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도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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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도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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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진실된 신념과 겸손한 인격의 소유자라야

 
선조 임금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우리나라 일은 참으로 하기 어렵다. 폐단을 고치려하면 또 다른 폐단이 생겨 해로움만 더하니 수족을 늘릴 수 없다.” 율곡 이이가 이에 답한다 “이유가 있습니다. 기강이 서지 않고 인심이 풀어져서 구차하게 벼슬자리만 채운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갓 먹는 것만 알고 국사를 생각 안하니 폐단을 고치려는 명령을 내린다 해도 꺼려 이를 실행하지 않고 고의로 폐단을 생기게 하는 입니다.”

현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강이 해이해져 있고 정치 역시 엉망진창이다. 이러다 보니 백성들이 세상을 한번 쯤 바꾸어 변화를 시킬 지도자를 찾는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런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럴 때마다 백성들은 열광하고 그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또 다른 무리들이 러브콜을 하면서 모여든다. 그 가운데 혜성처럼 나타난 위인이 있어 여야가 신경을 쓰고 있다. 그 위인은 태도가 아주 애매모호하다. 피인지사(避人之士) 같기도 하고 피세지사(避世之士) 같기도 하다. 뭔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뜻을 풀이하려면 또 풍자논법을 들먹여야 할 판이다.

모두가 알 만한 말만하고 정작 핵심은 피해간다. 그 깊은 속을 알 수가 없다. 정체성과 국가관을 알 수가 없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살짝 운은 떼어 놓았지만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고 성에 차는 사람만 찾아다니는 게 피인지사요, 도가 땅에 떨어진 속세를 떠나 즐거운 일에 빠져 열심히 하는 것이 피세지사다. 그런 위인이 숱한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가끔 뼈 있는 말 한마디씩 하며 능청스럽게 웃는 그 위인이 통 큰 행보에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고 소통이 불통으로 되어버린 시대, 정당정치가 실종된 현실 속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미래의 선구자인 후학들을 가르치던 학자가 썩은 물속 정치에 발을 디딘 것이다.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인재나 선비가 은거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는 것이 좋겠습니까?” 공자는 망설임도 없이 즉각 대답한다 “팔아라. 팔아라! 나는 살 사람을 기다리겠다” 그 답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성공한 거래가 될지 아닐지는 공자님 자신도 모른다는 것인가?

얼마 전 서울대 총동문회에서 주최하는 가족 등산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학교 입구 주차장에 모인 동문들에게 진행자 측에서는 한 시간 반 거리의 평지 길이니 운동 삼아 등반을 할 것을 권유하며 깃발을 앞세우고 출발했다. 일행은 안내자를 따라 철책 을 넘어 관악산에 들어섰다. 그러나 등반은 가볍게 생각한 것처럼 평지만 있는 게 아니었다. 평지가 있는가 하면 들길, 계곡도 있고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었다. 또 어떤 곳은 나뭇가지를 제치며 가는 길도 있고 두세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넓은 길도 있어 속은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돌아오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출발 시에는 안내자가 길을 안내하다 보니 빠른 시간에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각자가 오다보니 길을 잃어 우왕좌왕하게 되고 시간 또한 2배 이상이 걸리는 등 고생이 심했다.

아무리 험난한 길, 평지 길이라 해도 안내자가 있고 없고 따라 이 같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느끼는 가운데 문득 우리의 고명한 지도자들이 생각난다. 결국 한 국가의 지도자 역할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이 불과 5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먼저 국민화합, 안보강화라는 큰 틀을 벗어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정치권이 눈과 귀를 바로 열어 민초들의 진정한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이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적으로 대하며 실리를 추구하려는 지도자는 신물이 난다는 것을 감히 지적한다.

사회가 흔들릴 때 지도자의 능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바람직한 지도자는 진실에 대한 신념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겸손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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