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찾아서> 열대어의 추억, 대리만족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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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열대어의 추억, 대리만족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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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는 중에 발견한 몇 가지 느낌표

1. 열대어네 집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한 편의 詩)

내가 그들 곁으로 가면
밥 달라고 아우성
손 닿을세라 부리나케 튕기는
치어(稚魚)들의 몸부림,

먹이인지 적인지
내 살 쪼아대는 그네들의 놀이,
엉겁결에 새 살이 돋았다 사라진다.

시간따라 출렁이는 물결의 삶, 삶들.
약한 고기는 죽어서 힘센 이들의 밥이 되고
힘센 이들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
몸부림 사라진 그들의 오만한 몸짓.

그러나 오늘도
내가 그들 곁으로 가면 밥 달라고 아우성
닿을세라 부리나케 튕기는 성어(成魚)들의 안간힘.
- 전창수

^^^▲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한 장면
ⓒ findingnemo.co.kr^^^
2. 열대어의 추억

니모를 보다가 문득 과거에 내가 키우던 열대어들이 생각났다. 지금도 키우고 있기는 하지만, 전처럼 성심성의껏 돌보지 않아 대부분 죽어나가고 지금은 단 한마리만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과거에 내가 키우던 열대어들은 무척이나 잘 자랐다. 어느 날은, 물을 갈려고 하는데 열대어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블랙테트라였는데,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고 숨을 쉬지 않아 죽은 줄로만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항 속에 집어넣었더니 그대로 가라앉나 싶었는데, 그는 영화 속에서 기절했다가 퍼뜩 눈을 뜨는 말린처럼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 속을 헤엄치는 것이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는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포착해내어, 애니메이션으로 잘 형상화시켰고 그것은 또한 예측 못할 상상력의 즐거움을 준다.

3. 대리만족

가끔, 대리만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본다. "대리만족"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주는 부정적 측면 역시 무시하지도 못한다. 때때로 부모의 이기심이란 이런 대리만족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할 꿈을 자식을 통해 대신 이루고 싶다는 생각. 때때로 그 감정은 자식을 끝없는 궁지로 몰아넣기까지 한다.

그러나, 니모의 아버지 말린은 "대리만족" 대신 "과잉보호"를 택한다. 그것은 어쩌면, 대리만족이라기보다는 자기만족적인 부성애다. 코랄과 또 새로운 새끼들을 부화도중에 모두 잃고 실의에 빠진 말린은 단 하나의 자식인 니모를 얻는다. 그러므로, 말린이 추구하는 자기만족적인 부성애는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삶이란 늘 퇴보하기 마련이다. 자식이 자라면, 그의 나이를 인정해야만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식애다.

<니모를 찾아서>는 니모의 여행과정을 통해서, 아버지가 자식을 키우면서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 땅의 "아빠"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반항기의 청소년들이나 좀 성숙된 어린이 등은 이 영화를 통해 감히 "항거"하지 못하는 아빠에게 대항해 자신을 멋지게 보여주는 니모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의 관점이 아빠인 "말린"에게 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식인 "니모"에게 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은 또한 아빠인 "말린"이다. 말린을 통해 강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면, 말린이 불사신이라는 설정을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의 권위를 이 영화가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4. 꿈

시간이 지나면 꿈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세상이 아무리 오라고 손짓하여도, 현실이란 굴레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희망을 잃고, 또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산다. 그러나, 세상이 밝아야만 하고 밝을 수 있는 이유는 있다. 니모와 같은 모험심 가득한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자기만족적이라기보다는 "건강한 대리만족"이다. 니모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게 되고 또 그로 인해 삶의 엔돌핀이 파악팍 돌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절망하는 그대. 인생이 재미없다고 지루해하지 마라. 세상엔 "니모를 찾아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재미있는 영화들이 너무나 많다.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삶도 무궁무진하다. 말린이 니모를 찾듯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언젠간 쨍하고 해뜰날 있을 것이다. 아, 이 무슨 얼토당토 않은 인생교육이냐고 퉁명스럽게 묻지도 마라. 나, 이 사람. 지금 이순간을 무지하게 즐기고 있으니까. 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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