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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길들여진 남편이 좋아 ⓒ 박청자^^^ | ||
여자의 짝이 되어서 사는 남자를 '남편'이라고 한다. 반대로 '여편네'는 여자들의 무리를 말하고 남자와 짝을 이루고 사는 여성들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소 비속적인 뉘앙스의 말이 된다.
'남편'이라는 말은 '여편네'라는 말보다 친근한 말로서, 여편네보다는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그 이유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여편네라고 하면 다소 비하하는 말이 되어서 사용을 잘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여편네라는 말을 잘 안 쓰지만 여성들은 남편이라는 말을 자주 씀으로써 그것이 보편화되고 상용화되어서 친숙한 말이 되었다. 그러한 말에 '그래도 길들여진' 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서, 책을 읽어보기 전에 이상한 생각을 갖게 하는 책제목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의문점이 살아진다.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이 다음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남편과 다시 결혼을 하겠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모두가 지금의 남편과는 지긋지긋 해서 다시 결혼을 안 하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 유독 한 여성이 다시 결혼하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태까지 좋으나 싫으나 자식 낳고 살면서 길들여진 남편인데 어떤 사람을 또 길들여서 살겠느냐는 것이 그 대답이다.
아주 간단하고 소박한 우스개 소리지만 이 것을 책제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다소 특이하다. 책제목을 어떻게 붙일 것이냐에 대해서 많은 작가들은 고심을 한다. 그 이유는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글의 뉘앙스를 제목에서 찾고 혼자 생각하며 나름대로 판단하고 글을 읽기도 하고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책제목을 정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형식적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주제를 집약 풀이한 것이나, 문장의 줄거리를 압축 집약한 것, 문장의 목적을 내세운 것, 명사를 찾아서 붙이는 것, 철학적 종교적 수사를 사용한 것, 봄, 가을 계절을 사용한 것, 사랑이라는 단어와 연관된 것, 미사여구를 찾아서 사용한 것, 은어나 비유를 사용한 것, 꽃, 새 이름을 사용한 것 등등, 모두가 취향이고 선택적이지만 필자는 다소 특이한 책제목을 선택했다.
이러한 책제목처럼 수필가 박청자는 이번 수필집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일정 틀이나 형식 없이 수필적 사고로 담담하게 그렸다. 이러한 기법은 너무 흔한 이야기 체로 쓰기 때문에 재미가 없고 경직되기 쉽지만 그렇지 않도록 잘 소화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자기 자랑을 하거나 훈계적인 글들이 다소 보이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그 한계를 지키려는 흔적이 보이고, 일상에서 체험한 일들과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인간의 귀거래사를 서두에 썼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본질적 이치를 말하고 나이가 먹을수록 동심으로 빠져드는 점을 독백한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동심으로 돌아가려는 흔적도 보인다.
멀쩡한 고무신을 엿과 바꿔 먹은 이야기나, 바느질 어머니와 짚신장수 이야기, 홍두깨와 도깨비 같은 이야기들이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에 흔하게 있었던 일이지만 필자는 그것을 아주 진솔하게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에 충분한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읽어보면 이해가 가지 않고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들처럼 보이는 글들이지만 그게 원래 우리의 삶이었음을 보여준다. 가난해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애상이 담긴 이야기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고 그런 이야기들을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 점을 공감하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우리 조상들이 농기구로 사용했던 멀쩡한 낫과 삽, 호미, 심지어는 부엌칼까지도 엿으로 바꾸어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장간으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고철을 훔치고 새로 만들어 놓은 농기구들을 훔치면서 엿장수를 짜릿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읍내의 먹거리 장터를 지날 때마다 왜 그렇게 먹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필자는 그런 점들을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잘 그리면서도 이제는 낯설어 지는 이유를 변명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농촌에 없고, 기계화로, 더 좋은 전자매체의 놀이문화가 그것을 잊게 하고 있어서 더욱 애정을 가지고 읽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동심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엿을 바꾸어 먹던 농기구들도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가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지는 지도 모른다.
등교 길에 소품을 팔던 가게를 기웃거리고 방황하던 시절도 그리워하게 된다. 한가롭게 툇마루에 앉아서 긴 담뱃대를 빨고 있는 할아버지,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토속 음식들, 가족들이 긴 나무의자에 앉아서 담소하며 즐거워하던 모습들을 그려보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노년이 되어서 그 때의 심정을 생각하면 혼자서 쓴웃음을 짓게 되지만 그 시절이 정말로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집에서 그러한 애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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