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그 쓸쓸한 소금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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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그 쓸쓸한 소금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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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소금마을'

 
   
  ^^^▲ 지금은 돌지 않는 수차, 밟으면 지금도 돌아간다
ⓒ 인천광역시^^^
 
 

그 누구와 헤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구로부터 잊혀진다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이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버려진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구가 애 터지도록 사랑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든,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삼라만상 중의 어느 하나이든, 헤어지고- 잊혀지고- 영원히 버려진다는 것만큼 안타깝고도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한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을 것 같은 그런 일들로 인해, 그 누구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하고 혹은 사랑을 받기도 하고 또 혹은 원망을 받으며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자연의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 대자연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대자연은 늘 그 자리에 그렇게 머물러 있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듯이 대자연은 우주 순환의 이치, 그러니까 늘 그렇게 음과 양이 서로 커지고 교차하면서 서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그런 순환의 이치에 순종할 뿐이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미치면 늘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대자연이 마침내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자연의 그 몸살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사람의 손길과 발길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쓸쓸한 공허, 가슴이 휑하니 뚫린 그런 갈대들의 슬픈 서걱임뿐이다.

순환의 이치를 떠난 대자연, 그리하여 잊혀지고 영원히 버림받은 대자연, 그 대자연의 안타까운 손짓과 발짓이 꼼지락거리고 있는 곳. 그리하여 마침내 다시 우주의 순환 이치에 순종하려고 허연 소금을 뒤집어쓴 채 비틀대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사람들에게 둥지 속의 알을 털린 채 슬프게 누워 있는 소금마을이다.

 

 
   
  ^^^▲ 사람들에 의해 버려진 쓸쓸한 염전
ⓒ 인천광역시 ^^^
 
 

황해의 중심이자 항구도시 인천 남동구에 속한 소금마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 짠돌이'이란 별명답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을 생산하던 천일염의 어머니, 그러니까 천일염 어머니의 탯줄을 끊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힘센 전국의 소금장수로부터 버림 받고 잊혀져, 군데 군데 허옇게 소금이 핀 얼굴에는 짭쪼롬한 슬픔만이 쓸쓸히 묻어나고 있다.

그래, 그냥 그대로 그렇게 쓸쓸함이 묻어나도록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래서 가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 소금마을의 황폐를 바라보며, 때로는 소금창고에 퍼질러 앉아 땅을 치며 통곡을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수차를 밟으며 문득 사람도 대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면 이렇게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반성할 수도 있었을 것을.

하지만 사람이 누군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바로 사람이 아니던가. 영리한 사람들이 한때 천일염의 보고이자 그 소금밭과 그 소금창고와 그 수차가 남아 있는 이 소금마을을 어찌 그냥 두겠는가. 그리고 그 염전의 쓸쓸한 추억과 역사가 서려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관광지로 사용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리라.

1999년 6월부터 '해양생태공원'이라고 이름표를 바꾸어 달게 된 소금마을... 이제 그 소금마을은 이전의 천일염을 밥벌이로 삼던 그런 마을이 아니다. 한때 버려졌던 그 소금마을은 이제는 인근 소래포구와 함께 인천 남동구의 명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사람의 손길에 의해 소금마을이란 그 허물마저 벗어버린 것이다.

그랬다. 그 짭쪼롬한 기억과 그 짭조롬한 추억의 잔상들을 현재까지 모두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금마을은 이제 해양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말이 좋아 해양생태공원이라 부르지만 이제 소금마을은 유명한 관광지나 다름 없다. 주말에 이곳을 한번 다녀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인한 엄청난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하므로.

한때 따가운 햇살 아래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만들던, 지금은 버려져 쓸쓸함만 감도는 염전과 그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저장하던 소금창고, 그러니까 폐염전과 폐염고를 바라보면 갑자기 눈이 시리다. 웬지 염전바닥에 퍼질러 앉아 한바탕 소리 내어 엉엉 울고만 싶다.

 

 
   
  ^^^▲ 담수 연못과 염전 학습장
ⓒ 인천광역시 ^^^
 
 

얄팍한 사람들의 마음 속만큼이나 좁아터진 폐염전 사잇길...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밭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죽은 염전들... 근데 왜 저리 황량해 보일까. 마치 학교를 파한 학교운동장처럼 텅 빈 저 공터, 아니 지금은 소금을 생산하지 못하는 저 석녀 같은 공터가 내 마음과 같아서일까. 아니면 시월, 깊어가는 가을날이라서 더욱 황량하게 보이는 것일까.

버려진 소금창고와 잊혀져버린 소금창고 사이에서 허리를 휘청 휘청거리고 있는 저건 석녀들인가? 갈대들인가? 아니면 배가 고파 죽은 죽은 소금장수들의 넋이 환상으로 보이는 것일까. 재수가 좋으면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떼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소금바람에 눈을 씻고 둘러보아도 참새 한 마리 짹짹거리지 않는다.

근데 희끗희끗한 저 것은 또 무언가. 마치 새벽에 내린 서릿발처럼 허연 저것이 당시 천일염이라 불리우는 그 유명한 소금이란 말인가. 한창 바닷물을 퍼올리며 돌고 있어야 할 저 수차는 왜 저리 가만히 서 있는가. 낮잠을 즐기고 있는 중인가.

1천여 평의 미니 갯벌에서는 아이들이 게를 잡고 있다. 휴우- 저 아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저 아이들마저 없었다면 그 쓸쓸함과 그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 수 있었을까. 소주로? 아니다. 이 곳에는 소주를 팔거나 하는 그런 가게가 없다. 그러므로 소금마을의 그 고독을 이길 자신이 없는 사람은 미리 소주를 한 병쯤 넣어가는 것이 좋다.

 

 
   
  ^^^▲ 소금창고 안의 하얀 소금, 마치 눈이 쌓인 것 같다
ⓒ 인천광역시 ^^^
 
 

그래, 사람은 역시 사람을 만나야 마음이 편한가 보다. 그래, 대자연 또한 마찬가지다. 대자연은 대자연끼리 그대로 있어야 대자연의 그 순수한 본래의 아름다움이 빛나지 않겠는가.

이번 주말에는 소금마을에 가서 인간과 대자연, 대자연과 인간의 함수관계에 대해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버려진 그 염전에서도 하얗게 빛을 발하는 소금처럼 그렇게 퍼질고 앉아서 오래 오래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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