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뼈에 한국인의 자존심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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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뼈에 한국인의 자존심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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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의 인체와 사회(1) 코뼈

거리를 활보하는 청춘남녀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시라. 다들 움직이는 영화배우요, 탤런트다. 사인해 달라고 조르기 전에 잘 뜯어봐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대니깐. 그래서 요즘엔 못생긴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가를 올릴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개성을 죽이는 외모가 판을 치는 데엔 일부 몰지각한 의사의 얄팍한 상술이 한몫 하고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서양 마네킹 같은 얼굴을 선호하는 젊은이를 부추겨 마구 칼질해대는 이른바 '인간 조각가'들 말이다.

이들 조각가가 가장 자주 손을 대는 곳이 얼굴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코.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의 코는 낮고 코볼이 넓다. 따라서 콧구멍이 넓어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 이 넓어 보이는 콧구멍을 좁혀서 계란형으로 바꾸려는 젊은이들 때문에 죽어나는 게 바로 코뼈다.

오죽하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고객은 전국민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물론 교통사고나 격한 운동 등 불의의 사고로 코뼈가 무너진 경우엔 논외(論外)다.

예컨대 심한 다툼 뒤에 코뼈가 골절이 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골 유합(癒合)에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비뚤어진 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성형수술을 골 유합 이전인 7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이 문단은 한 권위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실제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코뼈 골절이 X선 상에 잘 나타나지 않거나 진단이 애매한 경우엔 코뼈가 휜 채로 남기 쉽다고 털어놓는다.

콧구멍을 만들어주는 코뼈는 텐트로 말하자면 지지대다. 이것의 높낮이에 따라 동·서양인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중요한 지지대를 무작정 일으켜 세우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술 후유증은 차치하고 '코만 서양인'이 돼 버린다는 말씀.

동양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수(固守)하지 않으련가. 생긴 대로 살아보자는 얘기다. 웃기지 말라고? 그렇다. 각종 면접시험을 봐도 얼굴부터 쳐다보고 선을 봐도 오똑한 코를 선호하는 게 우리 사회의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은 조화와 균형에 달려 있다"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을 곱씹어 보며 지금 거울 앞에 서보자. 그리고 외치자. "나는 나!"라고. 이게 조상들이 그토록 강조해마지 않는 '뼈대 지키기'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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