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식품 인플레이션 90% 웃돌아
-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상승률 60.8%
- 두뇌탈출로 스리랑카 국내 전문기능인력 부족사태
- 해외로부터 외화수입 위해 해외취업 프로그램 운영
- 해외탈출인 많아지면, 국내 인구 감소에 현금 유입도 적어져
- 연료부족으로 정전 잦아지는 등 생활고, 국외탈출 견인
- 교통수단도 끊겨, 아이들 학교에도 가지 못해
- 우수한 의료진들 국외탈출, 스리랑카 의료공백 우려
- 경제위기 배경으로 국수주의 대두
- 국수주의는 ‘최악의 정치인 뽑을 가능성’ 커져
스리랑카의 최대 도시 콜롬보에서 투자와 조사 업무를 맡았던 30세의 유수프라는 젊은 주부는 지난 6월 경제가 혼란스러운 이 도시를 벗어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세 살 아들과 여행가방을 싸들고 모국을 떠났다. 3주 전 두바이에서 영업마케팅 디렉터 직을 맡은 남편과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70년 사이 최악의 경제위기의 수렁으로 빠진 스리랑카에서는 이들처럼 국가를 탈출하는 기능 노동자가 수만 명에 이른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18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공식 데이터는 구할 수 없지만, 잠정적인 데이터와 경제계 지도자들에 따르면, 두뇌 유출은 경기 회복을 늦추기에 충분할 정도의 규모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미 두바이로 떠난 주부 유수프 자신은 언제 귀국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유스프씨는 당초 남편이 스리랑카를 떠나는 것에 대해 가능한 고국에 머물기 원했기 때문에, 콜롬보를 떠나기 위해 남편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리랑카 경제는 연료부복으로 붕괴되고, 항의 시위활동이 확산되면서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해버렸고, 3월에는 일상생활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졌다는 유스프씨의 설명이다. 유스프씨는 빨리 베에 올라타지 않으면, 국외탈출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외환보유 급감으로 지난 3월 이후에는 의약품과 밀크파우더 등 생필품도 부족해졌다. 7월은 의료나 농업에만 연료가 공급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달 식품의 인플레이션율은 연 90%를 넘어섰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상승률은 60.8%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의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과학자 등 기능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국외로 탈출하면서 국내에 남은 2200만 명에게 전문 기능이 부족해지는 우려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스리랑카에서 국외 이주자가 각각 4만0581명과 3만0797명이었던, 반면 2022년 1~6월에만 11만3140명가량이 이주를 했다는 미공개 통계를 인용, 로이터가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 데이터가 보여주는 올 1~5월 여권 발행 건수는 28만 8천 645건으로 전년 동월의 9만1331건을 크게 웃돌았다.
해외 대기업에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들은 인력을 잡기 위해 국내에서 지급하는 급여를 외화에 연동하기 시작했다. 다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업계 간부들은 말한다.
정규직 850명을 둔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WSO2의 최고경영자(CEO)는 “올 들어 직원의 약 10%를 잃었다고 말했다. 퇴사를 신청한 직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절반 이상이 국외로 이주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6월 공공부문 지출 절감과 해외송금 확대를 위해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공무원이 무급휴가를 내고 5년간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자신 명의의 스리랑카 은행 계좌에 외화 수입의 일부를 예금하는 것이 조건이다. 정부는 해외송금이 늘어나는 반면 공무원은 현재 급여를 받지 못하는 대신 장래에 승진과 연금 지급을 약속받는다.
스리랑카에 해외 송금은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다. IPS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까지 스리랑카가 받은 해외로부터의 송금은 70억 달러(약 9조 3,520억 원)를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8%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 외의 큰 외화 수입원은 의류, IT, 차, 코코넛, 고무, 향신료, 관광 등이다.
스리랑카의 기능 노동자의 국외 이주는 '양날의 칼'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해외송금이 늘어나는 반면 탈출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국내에 남는 친인척도 적어지고 송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능 근로자가 국외 탈출의 방아쇠가 됐다고 설명하는 것은 연료 부족으로 인한 정전이나 자유로운 이동 제한이다. 유수프씨는 “불안이나 산후 우울증과 싸워야 했다. 정전 시간에 맞춰 일할 계획을 세우는 하루하루가 돼 있었다며 공황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한다. 또 아들도 교통수단이 끊겨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자가 격리를 하게 되자 침착하지 못하고 화를 잘 냈다고 한다.
콜롬보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상당수 동료들이 올 들어 국외 이주했으며, 앞으로도 그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능한 의료인이 되기 위한 훈련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외과수술이나 응급의료는 특히 그렇다. (국외이주는) 의료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편,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국수주의가 대두되면서 선거에서 무능한 정치인이 뽑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중산층에 국외 탈출을 재촉하고 있는 요인이다.
오는 10월 영국으로 이주한다는 주식 조사 분석가 한 남성(31)은 국민이 유능한 정부를 택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수주의가 대두될 것 같아 또다시 최악의 정치인이 뽑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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