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시인의 '거울 앞에 선 누님'의 피부가 어찌 아기 피부처럼 매끄럽고 고울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세월과 일심동체가 되는 그 원숙미를 아기 피부가 담아낼 수는 없을 터이다.
실제로 피부는 철저한 배타(排他)주의자. 화상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피부를 심하게 다친 환자들에게 피부이식을 실시하는 전문의들의 이구동성이다. 딴 사람의 피부를 붙이면 봉합부위가 곪거나 썩기 십상이어서 환자 자신으로부터 정상 피부의 일부분을 떼어 덮어주는 자가이식법(自家移植法)을 구사한다는 것.
여기서 피부이식을 다룬 영화(오우삼 감독의 페이스 오프)의 한 장면을 만나보자. …형사(존 트라볼타)는 악당(니콜라스 케이지)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사고로 의식을 잃은 악당의 얼굴 피부를 떼낸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갖다 붙인다.…
전문의들은 이 장면을 동종이식법(同種移植法)으로 설명한다. 물론 얼토당토않은 설정이다. 필자가 만난 한 의대 교수는 "피부이식은 자가이식과 일란성 쌍생아 간의 동인자이식(isograft)의 경우에만 생착(生着)이 가능하다"며 "동종이식(allograft)의 경우, 7일쯤부터 거부반응을 일으켜 이식편(移植片)이 썩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도 "피부는 거부반응이 가장 심한 조직"이라며 "특히 표피의 경우 자가피부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민감하다"고 똑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아기 피부를 선망하는 이들은 꿈을 접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른 방도는? 아직까지는 없다. 내게 주어진 피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가꾸는(바꿀 수는 정말 없다) 수밖에! 다만 의학계는 아끼던 피부를 화상 등으로 잃은 이들을 위해 인공 피부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을 따름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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