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경제위기, 기댈 가족 없는 노인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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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경제위기, 기댈 가족 없는 노인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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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모신다는 것은 가족의 의무, 그러나 경제난 속에선...
- 노인들에겐 의약품 부족과 정부의 복지예산 축소로 삶 자체가 곤란한 상황 직면
- 특히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 축소는 심각
-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물가고 경제난에 시달린 스리랑카 시민들 항의 시위 / 사진 : BBC캡처

“스리랑카의 최대 도시 콜롬보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은퇴를 앞둔 한 나이가 지긋한 시민은 아들과 함께 화목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지만, 지난해 나이든 자신의 의료비가 가계를 짓누르게 되자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집을 나서겠다는 결의를 다졌고, 막상 집을 나와서는 낮에는 구걸을 하거나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공원의 벤치에서 잠을 청한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스리랑카 현지 르포 기사에서 이 같은 현실을 보도했다.

2022년도 스리랑카가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전락한 이후 이러한 광경이 점점 당연해지고 있다. 식료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정도로 치솟고, 의약품과 연료는 품귀현상을 빚으며, 분노가 극에 달한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요리사로 일했던 콜롬보 나이든 그 시민은 길가에 앉아 행인들이 잔돈을 던져 주기를 기다리며, 스리랑카의 젊은 세대들도 살아가기 너무 어렵다면서, 하물며 자신과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오죽하겠냐고 하소연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스라랑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 달러(약 3조 7,7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확보하는 것을 서두르고 있지만, 라닐 위크레마싱헤(Ranil Wickremesinghe) 대통령은 지원이 조금 늦어지면 스리랑카는 또다시 급격한 추락을 겼을 것이라고 경고한 적도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현실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 노인들이다. 전통적으로 스리랑카에서 노인 돌봄은 가족의 의지가 매우 크다. 한국의 가정에서도 어르신을 모신다는 것은 자녀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며 효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스리랑카도 어른 모시는 것은 아주 당연한 자식들의 의무이지만, 경제적 고난 속에서는 효도도 어쩔 수 없는 처참한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령으로 퇴직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노인들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여유를 완전히 잃어버린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노인들은 의약품 부족과 정부의 복지예산 축소라는 상화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콘택트렌즈의 무료 배포나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이라는 제도는 중단되어 있지만, 모두 특히 고령자들이 축소 및 중단의 대상이 되어 상황은 매우 어렵다.

노인 복지제도를 주관하고 있는 정부기관인 ‘국가노인사무국’은 6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매월 임시수당 등의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기관은 노인들의 복지와 안전 확보가 단일 기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관제가 아닐 수 없다는 진단이다.

물가고에 먹고 살기 힘든 스리랑카 / 사진 : 뉴스사이트WION캡처

* 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

섬나라인 스리랑카는 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 인구 약 2200만 명 중 이미 약 16%가 60세 이상이다. 오는 2041년까지 그 비율은 4명 중 1명(25%)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스리랑카에서도 노인 인구의 증가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스리랑카에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비공식 섹터의 노동자의 경우는, 복수의 제도의 대상 범위나 이용 자격으로부터 멀어져있어, 취약한 입장에 있는 고령자의 대부분이 수입이 없다.

연금제도 대상에서 제외된 고령의 한 시민은 “저축은 오래전에 다했다. 당뇨병으로 한쪽 다리에 생긴 궤양 치료를 위해 대부분을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 노인은 “매달 9km 거리를 걸어 콜롬보 외곽 마운트 라비니아에 사는 옛 친구를 찾아 5000루피(약 17,800원)를 받고 미망인이 된 장애인 여동생과 어린 아이들과 나눈다. 그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노인은 “여동생과 내가 무엇보다 신경 쓰는 것은 그녀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이다. 아직 너무 어리다. 내 목숨이 있는 동안은 아이들이 우리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다.”고 처절한 목소릴 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또 다른 70대 초반의 자매의 이야기도 서글프다. 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형제로부터 매달 7,000루피(약 25,000원)를 송금 받아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진행으로 이제 이 금액으로는 침실 1개 아파트 월세를 내기에도 벅차다고 한다.

이들도 매일 2km 거리를 걸으며 국제자선단체 헬프에이지(HelpAge)가 운영하는 노인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에 다닌다. 이곳에 가면 식사는 모두 무료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의류공장에서 일했다. 그동안 줄곧 자립적인 여성으로 살아왔다. 구걸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도 머지않아 끝나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 요구의 급격한 증대

스리랑카 자선단체들은 지원 요청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고 말한다.

‘헬프에이지’의 스리랑카 지부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제의 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이래, 식량 기타의 지원을 요구하는 고령자로부터의 요청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헬프에이지에서는 이동 가능한 의료기기와 재택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국가가 더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 자체가 헬프에이지로 하여금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국가 고령자 사무국을 거느린 사회참여 촉진 담당부처에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현재로서는 회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 현재의 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에 내몰린 한 여성 시민이다. 그는 콜롬보 시 남쪽에 있는 한 거리에서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 수입으로, 12세가 되는 자폐증의 아들과 67세의 아버지와의 생활을 지탱하고 있다. 남편은 집을 나갔고 금전적인 지원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자신의 적은 수입으로는 더 이상 두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아버지의 의료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공포를 느꼈다. 선택지는 2개밖에 없었다. 자신이 망해 버릴까, 아버지가 나가 달라고 할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으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자살도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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