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성공한 일본산 여객기 개발 끝내 실패
스크롤 이동 상태바
브라질은 성공한 일본산 여객기 개발 끝내 실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첨단을 달리던 시기의 자화상에 사로잡히면 쇠퇴는 가속화
- 과대한 자기평가에 기초한 전략은 역시 실패의 주 원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야심차게 독자 개발한 space jet project의 시제기(試製機) / 사진 : 에비에이션 인터내셔널 뉴스 캡처
끝내 실패로 끝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야심차게 독자 개발한 space jet project의 시제기(試製機).  / 사진 : 에비에이션 인터내셔널 뉴스 캡처

일본하면 ‘첨단기술’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일본하면 ‘장인’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일본하면 ‘제조업 강국’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일본인하면 ‘성실, 근면’이라는 키워드가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처럼 여겨졌을 때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반세기 만에 일본 독자개발의 여객기 사업은 끝내 실패로 끝을 맺었다.

무모하게 덤볐을까?

자금이 부족해서 그럴까?

기술력 부족일까?

아니면 한 때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첨단 기술 과신(過信)해서 비롯됐을까?

어느 일이나 도전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새로운 일본 독자생산의 여객기를 만들어보겠다는 국가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버렸다. 그 실패의 무게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닐 것이다. 장기간의 기술, 자본, 인력 투자가 헛되이 시간만 흐르고 말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이 있지만 거대 자금을 들인 국가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을 때의 허탈감, 공허함도 클 것이다.

일본산 여객기 개발은 전범(戰犯)기업으로 유명한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이 전범기업은 지난 주 1조엔(약 9조 6,077억 원) 규모의 비용을 투입한 스페이스 제트(space Jet)개발을 단념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발 본격화 시점에서 지난 2013년에 납품 개시를 하겠다고 했지만, 설계 변경 등으로 6차례나 연기되는 등 상업비행에 불가결한 형식승인조차 획득하지 못했다. 납품개시 예정시기로부터 꼭 10년이 지난 2월 초 여객기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주도한 국가 프로젝트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 Empresa Brasileira de Aeronáutica S.A)가 일본 경쟁기 개발에 성공을 거두면서 해당 기종의 세계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꿈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1969년에 창립한 항공기 제작 회사로, 브라질 최대의 수출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에 들어와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며, 주로 ‘민간용 중소형 여객기’를 만들며, 본사는 상파울루 동부의 도시 상조제두스캄푸스(São José dos Campos)에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쓰비시중공업은 채산성 확보가 불가능해지고, 경영자원 낭비를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사업 철수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항공기, 그 중에서도 많은 인원을 수송해야 하는 여객기 제조 산업에는 첨단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항공기 산업 진입 장벽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은 부품 생산에서 실적이 있는데다 완성형 항공기 산업에 뛰어들면 높은 이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상적인 사업으로 내다볼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많은 성과를 얻은 미쓰비시중공업은 해낼 줄 알았다는 게 많은 프로젝트팀은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끝내 사업을 포기해야 했을까?

미쓰비시중공업의 이즈미사와 세이지(泉沢清次)사장은 “기술을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충분한 준비, 식견이 부족했다”면서 “자체 개발에 집착을 한 나머지 기업 밖의 인재 활용이 늦었고, 미국 등에서의 형식 승인 취득에 실패한 면이 확실하다”고 지적하고, “기술만으로 사업화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도 이제 와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즈미사와 세이지 사장의 그 같은 지적과 더불어 과연 미쓰비시중공업에는 기술력 자체도 충분하게 확보되어 있었나 하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객기 주익(主翼)에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하는 것이 경량화 카드였겠지만, 그 기술 자체를 해결하지 못해 알루미늄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장점으로 꼽히는 저연비와 저소음도 미국산 최신 엔진으로 타사와 차별화를 꾀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기술 과신(技術過信)의 허점이 실패로 이어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22년도 한국의 교수들이 내놓은 ‘올해의 사자성어’인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기술 개발에는 많은 시간, 돈, 인력이 투입된다. 개발 과정에서 분명히 크고 작은 여러 실패의 이유들이 드러나게 돼 있다. 곧바로 고치지 않고 과학자, 기술자의 자존심이 실패의 이유를 드러내지 않고 독자적으로 성공시켜보려다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허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세계 첨단의 기술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일본인 기술자, 과학자들이 혹시 ‘알고도 자존심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간 것 아닌가’하는 추정도 해본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일본 독자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에는 약 500억 엔(약 4,796억 2,500만 원)의 국비도 투입됐다. 실패가 계속되던 경제산업성 주도의 산업정책에 또 다시 거대한 실패의 좌절이 쌓이게 됐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은 “매우 유감스럽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패를 검증하고 책임 소재를 밝힐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거액 투자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책임지는 고위 관료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비용을 투입하는 등 보조금 규모를 키우고 있다. 관청에는 유망한 기술을 판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각이 요구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은 과거 기둥이었던 ‘전기산업’이 쇠퇴하고, ‘자동차산업’도 전동화 기술(Electric Vehicles)에서 뒤처지고 있다. 첨단을 달리던 시기의 자화상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뿐이다. 과대한 자기평가에 기초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이다." 아사히신문 14일자 사설이 지적한 말이다.

한국 정부, 각료, 고위 관료들에게도 일본의 여객기 실패사례가 주는 교훈이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