둘이 좋아하는데"
"안 돼! 이 결혼 무효야, 안 돼" 잡는 손을 뿌리치며 일어서는 아주머니를 젊은이들이 막아선다.
대충짐작이 갔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이다. 당황스러운 건 주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차분하게 주례석에 자리했다.
결국 경찰이 오고가는 시끄러운 가운데 신랑·신부 동시입장으로 혼례식이 진행됐다. 상황이 이러니 하객들에게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신랑·신부는 어느 신랑·신부보다도 더욱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이며 제일 먼저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신랑·신부가 되실 것을 당부 합니다"라고 말하자 신부가 울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할 일이 무엇인가 잘 생각하게 열심히 사랑하고 부모님 꼭 설득하시게…." 신랑·신부를 두드려 주었다. 주례사는 간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 혼례식은 마무리 되었다. 지금도 가끔 그들이 생각난다. 열심히 잘 살겠지 하면서도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아들이 되고 며느리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다. 어머님 역시 마음을 여시고 받아 주셨으리라 생각한다.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님 중에서 싱글벙글하시는 아버님도 보았다. "서운하지 않으세요?" 물었다. "서운하기는요. 노처녀 시집가는데 얼마나 좋아요" 연신 싱글벙글 이시다.
그렇다. 인생사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주례덕담에서 많이 인용하는 '일체유심조'의 교훈은 역시 명언이요 생활의 철학이라 생각한다.
신성한 혼례식에서 너무 시끄러운 하객들이 많으면 나는 "신랑·신부는 들리지요? 지금 하객여러분이 신랑·신부 어렸을 때 얘기하시는 것인가 봐요" 그리고 잠시 말을 끊으면 조용해진다.
예식장에서의 경건함이 신랑·신부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며 오늘의 주인공들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하객들의 자세일 것이다.
이글은 주례일지에 채워진 나의 일기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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