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제1회 일본 영화제 포스터 ⓒ 메가박스^^^ | ||
본래 보고픈 영화는 'SO WHAT, 학생아내 남몰래 울다, 희극 여자는 남자의 고향이에요'였으나 지난 5일 동안 삶의 현장에서 피로해진 몸을 쉴겸 바로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다. 관객은 '돌연히, 폭풍우처럼'(1977년작, 쇼치쿠社)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감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과반수 이상의 젊은 관객에게 약간 오버스럽고 오래 전의 방화 시리즈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의 지극히 정상적이면서도 틀에 박힌 스토리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중간중간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청바지 청재킷 차림의 고 히로미가 등장하며 당대 청춘스타였던 아키요시 쿠미코의 소녀적 외모는 영화 '품행제로'에 출연했던 TTL 소녀 임은경을 닮았다.
젊은 날에 폭풍우처럼 지나간 사랑, 이별, 그리고 진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는 제인에어처럼 살아가는 간호사 유키(아키요시 쿠미코 분)와 삼류 건달 히데오(고 히로미 분)의 만남부터 시작된다. 속도가 나지 않은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히데오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자기와 달리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여주인공 유키를 알게 되고 친구 다카하시의 팬티 도둑사건을 계기로 다시 만나 동거까지 이르게 된다.
영화의 OST로 사용된 음악이나 배경, 주인공의 인생역경 그리고 로드 무비적인 성격까지 1980년대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등 1970~80년대 주 장르가 되었던 국내 청춘 멜로영화를 보는 듯해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일본 영화의 교집합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
만남, 동거, 임신, 중절(유산), 결혼, 방황 그리고 이별에 이르는 20대 초반의 청춘들의 삶과 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영화 '돌연히, 폭풍우처럼'은 임신중절을 네 번씩 하는 주변인물이 등장하는 유키의 산부인과부터 꿈을 잃어버린 유키가 흘러드는 유흥가까지 현대의 페미니스트 아니, 스크린 앞에 앉은 대부분의 관객에게 납득하기 힘든 장면들이 재현된다.
히데오와 동거를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유키는 소설책 '제인에어'를 받고 좋아하며 제인에어처럼 성실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나간다. 아마도, 당대에 서구문물을 받아들인 일본 여자들이 유키같은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과 함께..
"나 한테도 고향 같은 건 없어"
이들 청춘의 첫번째 고비는 고향이다. 건달 생활에 익숙한 히데오와 성실한 유키가 향한 유키의 고향은 유곽생활로 피폐해진 유키의 엄마의 모습을 통해 불길한 조짐을 예고한다. 오래 전 엄마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고향 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위기의 유키를 구하는 히데오, 그리고 히데오의 품에 안겨 자신에게도 고향은 없다는 유키의 고백에 이은 멜랑꼴리한 배경음악. 힘든 과거를 잊고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젊은 청춘에겐 이렇게도 장애물이 많다.
![]() | ||
| ^^^▲ <돌연히, 폭풍우처럼>의 주인공 히데오와 유키 ⓒ 메가박스^^^ | ||
유키가 히데오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자 결혼은 아직 이르고 아이를 지우자는 히데오. 아이를 끝까지 낳겠다며 유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지났을 때 들려오는 교통사고 소식. 유산이 되고 만 유키에게 죄책감을 느낀 히데오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다시 범죄와 건달의 길을 택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청춘들에게 다가오는 두 번째 유혹은 돈.
이 장면은 영화 <오! 브라더스>의 상우(이정재)와 봉구(이범수) 콤비를 떠올리는 데, 친구 다카하시와 2인조로 사기 행각을 벌이던 히데오는 야쿠자의 정부를 위협하게 되고 그 동안 사기행각으로 벌어 놓은 병원비마저 털리고 서투른 사기수법으로 교도소 신세까지 지게 된다. 간신히 불기소 처분으로 풀려나온 히데오가 동거하던 집을 찾아갔으나 자신을 기다리다가 정신착란까지 일으켰다는 유키가 떠나버린 후이다.
이 장면에서도 우리 영화 <별들의 고향><고래 사냥> 등에 나왔음직한 익숙한 멜로디가 배경으로 흐르며 방황하는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히데오는 택시 기사 생활을 하고 유키는 유흥가를 전전한다. 어느 날, 손님과 온천에 놀러간 유키와 히데오의 운명적인 만남.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운명적인 조우에 맞게 슬로우 모션과 함께 둘이 만나는 모습을 정지 영상으로 담았던 것. 아마도 당대에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눈물을 수없이 흘렸을 대목에서 웃음이 나오는 건 노련해진 국내 관객들이 미리 예상한 스토리텔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히데오는 그녀의 곁엔 남자가 있어 결혼한 것으로 생각한 유키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만세'를 부르며 떠나 보낸다.
우리 영화에서도 수 차례 이러한 설정이 있었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 영화를 연출한 야마네 나리유키 감독은 일본 청춘 영화의 기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는 '쇼치쿠社'로 1920년대 이후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로 청춘 멜로영화 장르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라고 한다.
최근 국내에도 80년대 청춘 멜로물로 유명세를 탄 이규형 감독의 신작
관객이 철저히 그 때의 감성으로 돌아간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제인에어>의 여주인공처럼 살아가는 영화 속 유키가 보여주는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디지털 시대 속에 무료함과 피로함으로 지친 현대인들은 삶에 대한 자극적인 활력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