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은 이대로 사라지는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풍납토성은 이대로 사라지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택거래신고제와 문화재 보존


지난 9일 건설교통부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택거래신고지역 부분 해제와 지방도시의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정책 탄력운영 방안을 확정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퐁납동, 거여동, 마천동과 강동구 하일동, 암사동, 길동, 강남구 세곡동 등 7곳을 해제한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이와 함께 논평으로 해제된 곳은 대부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거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및 녹지 지역으로 묶여 있어 이중 규제를 받는 곳이어서 가격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건교부는 문화재보존구역임을 알면서도 해제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약올리는 건가?

풍납동과 암사동

문화재를 공부하는 본인의 입장에서 앞서 말한 기사 중 두 곳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풍납동의 경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풍납동은 최근 '영어마을'이라는 곳을 모 은행 부지에 만들고 현재 시행중이다. 관련 논평을 내면서도 밝혔지만, 풍납동은 우리 문화의 시원이 되는 열쇠를 지닌 곳으로 앞으로 발굴이 필요한 곳이다.

그런 곳에 외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영어 마을이 문을 열고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문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아가 개발을 위해 주택거래신고제를 해제한다고 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90년대 풍납동의 보존에 불씨를 제공한 모 교수는 "이곳 아파트를 보고 이렇게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어떻게 문화재가 안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앞으로 이 지역은 한성 백제와 백제를 알기 위해 지역 자체를 보존 지역으로 묶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신대의 한 교수는 이곳 공사현장에서 한성백제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자 발굴을 시작했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한신대 측에서 보존한 지역 외에도 10여 곳이 넘는 곳이 발굴 지역 보존을 위해 현재 나대지도 형성돼 있다.

한동안 풍납동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보존을 위한 추정 비용 4천억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시끄럽게 논쟁을 벌였다. 그런 논쟁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영어마을이 생기고 또 주택거래신고제가 해제된 것이다.

암사동도 마찬가지다. 선사유적지가 발견되면 그 일대는 개발 제한으로 묶여 땅을 가지고 있는 소유주들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주택거래 신고제가 해제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앞서 건교부와 정부는 분명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발표를 하기 위해 그곳을 선택했다. 풍납토성 문제를 아는 사람 일부를 제외하면 그곳이 개발이 도저히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곳을 모르기에 생색내기에는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풍납토성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풍납토성 옆에 집이 붙어 있는데 그곳은 향후 문화재 보존 관련 법률에 의해 개발에 제한을 받게 되어 있다. 괜히 재개발하려다 발굴 비용만 지불하는 일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실측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개발시 일정 평수 이상이 아닌 경우 자비로 발굴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문화재가 발굴된 곳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재가 나올 것이 두려워 재개발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발굴비용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 현재 풍납동에 있는 고층 아파트와 같은 대 개발이 이뤄질 경우, 또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대해서 명분을 얻었을 경우 그곳에 아직 매장되어 있는 많은 문화재들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 풍납동 주민 재산권 관련 시위 모습^^^

풍납동 주민 재산권 위해 토지 매입해야

우리 나라에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한 지역은 아마 경주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경주의 경우는 수십년전부터 지금까지 발굴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발굴이 언제까지 이뤄질지 모른다.

필자는 서울시와 문화재청에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사라져 가는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영어마을을 없애고 주민들의 모든 땅을 사들여 주민들의 재산권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그 지역을 고고학-한성백제 테마파크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또한 개발을 하면서 풍납토성 안의 발굴을 함께 벌여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발굴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개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싶다. 발굴은 발굴대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발굴 지역 중 일부 지역에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많은 사람들에게 발굴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말로만 무성하게 나돌던 한성백제박물관을 곁에 두어 제대로 된 문화유적 지역을 형성하는 것은 또 어떨까? 물론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은 단계적으로 들이고 외자를 들여 충당하면 된다. 유네스코와 같은 문화재 보존 기구들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는 현재 고고학의 불모지이다. 인문학이 사라지고, 특히 인문학 중에서도 사학과 고고학, 미술사학이 없어진 나라다. 이공계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선진국으로 가려면 정신문화를 보존하며 과학과 이공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여론몰이식으로 이공계를 살리자고 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이공계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이 걸릴지, 수십 년이 걸릴지 그 이상이 걸릴지는 모르는 막연한 이야기지만, 한번쯤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무모한 일을 위해 노력하는 통치자와 정치인이 나왔으면 한다.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꼭 들른다는 경주, 박정희라는 사람이 나와 돈 걱정하지 말고 보존하고 관광도시로 만들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날 경주가 있을까? 이는 그 이후 보존과 문화산업 개발을 위해 벌인 공주와 부여의 경우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는 문제다.

90년대 말 우리는 풍납토성 보존을 부르짖고 싸웠다. 그 순간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순간 사라진 문화재는 영원히 복원될 수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eP 2004-12-04 16:02:49
기사관련 풍남토성의 위치 ePosition 지도보기

[eP] 풍납토성#이고시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