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은 숫자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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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은 숫자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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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미디어포럼 논평

최근(2016년 11월 이후), 많은 언론매체에서 ‘100만’이라는 숫자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광화문을 가득 메운 100만 인파” 또는 “100만개의 촛불”과 같은 표현들입니다. ‘100만’이라는 숫자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촛불의 갯수나 인원수를 헤아려 보았기 때문에 나온 숫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100만’ 이라는 숫자 못지않게, 누가 그 숫자를 헤아려 보았는지도 중요합니다. 대개의 경우 집회에 참석한 사람의 숫자를 발표하는 기관은 경찰입니다. 물론 경찰의 집계도 반드시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집회인원을 파악하는 공식적인 국가기관입니다. 그리고 인원을 파악하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회현장에서 기자가 인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숫자는 경찰의 발표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집회 참가자를 보도하는 기자의 대부분은 경찰발표를 무시합니다.

경찰발표는 기자들이 말하는 숫자의 1/4 이하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두 가지 경우에 의해서 발생됩니다. 첫째는, 시위참가자들의 숫자를 부풀리고 싶은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기자들 때문이며, 둘째는, 그런 기자들의 위세에 눌려서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한 소신없는 언론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기자가 아니라 선동가((煽動家)이며, 후자는 기자가 아니라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小市民)일 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때 그 현장에 기자는 없고 선동가와 소시민만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가 없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거짓과 힘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됩니다.

언론을 통해 ‘100만’이라는 숫자를 접하는 독자와 시청자 중에는 그 숫자가 ‘100만’이 아니라 ‘200만’ 또는 ‘300만’ 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갖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도 병원에서 자신의 혈당수치나 혈압의 수치를 마음대로 올려서 처방하는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의사는 적어도 그런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환자가 식사를 마친 직후 혈당을 재는 의사와 근거없이 ‘100만’을 외치는 기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양자의 공통점은 자신의 사익을 위해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거나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독자나 시청자를 흥분시킨다는 것입니다.

근거없이 또는 근거를 조작하여 남을 흥분시키는 사람의 목적은 반드시 자신의 숨은 이익을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든 뒤에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야바위게임에는 구경꾼이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바람을 잡는 바람잡이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근거가 희박한 숫자로 선동을 하는 장소는 커다란 야바위 게임장입니다. 게임장에는 게임판을 벌이는 딜러와 손님을 끌어 모으는 바람잡이들로 득실거립니다. 바람잡이 중에는 자신이 바람잡이 인줄도 모르고 이용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마이크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거리에 100만 명이 모여 있습니다.” 또 조금 더 약은 바람잡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최측의 발표에 따르면 오늘 집회에 100만 명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최측”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도 누가 주최측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2016년 12월 29일
미래미디어포럼

*미래미디어포럼 : 바람직한 미디어세상을 연구하는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입입니다. 회장은 이상로이며 MBC 출신의 대학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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