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e in’ 전시회로 본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임지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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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e in’ 전시회로 본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임지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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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차, 문화, 세대를 넘어 화상 통화를 통해 11명의 작가 전시회 개최
한국과 미국에서 교류전…신선한 전시문화로 다가와...
뉴욕 작업공간(홈 스튜디오)에서 작품과 함께 한 임지은 작가
미국 뉴욕의 작업공간(홈 스튜디오)에서 작품과 함께 한 임지은 작가

미국에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위해 체류 중인 작가들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화상으로 주파수를 맞춰가며 뜻을 모아 ‘Tune in’이라는 전시회(갤러리 제이콥 1212,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25)인 교류전을 5월 3일~31일까지 한국에서 열고 있고 있다. 이후 6월에는 미국 '뉴저지'의 테너플라이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신선한 바람이다.

이들 작가 중 ‘임지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기하학적 추상표현’ 이라 소개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임 작가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 한국인다운 ‘임지은’의 색깔이 더욱 작업에 반영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여유가 생기면 저처럼 혼자 타국에서 부딪치며 일어나려는 누군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며 인터뷰에 응했다.

Q: 임지은 작품의 ‘장르’를 말한다면?

A: 사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 작가로서 한 가지 장르를 단정 짓는 게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음, 현재 제가 그려나가는 것들은 ‘기하학적 추상표현’이고, 이러한 표현들이 계속 어떻게 변형될지 저도 모르니까요.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미니멀리즘’ 혹은 ‘색면추상’ 같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전 그런 용어들 안에 저를 국한시키고 싶지 않아요.

임지은_Colorvariations_2021_캔버스에아크릴_96.5cmX96.5cm.
임지은_Colorvariations_2021_캔버스에아크릴_96.5cmX96.5cm.

그냥 저는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걸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사용하는 재료는 아크릴물감과 캔버스를 주로 사용하고 색연필이나 마커, 종이 콜라쥬인데 사실 이 재료들은 제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이기 때문이죠.

Q: 미국에서의 활동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A: 뉴욕에서 따로 작업실이 없이 집에서 작업을 해요 참고로 뉴욕은 워낙 월세도 비싸고 어디든 공간이 협소해서 여러 가지의 이유로 저처럼 home-studio에서 작업하는 작가가 많아요. 그래서 많이 더러워지지 않고, 냄새도 심하지 않은 재료 안에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최선을 다해 표현해요.

만약 제가 작업실이 따로 있었다면 아마 입체 작업, 다양한 재료의 탐색 등 현재 마음 속에서만 그리고 담고 있는 것들을 표현할 거예요. 이게 제 미래 계획이기도 하고요. 이런 측면에서 하나의 장르를 말하기엔 저의 작업의 발전이 어떻게 될지 저도 상상이 안가요.

지금은 평면작업인 페인팅만 하지만 향후에는 공간을 활용한 입체표현도 너무 하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또 어쩌면 막상 독립적인 작업실이 생기더라도 그냥 현재 이러한 스타일을 계속 고수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하나의 장르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임지은_Isolation_2021_캔버스에아크릴_63.5cmX63.5cm
임지은 Isolation_2021_캔버스에아크릴_63.5cmX63.5cm

Q: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후원자는?

A: 저희 부모님은 제가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를 하셨다는 것 보다 그냥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뭐든지 최선을 다해서 해봐!’ 라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그냥 지금까지도 언제나 응원과 정신적인 지원을 많이 해주셨고요. 제가 작가가 아닌 과학자가 된다고 하거나 작은 상점을 운영하겠다고 했어도 똑같이 응원하셨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제 가족은 그저 저를 응원했고 제가 스스로 택한 길을 제가 걸어왔고 그렇게 가고 있죠. 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고 만들고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을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에 미술과목을 가장 좋아했던 것은 당연하고, 미술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과제는 늘 열심히 하고 학업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요.

절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보시면서 가르치시던 화가이신 방문미술 선생님께서 제가 중학생 때 저희 부모님께 진지하게 제가 미술 쪽으로 전공을 해보는 게 어떤지 제안하셨어요. 저희 부모님은 그냥 제가 미술을 열심하고 좋아하고 그저 반에서 곧 잘 하는 아이 정도인줄만 아셨는데, 그 선생님은 저의 작가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고등학교 당시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이라는 영역에 들어갔죠. 저는 그저 늘 미술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미대입시를 준비하고 미대로 진학한 모든 과정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어쩌면 당연했고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그 때 그 선생님 말씀이 다른 아이들은 보통 수업 시간에 그림이나 공예품을 멋지게 완성하면 본인이 완성한 것에 대해 너무 기뻐하고 좋아하며 만족했대요.

임지은_There_2021_캔버스에아크릴_30.5cmX30.5cm
임지은 There 2021 캔버스에아크릴 30.5cmX30.5cm

그런데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만든 것에 대해 만족한 적이 없고 '여기를 이렇게 바꾸고 싶다, 여긴 이상한 것 같다' 등 제 작품에 대해 늘 비평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더 완벽해지고 싶은 반응과 표정이었대요. 그리고 제가 그런 마음들을 품었던 게 정말 기억이 나요. 늘 전 그랬어요! 그리고 그 마음은 대학에 진학해서 과제를 할 때에도, 현재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기 직전까지도 늘 항상 같은 마음인 것 같아요. 후원자는 아직은 따로 없고요. 그저 저를 늘 응원하는 제 가족들뿐이죠.

Q: 미국에서 더 작가활동을 하고 싶은 원동력?

A: 저는 한국과 미국에서 석사 학위로 '미술 교육'을 공부했어요. 혼자 고독하게 그림 그릴 때와는 다르게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또 다른 색깔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요. 아이들과 호흡을 통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리고 순수한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과 생각은 성인인 제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에요. 아이들과의 소통, 수업, 그들의 표현을 통해 제가 받는 자극은 엄청나고요. 사실 혼자 계속 그림만 그리면 감정적으로 기복이 많이 심해지기도 하고, 깊은 생각 속에 걷잡을 수 없이 빠지기도 하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고되어도 정신적으로 저에게 엄청난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요.

뉴욕에서 석사를 마치고 이곳의 예술 교육 기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새로운 것들을 너무 많이 배우고 동시에 이곳에서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다보니 아직은 뉴욕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커요. 현재는 뉴욕에서 아트티칭을 조금씩 하면서 제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개인의 한 치 앞을 모르는 미래를 장담할 순 없지만 여러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지고 계속 뉴욕에 머물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당분간은 계속 이 곳에 머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제 작품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미술관의 에듀케이터로 일하는 꿈도 꾸고, 저만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브랜드화 시키는 것도 제 하나의 소망이에요.

미술교육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것도요. 작가로서, 아트에듀케이터로서 한국에 비해 뉴욕에서 경험하고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훨씬 많다는 것이 느껴져서 아직은 이 곳에 머물고 싶은 것 같아요. 당장 6월에 이 곳에서 2개의 그룹 전시와 1개의 오픈스튜디오가 잡혀 있고, 올 해 하반기에는 개인전이 잡혀있어서 요즘 너무 바쁘게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요. 제 작업을 사람들에게 계속 노출시키는 기회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 저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해요.

뉴욕 전시 '6 Feet'에서 임지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함께
뉴욕 전시 '6 Feet'에서 임지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함께

Q: 미술이 아닌 다른 작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A: 도예는 제 마음 속 또 하나의 보물과 같아요. 미국에 오기 전, 꾸준히 도예 공방에 다니면서 작업을 했었는데 유학길에 오면서 중단되었죠.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다가 제 적성에 너무 잘 맞아서 도예를 제대로 공부하면서 더 파고 들까? 고민하고, 도예 작업을 위한 작업실 마련까지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유학을 오게 되었고 미술 교육을 다시 공부하게 되면서 도예는 잠시 중단되었죠. 사람들은 '뉴욕에도 공방 있잖아 한 번 해봐!'라고 하지만 사실 생각처럼 유학생활에서 하루에 최소 4-5시간을 내어서 도예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처음 유학 왔을 때는 학교 다니고 공부하고, 과제하고, 논문 쓰느라 잠 잘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유학을 오면서 도예작업은 잠시 중단되었는데 당연히 언젠가 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당연히 다시 흙을 만지려고 해요. 현재 제 작업을 도예로 접목시키는 것에 대한 질문은 가끔 받아요. 당연히 있죠. 마음속엔.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현재 ‘홈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도예를 접목시키는 것은 아직은 너무 큰 그림의 떡이에요. 흙이라는 재료가 주는 견고함과 따뜻함이 제 이미지와 결합되면 어떨지 너무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부분이에요. 언젠가는 해내려고도 해요.

Q: 미국에서 성장한 이후 한국인 작가로서의 소신은?

A: 제가 표현하는 작품의 주제나 소재가 보는 사람에게 너무 극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자극적이지 않았으면 하는데 우선 저에 바람이고요. 다양한 작가들이 수많은 주제나 소재들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표현들이 때로는 '창의적' 혹은 '혁신적'인 이라는 말로 무장하여 보는 사람의 인상이 찌푸려지거나 마음속으로 불편함이 생기게 할 때도 있어요. 그건 적어도 제가 제 작품에서 원하는 반응은 아니에요.

그런 불편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요. 일부러 그런 감정과 반응을 의도하는 작가들이 많고 그러한 작가들의 생각과 의도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는 것도 잘 알아서 그런 작가의 작품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같은 작가로서 박수쳐요. 다만, 전 제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마음이 편하고 그냥 재미있고 때로는 웃기고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인으로서 뉴욕에서의 포부는 이미 제가 이곳에서 너무 열심히 노력해왔고, 하고 있고, 할 것임이 큰 자부심이에요.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모든 교육을 마쳤고, 일도 하다가 뒤늦게 미국에 와서 또 다시 공부를 하면서 이 모든 문화와 생활과 상황에 적응하면서 수천 번을 넘어졌지만 계속 일어났고 지금도 그러하니까요. 이러한 저의 의지는 뉴욕에서 제 학교 동기들과 교수님들도 인정해 주시는 부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들이 너무나 힘들고 제 정체성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 모든 저의 '한국인'으로서의 행보가 제 작업에 녹아들어 있다고 믿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A: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계속 커져 가는 만큼 좀 더 한국인 ‘임지은’으로서의 색깔도 작업에 계속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미지를 표현할 계획도 있고요.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좀 더 큰 여유가 생기면 저처럼 혼자 타지에서 부딪치고 일어나는 누군가를 위해 어떤 방법이 되었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작품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은 https://www.instagram.com/jieunjieunlim/에서 관람하실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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