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통해 비자금을 무더기로 조성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비자금 용처 수사가 대선자금 재수사로 번질지 주목된다.
한나라당도 최근 ‘글로비스 비자금이 대선자금에 쓰고 남은 돈이고,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돈은 정칙자금의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2004년 종료된 대선자금 수사의 재개 가능성을 높게 해준다.
현대차가 2001년부터 올해 3월까지 5년간 글로비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은 753억여원인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 중 대선이 치러진 2002년 한 해 동안 전체 비자금의 60%가 넘는 480억원이 조성돼 대선을 앞둔 수개월 사이에 200억원이 빠져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200억원이 대선자금 용도로 정치권에 제공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정 회장도 28일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고 하지만 대선자금에 쓴 것 말고도 회사 경영을 위해…”라며 일부 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에서 확인된 현대차그룹의 불법정치자금은 한나라당에 전달된 100억원과 열린우리당에 제공된 6억6000만원으로 모두 합쳐 106억원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운 의혹’ 대상으로 불거진 200억원이 대선 당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선자금 수사의 부실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고(故) 정주영 회장의 개인돈이 정치권으로 전달된 것으로 결론내고 대선자금 수사를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이 ‘대성공’이라고 자평하던 대선자금 수사를 다시 할 경우 검찰 안팎에 엄청난 파문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비자금이 정치권에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태세다. 특히 정ㆍ관계 로비를 진두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검찰은 기업관련 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비자금 용처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는 로비 대상이 나오는 대로 한다.
오해를 하든 말든 관계없다”며 정치권의 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법정치자금 단서가 포착되면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에서 발견된 200억원의 용처 수사가 정치권에 치명타를 가할 뇌관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