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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 가지에 매달린 감 ⓒ 이화자^^^ | ||
해마다 이맘때면 늘 오후 시간에 나니니던 곳을 찾곤 한다.
겨울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한떼의 아기 새들이 포르륵 포르륵 날아다니는 자연의 맑은 소리를 듣다보면 내마음에 찌꺼기들이 그 맑은 소리와 함께 묻어 저 높은 겨울 하늘 위로 날아가버리는 것같아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항상 상쾌한 길이다.
반복되는 사계절이지만 겨울이 좋은 이유는 겉치장을 벗어 버린 솔직한 모습 때문이다. 오늘도 늘 다니던 길을 참 오랜만에 걸어본다. 그동안 정신없이 그 무엇엔가 매달려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하루 하루를 지내왔는데, 오늘 하루쯤은 인적이 드문 이 산길을 호젓이 걸어본다.
겨울 계곡은 건조한 탓에 발 아래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으로 새들이 이리 저리로 포르륵 날아간다. 놀란 꿩 한 마리가, 그것도 큰 놈 하나가 덩치만큼이나 둔탁하게 내머리 위로 날아간다. 나무들이 옷을 벗어 버린 탓에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가는 모습을 선명하기 볼 수 있다. 어느틈에 앞산으로 날아가더니 그새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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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섯살아 있는 나뭇가지에 돋아난 버섯 ⓒ 이화자^^^ | ||
산 길목엔 바람에 쓰러진 나뭇가지에는 이름 모를 버섯이 이만큼이나 자랐다. 나무는 죽어서도 제 몸의 자양분을 버섯으로 내보이는데 사람은 죽으면 어떤 흔적으로 남는가? 문득 그것이 궁굼했다.
지금쯤 도시 한모퉁이에는 상혼이 얼룩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많은 물질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가난한 연인들은 휘황한 쇼윈도우를 쓸쓸히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질이 주는 그런 만족감도 사람을 살맛 나게 하지만 이 산촌에서 조용한 산길을 걸어 보는 것도 마음을 헹구어내고 비워낼 수 있지않을까싶다. 그 반복 속에서 혹시 자신이 헛된 욕망에서 허덕이지나 않았는가 반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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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섯2나무는 죽어서도 제몸에 그 무언가를 남긴다 ⓒ 이화자^^^ |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후회하고 그리고 추억을 더듬으면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심정은 벗어나고 싶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혹시 내 욕심으로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혹은 너무 무리하게 일방적인 요구를 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해본다.
사람이 살면서 피치 못하게 부탁하는 일도 있고 피치 못하게 들어줄 수 없는 것도 있으리라 해서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누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고 혹시라도 나로 인해 부담 내지는 피로감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그런 염려를 하곤 한다.
어떤 일에 몰두해 있을 때는 그와 같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오늘 같이 한적한 겨울 산길을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간 일상의 일들을 되짚어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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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볏단을 거두는 농민빈 들녁에서 겨울 가축먹이를 장만하는 농민 ⓒ 이화자^^^ | ||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소중히 아끼는 사람에게는 그 무엇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그냥 소중한 것들은 그저 소중한대로 깊이 숨겨놓고 혼자서 오래도록 음미하면서 가끔 외롭거나 고달플 때마다 아무도 몰래 열어보는 것이라고.
사람은 특히 더 잘 간수 해야 한다. 요즘처럼 정말 아끼고 지켜줘야 할 고귀함을 함부로 짓밟는 시대에는 그런 마음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요즘 언론이나 방송이나 지키고 소중히 다루어야 될 많은 것들을 시장성 내지 돈벌이를 위해 함부로 지면이나 화면 위에 올리는 것을 볼 때면 정말 저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린 지금 겨울처럼 발가벗겨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숨겨져서 드러나지 않는 신비스러움은 이미 없어지고 그저 양파껍질 벗기듯이 다 발가벗겨서 지면 위나 화면 위로 내동댕이쳐지는 걸 보고 있다. 그것도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다는 구실로.
정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다. 정말 저런 건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혹시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욕망이란 놈이 불쑥 튀어나와 어느 순간 욕망이란 전차에 올라타 나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 난 이 겨울 산길을 걸으면서 조용히 나자신을 돌아본다. 나도 인간이므로 유혹에 빠질 수 있으므로 마음을 정화시켜며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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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른 나무가지 사이에 앉아 있는 새겨울에는 멀리 마른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새도 환하게 볼 수 있다. ⓒ 이화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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