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지워지지 않는 '춘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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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지워지지 않는 '춘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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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새롭게 탄생한 <아리랑>의 오마주

^^^▲ <아리랑> 포스터
ⓒ 시오리엔터테인먼트^^^
일제시대, 경성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전신이상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영진(노익현 분)은 일본 순사나 그 앞잡이만 골라서 골탕을 먹이는 행동으로 소작농인 아버지의 근심을 사게 된다.

누이인 영희(황신정 분)는 대학생 현구(이필모 분)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악덕 지주의 아들인 기호(최대원 분)가 치근덕 거리는 바람에 괴로워한다. 한편, 영진은 기호가 영희를 겁탈하려 하자 낫을 들어 살인을 저지른 뒤에야 제정신이 돌아오게 된다.

새롭게 개봉한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은 최초로 남북한 동시개봉이라는 성과를 올린 작품이다. 이는‘춘사 나운규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더불어 이 영화를 가장 빛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2003년판 <아리랑>은 당시 춘사가 제작한 원본이 실재하지 않은 까닭에 이를 보았던 사람들의 입으로 구전되어 온 내용을 근거로 만든 전작들과 내용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 <아리랑>은 ‘극장 안이 눈물바다가 되었고 모두가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는 구전과 기록에서 보듯이 1926년 개봉 당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작품이다. 그러나, 이제는 <매트릭스>의 전범으로 자리 잡은 블릿 타 임도 전혀 신기해하지 않는 초절정(?) 영상 구현 시대에 살 고 있는 관객들을, 제작자는 전혀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계 산에 도달하게 된 것 같다. 바로 원작의 충실한 재현이냐, 아니면 새로운 해석이냐의 딜레마가 그것이다.

본디 원작이 빼어난 작품이라면 그 작품을 기억하는(구전을 통하여 알고 있거나, 혹은 본 내용을 기억하는 대다수의)사람들에게는 전자의 사유는 매우 힘들기 마련이다. 이는 히치콕의 <사이코>를 구스 반 산트가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을 본 관객들이 참을 수 없어 하는 이유와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전자와 후자를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 해답은 다름 아닌 ‘변사’가 등장하는 시대적 복고를 추앙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춘사에 대한 ‘오마주’의 형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렇다 할 깊은 실의라든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그것은 관객에 따라서, 혹은 각각의 구미에 따라서 다른 문제이겠으나 원작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다수의 관객들(1920년대에 이 영화를 보고 같이 웃고 울었던 나이 많으신 분들을 빼고!)은 차라리 <아리랑>이 새로운 해석을 가늠해주길 기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본디 무성영화로 태어난 원작에 대하여 아낌없는 경의를 표한 지독한 작가주의 영화가 아닐지언정, 이 영화는 순전히 ‘착한’영화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은 분명하다. 초당 18프레임으로 돌아가는 스크린을 따라가다 보면 종래 영화를 기발하게 전복시킬만한 ‘변사’최주봉의 입담은 이 영화가 새롭게 무게지운 아날로그식 재미이며 원작에 대한 이두용 감독의 독창적인 변주곡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춘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당시 심금을 울렸던 <아리랑>의 상징주의를 제대로 복기하지 못하고 후반부에 나오는 시퀀스만 가지고 해학적(우리는 이 ‘해학’을 지금 불고 있는 코미디의 한 형태라 하자)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또한, 영화 <아리랑>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우리도 이제 조금씩 영화사를 정리할 만큼의 선구자적 감독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를 위한 영화가 다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것이 단지 시대를 타넘어 제 나름대로 변주되어진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 속에는 춘사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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