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새해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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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새해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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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의 여행 이야기

 
   
  ^^^▲ 지리산 천왕봉 일출지리산 천왕봉 일출 직전의 서광
ⓒ 김봉수^^^
 
 

 

 
   
  ^^^▲ 지리산 천왕봉 일출지리산 천왕봉에서 맞은 1999년 1월 1일 새해 일출
ⓒ 김봉수^^^
 
 

 

 
   
  ^^^▲ 지리산 천왕봉 일출지리산 천왕봉에서 맞은 1999년 1월 1일 새해일출
ⓒ 김봉수^^^
 
 

내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꼽으라면 나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 산행'을 처음으로 꼽을 것이다.

1997년에서 1999년까지 3년간 매년 1월 1일이면 어김없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그 세번에 걸친 나의 지리산 겨울 야간산행중에는 에피소드도 많았고 느낀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괜히 감상에 빠져들곤 한다. 그 추위를 이겨가며 손전등 불빛을 따라 올랐던 그 겨울날의 지리산의 품속.

1997년 1월 1일. 지리산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올랐으며 그때의 지리산 풍경에 빠져 산은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학창시절 좁게만 살아온 내 맘속에 천왕봉에서의 조망은 내 인생관까지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일 처음으로 찾은 곳이 바로 지리산이었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난 그해 겨울 사촌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리산 운운하며 몇일뒤인 1997년 1월 1일을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일출과 함께 맞이하자는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일출이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함께 가자 했다.

1996년 12월 31일 오후 8시 두꺼운 점퍼와 내복, 후레쉬, 아이젠 등의 야간산행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김밥집에서 김밥 두끼분을 사서 같은 동내의 형네 집으로 가서 형을 태우고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중산리로 차를 몰았다.

연말 연시 여행객들로 고속도로도 초만원. 덕분에 차안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야 했다. 1997년 1월 1일 새벽 2시쯤에야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미 전국에서 몰려든 산꾼들로 주차장 역시 초만원 이었다. 겨우겨우 빈자리를 찾아 차를 주차하고, 서둘러 준비를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사실 중산리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 했으나 차가 밀리는 바람에 일출 시간에 늦지않게 천왕봉에 도착하려면 바로 산행을 시작해야만 했다. 새벽 2시 임에도 산 능선까지 길게 늘어선 손전등불빛을 보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마도 수천명은 넘을듯 보였다.

매표소를 지나 본격적인 지리산 야간 산행이 시작 되었다. 첫 야간산행. 그때의 야간 산행의 설래임과 경험은 내 여행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뒤로 한동안은 야간산행의 묘미에 흠뻑 빠져있었으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어둠 속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산속에서 오직 전등 불빛 하나만을 따라 산을 오르는 기분, 그 묘미의 참맛을 보았다. 마냥 기분이 들떠 한시간쯤 올랐을까? 잠쉬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위로 들었다. 그 별빛. 이건 뭐라 말할수가 없다. 그 어떤 글로도 표현할수없는 그런 아름다운 별의 풍경을 보았다.

그리고 칼바위를 지나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로타리산장을 지나 천왕봉으로 오르던중 우박을 만났다. 난생처음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덩어리를 맞아보았다. "이게바로 우박이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천왕봉에 다달을쯤 그 우박은 비로 바뀌었고 많은 인파들로 인해 겨우 오전 7시 쯤에야 천왕봉에 다달았다. 하지만 비 내리는 천왕봉에서 일출은 보지 못하였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에 망연자실하며 난 하산을 해야 했다.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하산길은 비에 젖은 옷 때문인지 너무도 추웠다. 체력도 너무 소모되어 기운도 없는 탓에 비 때문에 체온이 떨어져서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잠쉬라도 쉬면 체온이 더 떨어질까 두려워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 쉬지도 않고 걸어 내려왔다. 등산로마다 꽉꽉찬 인파들에 몰려 낮 12시쯤에야 중산리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렇게 일출은 보지 못하고 하산하였지만 새해 첫날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할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맘을 달래며 다시 차를 몰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집에 도착해서 바로 쓰러져 잠들어버린 나는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잠을 잤다. 나의 첫 지리산 새해 일출 야간산행은 그렇게 끝이났다.

"내년에는 꼭! 천왕봉에서의 새해 일출을 보고말리라..."

1998년 1월 1일. 나의 두번째 지리산 천왕봉 새해일출 맞이 도전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나와 함께했던 사촌형은 이제 거기에 가지 않겠단다. 아마도 너무 힘들었나보다. 그래서 난 혼자하는 겨울 야간산행은 좀 위험할것 같아 친구 둘을 설득해서 지리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중산리에 도착하니 1월 1일 새벽 1시. 간단히 주차장 앞 매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사먹고, 작년에 겨우 시간을 마추어 천왕봉에 도착했던 기억으로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불평없이 잘 따라 주었고.

오전 6시쯤 무사히 천왕봉에 도착했다. 해는 7시가 조금 지나야 뜨니깐 이제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행할때는 몰랐는데 여기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니 몸이 어는듯 추위가 느껴졌다. 그런 추위는 난생 처음이었다. 더구나 산 정상이라 바람은 또 얼마나 불던지.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친다.'

7시가 되어도 눈은 그치지 않았고, 이번에도 일출은 보지 못하였다. 벌써 두번째 새해 일출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뜨지 않았다. 하산중에 구름은 걷히고, 파란 하늘이 열리는데 그때 하늘이 얼마나 밉던지.

친구들도 기대가 컸겠지만 난 올해가 두번째 아닌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추위속에서 차가운 김밥을 먹으며 일출을 기다렸건만. 중산리에 도착하여 따듯한 커피한잔을 먹고, 따듯한 라면 한 그릇으로 서로의 맘을 달래며 다시 부산으로 차를 몰았다.

1999년 1월 1일. "올해는 기필코 천왕봉 일출을 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난 다시 짐을 꾸리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작년에 함께했던 한 친구와 함께 단 둘이 산행을 계획했다.

중산리에 도착하니 1월 1일 새벽 1시. 별이 빛나고있는 하늘을 보니 웬지 느낌이 좋았다. 인파들도 작년보다는 조금 덜한 것 같았다. 아마도 몇년간 천왕봉에서 새해 일출을 허락하지 않은 탓에 많은 이들이 올해에는 다른 곳을 찾은가보다.

매표소를 지나고, 다시 칼바위를 지나고 그렇게 순탄하게 4시 30분 쯤 로타리산장에 도착했다. 작년에 천왕봉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떨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로타리산장에서 휴식을 취하다 시간에 마추어 천왕봉에 오르기로 했다. 산장 아래 바람이 좀 덜부는 곳을 찾아 몸을 움추리고 잠을 청했다. 여기도 산이라 춥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바람만 조금 덜할 뿐이지.

그렇게 친구와 바짝 붙어서 한시간 남짓 자다가 일어나니 눈이 떠지질 않는 거였다. 깜짝 놀라서 눈을 마사지 해 주고 나니 다시 떠지는 거다. 아마도 추위 탓에 눈이 얼었던가보다. 사실 잠깐 자는 중에도 엄청 추웠다.

그렇게 6시 50분쯤 천왕봉에 도착하니 날씨가 제법 좋았다. "드디어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 천왕봉 일출을 보게 되는구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맘이 들떴고, 일출을 보기위한 장소를 물색했다. 그런데 이미 좋은 자리는 사람들이 꽉꽉 들어 차 있어 겨우겨우 자리를 잡았다.

7시를 조금 지나자 "해가뜬다!"라는 누군가의 큰 외침과 함께 하늘이 서서이 붉어오기 시작했다. 해발 1915m에서 내려다보는 하늘과 산들의 풍경은 정말 대단했다. 얼마지나지않아 한참 달아오르던 하늘이 드디어 기염을 토하기 시작했다. "와~!" 완전히 할말을 읽어버렸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하며 난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만 것이다. 이를 어찌 말로 표현할수 있으랴. 일단 사진기를 꺼내어 들고 여러 컷을 찍어 두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동해 물과 백두산이~~"하고 애국가를 크게 선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왕봉에 모인 천명은 넘을듯한 사람들이 모두 그에 마추어 애국가를 부르기시작했다. 완전히 감동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애국가가 그렇게 멋진 음악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마도 내인생에 최고의 애국가가 될것이다.

일출이 끝났음에도 난 그자리어서 쉬 떠날수가 없었다. 그때의 여운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잊혀지지 않는다. 버럭 눈물이란 것이 흐르려한다. 지나 3번의 산행을 돌아보니 눈물이 흐른다.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은 그렇게 끝이났다. 하산후엔 잠쉬 차에서 눈을 붙이고 부산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집으로 돌아와서 녹초가 되어 다음날 낮까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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