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천군민이,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북한 응원단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 플래카드를 내걸었는데, 북한 응원단은, ‘장군님의 사진이 낮게 걸렸다. 장군님의 사진이 비에 젖으면 안 된다. 우리는 장군님을 심장에 모셨다’, 며 통곡했다. 그리고, 플래카드를 걷어내 사진이 접히지 않도록 양편에서 고이 들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2.
그런데, 그 다음이 궁금하다.
그렇게 걷어간 플래카드를 어떻게 보관했을까? 그걸 도대체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 최대한 높은 데 걸어두었을까? 그리고, 그 다음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으로 돌아갈 때, 그 플래카드를 상전처럼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으로 돌아간 다음엔 또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
높은 곳에 걸어둘 건가? 먼지가 쌓이면, 쌓일 때마다 털어낼 것인가? 먼지를 털 때에는, 어떻게 털 것인가? 감히 장군님 사진이 찍혀 있는 플래카드를 봉으로 칠 수는 없을 것이니, 그냥 흔들어 털 것인가? 장군님 사진을 흔들어도 되는가?
상자에 넣어두면 ‘장군님’ 사진이 답답할 것이고, 땅에 묻으면 생매장 하는 것과 마찬가지며, 더더구나 불에 태울 수는 없을 것이니, 도대체 어떻게 보관할 수 있다는 말이냐? 그 사진을 어딘가에 걸어두었는데,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면, 또 어떻게 통곡할 것인가?
3.
김정일 사진이 그토록 소중한 것이 진실이냐?
북한은 ‘삐라’를 가끔 날려 보낸다. 날려 보내는 것인지, 불순분자가 갖다 뿌려놓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등산을 갔을 때, ‘삐라’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삐라’에는 김일성인지 김정일인지, 하여간, 그들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사진이 그토록 소중하다면, 어떻게 날려 보내거나 산자락에 뿌려놓을 수 있다는 말이냐? 어떻게, 때로는 비에 젖고, 때로는 밟히고, 때로는 낙엽과 함께 썩어버리게 만들 수 있는가? 예천 군민도, 김정일 사진을 그 정도로 모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천에서, 김정일 사진만 비에 젖은 게 아니다. 김대중 사진도 비에 젖었다. 그런데, 왜 ‘장군님이’ 비에 젖으면 안 된다고 하는가? 김정일 사진은 비에 젖으면 안 되고, 김대중 사진은 비에 젖어도 된다는 것인가? 슨상님 신도들은 이들의 차별대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4.
그보다 더욱 궁금한 것은 김일성 동상이다.
평양 시내뿐만 아니라, 북한의 전 지역에 김일성 동상이 설치되어 있는데(2만 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동상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온 몸으로 고생하고 서 있을 텐데, 그때마다 통곡하는가? 동상을 왜 밖에 방치하고 있는가? 비나 눈이 오면 동상에 우산 씌워주는가? 겨울이면 추울 텐데 난로 피워주나? 하루 종일 그렇게 서 있으면 다리가 죽도록 아플 텐데, 동상을 눕혀서 쉬게 해 주고 있기라도 한가?
하여간, 김일성 동상은 사시사철 그렇게 서 있어야 하니, 억수로 피곤할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동상 2만 개를, 매일 고문하고 있는 것이다!
5.
김일성이나 김정일 사진이 담긴 ‘삐라’를 찌라시 뿌리듯이 길바닥에 뿌리고, 사진보다 훨씬 실물과 유사한 김일성 동상을 그냥 그렇게 세워두고 고문하고 있다면, 예천 군민이 환영의 의미를 담아 플래카드를 그렇게 걸었다고 항의하는 것은, 완전히 생트집에 불과하다. 똥 묻은 뭐가, 흙 묻은 사람을 나무라는 격이다.
북한 응원단이, 생기 없는 물체에 불과한, 김정일 사진에 쏟는 정성을, 엄연히 인격과 생명을 지닌 북한 민족, 처참하게 굶주리고 있는 수백 만 명의 북한 민족들에게,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쏟으면서, ‘우리는 하나다’는 응원구호를 외쳤다면, 그들의 미소가 완전한 쇼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북한의 비주류, 수백 만 명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존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수백 만 명을 먹여 살려야 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으되 혹독하게 탄압하고 자신은 주지육림 속에서 호의호식하며 희희낙락하는 김정일을 그토록 열렬하게 숭배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응원단은, 가까이 있는 북한 민족을 결코 ‘하나’로 여기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민족 보다 조금 멀리 떨어진 남한 민족들 앞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하나다’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구호를 열렬하게 외쳤다.
6.
북한 응원단이 말하는, ‘하나’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의 행실을 보면, 앞에 수식어를 붙이고 해석해야 한다. ‘김정일을 교주님으로 모시고자 한다면, 우리는 하나다.’
예천의 어느 촌부는, 김정일 사진을 떼어내는 응원단을 바라보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얄궂어라.” 그것은, 괴상하고 황당하다, 는 의미다.
북한 응원단은, 그 시골 아낙네를 결코 ‘하나’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아낙네가 만일, 북한에서 그렇게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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