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와도 같은 공포〈장화,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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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와도 같은 공포〈장화,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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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강한 공포가 온다!

 
   
  ▲ <장화, 홍련>포스터
ⓒ 2003 마술피리
 
 

김지운 감독은 천상 공포영화 감독이다. 98년 자기가 직접 쓰고 연출했던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그의 근작이었던 <메모리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공포심에 대한 갖가지 유형을 독특한 시각으로 선보인 몇 안되는 감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충무로에 불어닥친 코미디 영화의 붐은 김지운 감독의 필모그라피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이런 영화판을 비웃기라도하듯 자신만의 공포를 또 한 번 준비했으니, 바로 <장화, 홍련>이라는 공포영화이다.

영화 <장화, 홍련>은 우리 전래 동화 중에서 가장 잔혹하다고 알려진 <장화홍련전>을 그 모티브로 삼고 있다. 본디 동양의 공포영화와 서양의 공포영화는 그 태생적 특징부터가 다르다. 그건 잘 알고 있듯이, 동양은 ‘한(恨)’이란 단어가 주는 원혼을 추적해나가는 심령을 다룬 반면 서양은 하드고어와 같은 피범벅의 영화나 살인마가 등장하여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슬래셔 무비가 대부분이다.

좋은 본보기로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인 나카다 히데오의 <링>이 다시 드림웍스를 통해 리메이크되면서 사다코의 원혼적 이미지가 우물에 한 번 헹궈진 듯 미지근한 가족사로 둔갑한 것은 분명 그들과 우리의 정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공포는 조금 다르다. 이미 그 시도는 <조용한 가족>의 기괴한 산장에서도 시도된 바 있으나 이러한 무대는 ‘계모’가 주는 한국적인 공포의 정서를 등장시킴으로서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다면, ‘계모’란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수많은 동화와 이야기를 통해서 '계모'는 속박당하거나 속박되어질 수 밖에 없는, 밑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워야만 잠시 평화스러워지는 기형적인 가족관계라고 여겨왔다.

그것은 편견이 가져다주는, 실제와 환상이 가져오는 ‘계모’메타포의 한 유형이 우리에게는 마치 ‘사스’와도 같은 전형적인 공포심으로 화한 까닭이다. 김지운 감독은 바로 이러한 이미지에 착안한 듯 하다. 또, 교외에 지어진 외딴 집에서 살고 있는 기형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네 가족의 구도는 그럴듯한 공포심의 포장이 아닌, 폐쇄된 밀실공포를 감행하기에는 매우 충분하다.

일견 <조용한 가족>에서의 산장 구도와 비슷한 설정으로 보이지만, 분명 이번에는 다르다. <조용한 가족>에서는 우연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일어난 손님과 가족과의 마찰이 살인을 부르고 그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인간 군상들을 보여 주었다면, <장화, 홍련>은 가족들의 관계가 처음부터 엉클어져 있어 갈등이 내재함을 관객들이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기나 긴 요양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수연(문근영 분)과 수미(임수정 분) 자매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일본식 목조 가옥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새엄마 은주(염정아 분)는 이들 자매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새엄마를 거부하는 이들 자매는 더욱 더 기댈 데가 없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한편, 아버지 무현(김갑수 분)은 이들 자매에게 무관심하고 점점 음산한 기운이 퍼지는 이상하고도 기괴한 집에서 점점 괴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때문에 새엄마 은주는 미쳐가게 되는데 동생 수연을 지키기 위해 탈출하려는 수미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영화 <장화, 홍련>은 수연과 수미 자매 사이에 불쑥 끼어든 새엄마 은주의 심리 상태가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집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맞물려 더욱 극한의 공포를 창출해내는 데 일조한다. 이는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에서 점점 비뚤어져 가는 인간들이 과연 ‘소통’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공포영화라는 장르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장화, 홍련>을 보면서 손쉽게 그들과의 공포와 조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 를 끝내고 호러 퀸으로 돌아 온 염정아와 수미로 분했던 임수정의 연기는 영화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에 더없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가을동화>로 우리의 뇌리엔 언제나 눈물 많은 소녀로 남아있는 문근영의 커다란 눈은 이번에도 우리를 비탄에 빠지게 할 것이다.

심호흡을 하라. 그러나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말아라. 우리들에게 다가 선 ‘사스’와도 같은 전염성 강한 공포가 진하게 스밀 때까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절대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된다. 그만큼 이 영화의 전염성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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