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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꽃향기 그윽한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이지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출이 또한 많은 달이다.
5월 6일 분홍립스틱 짙게 바른 아내의 입이 함박꽃이다. 천신만고 끝에 갓 취업한 아들에게서 "어버이날 선물로 지갑을 사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지갑도 사겠단다.
나는 아내에게 "애가 뼈 빠지게 번 돈을 쓰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한푼 두푼 모아 얼른 집이라도 장만하게 해야지" 라고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집사람 왈 "아니요! 요즘 애들 초기부터 버릇을 잘 들여야지(이런 기념일 날 받을 건 받아야지) "그냥 냅두라"고 하면 나중에 장가들어서도 버릇이 된데요" 라고 했다
내 지갑은 옆이 조금 헤졌는데 그래도 쓸만하기에 "지갑대신 돈으로 보내라 했다" 아들이 보내면 이 돈을 장모님께 송금해 처음으로 사위노릇 좀 해 볼 얄팍한 장삿속이었다.
아버님, 어머님 모두 돌아 가셨으니, 장모님께라도 용돈을 보내 아내에게 점수라도 따 볼 요량으로 5월 7일 저녁 발신인이 불명확한 소포가 왔다. 뜯어보니 파란색, 빨간색의 휴대폰 줄 두개가 달랑 들어 있었다. 나는 어느 업체 이벤트나 포인트가 휴대폰 줄이 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짜식들 보내려면 문자라도 쓰고 보내든지, 정말 받아도 기분 나쁘네" 라고 투덜거렸다. 아내는 "뭐 이런 걸 보네, 자기야 저 쓰레기통 옆 재활용봉지에 넣어" 라고 했다.
5월 8일 어버이 날 오전, 서울에 있는 외삼촌(처가)댁에 얹혀 대학(4학년)다니는 딸에게 전화도 없었다. 너무 섭섭했다. 그래서 아내는 "혹시 뭔 일이 있나" 하고 걱정을 했다. 나는 "이 녀석 학생이라 선물을 못 사면 전화라도 해야지 나도 나지만 지 엄마가 얼마나 섭섭해 할까" 라고 생각한 나머지 망설이다가 오후에 딸에게 전화를 했다.
"응 아빠! 휴대폰 줄 잘 받았어, 맘에 들어" 딸아이의 예쁜 목소리였다.
그러면서 약간 슬픈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빠 사실 나 엄마 아빠 선물 살려고 용돈을 조금 모아 놨었는데 사실 외삼촌이 외숙모 돌아 가시고 혼자 계시잖아 그래서 외삼촌 선물샀어, 돈이 없어 아빠 엄마 선물은 휴대폰 줄로 보냈어, 미안해! 다음에 취업하면 정말 좋은 선물로 사줄게, 휴대폰 줄이나 겨우 보내면서 선물 보냈다고 하기 미안해서 말 못했어."
나는 헤머에 뒷 통수를 맞은 느낌, 부끄러웠다.
그런데 내가 바빠서 딸의 그런 심중을 아내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그 휴대폰 줄 현주가 보낸 거래" 라고 짧게 전화로 전해줬다. 저녁에 딸의 전화를 받은 아내가 딸아이에게 "얘! 그게 뭐니 그걸 어버이날 선물이라고 보내, 아빠 엄마가 어린애들이니" 라고 한바탕 퍼 붓자 딸아이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집사람에게 모든 것을 말하면서 당장 딸에게 전화해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했다. 5월 9일 오후, 아내가 내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옆집 성진이 엄마가 그러는데 요즘 휴대폰줄이 유행이라네 역시 딸이 선물하나는 제대로 골랐지?"
아들의 지갑에 비하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다. 그러나 아내의 그 말은 분명 딸에 대한 사죄의 뜻이다. 나는 피식웃었지만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식 사랑도, 효도도, 친척과 이웃에 대한 배려도 물질의 잣대로만 판단했던 나! 아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게 만든 능력없고 부족한 남편! 성장한 딸의 마음을 헤아리지(대학 4학년으로 취업을 못한 딸아이의 심적고통까지) 못하고 딸 아이를 슬프게 만든 아버지! 아들이 집을 장만하기 위해 고생해야 하는 것! 등등이 모두 내 잘못이었다.
내 능력이 부족해 외갓집에 얹혀살게 하면서도 외로운 처남에게 따뜻한 전화한번 안 해줬으면서 무엇을 딸에게 바랐던가? 아들에게 돈이 와야 비로소 장모님께 송금하려던 마음까지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한편 딸 아이가 하루속히 훌륭한 직장에 취업해 내년 어버이날에는 정말 더 좋은 선물을 받았으면 하는 간사스런 인간으로서의 마음의 한계!
딸이 보낸 휴대폰줄을 휴대폰에 끼워봤다. 거추장스럽고 불편했다. 그러나 그 휴대폰 줄은 항상 내 낡은 지갑에 있을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아이들이 멀리 있어 어버이날 향기가 가득한 카네이션은 직접 받지 못했지만 딸아이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애닯은 휴대폰 줄도 받았다. 나는 이 느낌보다 더 큰 어버이날 선물은 없었다고 감히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은 왠지 멀리있는 부모님 산소를 다녀오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집 어버이날 기념의 작은 사건이 오늘날 나와 이 땅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과, 애환이며 또한 사랑이고 갈등이며 문제점이 아닐까?
바라건데 권력자들, 정치하는 분(돈많은 분)들도 이 파란 빨간 두개의 휴대폰 줄과 같은 진한 감동이 흐르고 자신이 잘못한 것은 뉘우치고 그 가운데 국민(서민)과 느낌으로 소통하며 국정을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멀어져간 국민들의 마음을 떨어진 지갑에라도 넣고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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