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과 미국 '허드슨 강'의 교훈
스크롤 이동 상태바
4대강 사업과 미국 '허드슨 강'의 교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드슨 강' 준설은 20년 이상을 연구하고 고민했다

 
   
  ▲ 미국 허드슨 강 위성지도  
 

허드슨 강은 뉴욕 북부의 산간지역에서 발원해서 허드슨 계곡을 지나서 뉴욕시를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허드슨 강은 뉴욕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허드슨 강은 환경법과 환경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두 사건의 무대가 됐다.

발전소 건설 취소 소송

첫째는 1960년대에 에디슨 전력회사가 상류인 스톰킹 지점에 양수(揚水)댐을 세우려고 하였던 사건이다. 에디슨 전력회사가 경관이 뛰어난 이 지역에 발전용 댐을 건설하려 하자 이 지역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반대 운동을 일으켰고, 이에 맨해튼의 변호사들이 가담했다. 이들은 ‘허드슨 강을 보존하기 위한 모임’이란 임의단체를 만들어서 발전소 건설을 허가하는데 반대했다. 당시에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한 국가환경정책법(NEPA)이 제정되기 전이라서 연방전력위원회는 행정절차법에 의해 청문회만 열면 되었다. 연방전력위원회는 결국 발전소 건설허가를 내어 주었다. ‘허드슨 강을 보존하기 위한 모임’은 연방전력위원회가 발전소 건설허가를 내어 줄 때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방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전력위원회는 ‘허드슨 강을 보존하기 위한 모임’이 소송을 제기할 원고 적격(適格)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방전력위원회는 이 모임의 회원들은 발전소가 세워진다고 해도 그들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의 헤이스 판사는 연방정부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헤이스 판사는 “발전소가 건설된 스톰킹 지역은 경관적 및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며, 발전소가 건설됨에 따라 빌생하는 미적, 보존적 및 레크리에이션 가치의 변화에 대해 공공적 이해(public interest)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연방전력법에서 말하는 ‘영향을 입을 수 있는 당사자’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허드슨 강을 보존하기 위한 모임’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했다. Scenic Hudson Preservation Conference v. Federal Power Commission, 354 F. 2d 608 (2nd Cir. 1966) 연방대법원은 연방전력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미국 환경법의 효시로 평가된다. 그것은 이 판결이 환경생태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 적격을 토지소유자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자에서 경관적, 미적 및 레크리에이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이 판결은 환경단체라고 해서 그 자체의 지위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자연과 경관을 아끼고 향수(享受)했던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도 법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하는 가치이며, 따라서 그런 사람들도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 판결에 따라서 연방전력위원회는 청문절차를 다시 하였고, 이에 대해서 또 소송이 제기되어 발전소 허가 절차는 지연되었다. 1970년대 들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자 여론은 에디슨 전력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갔고, 1980년에 에디슨 발전회사는 스톰킹 계획을 포기했다.

나는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가 ‘허드슨 강을 보존하기 위한 모임’에 원고적격을 인정한 역사적 판결을 참조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황창연 신부의 표현대로 “5000년 흘러온 강을 1년 만에 파헤치려는” 이 무모한 4대강 사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환경영향평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 국한시키는 것은 도무지 어불성설(語不成說 : 'absurd')이다. 4대강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는 강을 사랑하고 강을 보존하기 위해 강과 여러 가지 인연을 맺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허드슨 강 판결을 남긴 헤이스 판사처럼 한국 사법사(司法史)에 족적(足跡)을 남기게 될 것이다.

PCB 오염과 퇴적물 준설

허드슨 강이 우리나라 4대강 사업에 주는 또 다른 교훈은 PCB에 오염된 하천 퇴적물 준설의 경우다. 허드슨 강 상류인 뉴욕주의 수도 올바니 북쪽 50마일에 위치한 제네날 일렉트릭(GE)의 절연체 제조공장이 1947년부터 1977년까지 95,000톤의 PCB를 허드슨 강에 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1977년에 뉴욕 주정부는 허드슨 상류지역에서 일체의 어로(漁撈)를 금지시켰다.

1980년에 수퍼펀드법이라고 불리는 종합환경책임대응법(CERCLA)이 제정되자, 연방 환경보호처(EPA)는 1983년에 이 법에 근거해서 200마일에 달하는 허드슨 강 지대를 수퍼펀드 지점(Superfund site)으로 지정했다. 이에 GE는 PCB 오염으로 인한 모든 환경정화 비용(clean up cost)을 부담해야만 했다. 하지만 강 아래 깔려있는 퇴적물에 섞인 PCB를 섣불리 제거하겠다고 나서면 더 큰 재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보호처와 GE는 많은 연구를 해야만 했다.

2009년 5월에 비로소 GE는 PCB에 오염된 퇴적물을 준설하기 시작했다. 2009년 11월까지 진행된 1단계 준설에서 GE는 30만 입방 야드를 준설했다. 오염된 퇴적층은 사전에 예상했던 것 보다 더 깊었고, PCB 농도가 예상보다 높았던 지역에선 보다 많은 연구를 위해서 이번에는 준설을 하지 않았다. 1단계 준설에서 준설한 분량은 계획된 준설량의 10%이며, 향후 6년에 걸쳐서 계속될 예정으로 있다.

1단계 작업 중 12개의 준설장비가 동원됐으며, 준설작업은 인공위성과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진행되었다, 500명 이상의 인원이 동원되어 하루 24시간 작업을 했고, 준설된 퇴적물은 81량 화물열차에 실려서 텍사스 주에 있는 처분장으로 보내졌다. 준설을 해서 파헤쳐진 강 바닥에는 15만 톤의 건강한 토사가 투입될 예정이다.

낙동강을 대책 없이 파헤친 MB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허드슨 강 준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딱 한가지이다. 그들은 이제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에 스스로 빠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여야 하는 이유의 하나로 강 바닥에 퇴적물이 오염되어서 준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 자체가 강 바닥은 그다지 오염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에 준설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물론 환경부가 한 조사는 강바닥 표면을 주로 조사한 것이지 강 아래 깊은 토양을 조사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오염된 토양 위에 다시 좋은 토양이 퇴적되어 ‘자연적으로 회복된(naturally recovered)’ 강 바닥을 분석했던 것이다. 그리나 이제는 낙동강 바닥 아래가 추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PCB를 의도적으로 투기했던 것으로 밝혀진 허드슨 강의 경우가 낙동강의 경우와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상류 내륙지역에 공업단지가 많아서 환경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많은 공장폐수가 방류되었던 것이 바로 낙동강의 사정이다. 미국 환경보호처가 허드슨 강을 준설하기까지 20년 이상을 연구하고 고민했다면 적어도 우리는 5년은 연구하고 고민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미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강바닥을 열어 젖혔다. ‘판도라의 상자’를 겁도 없이 대책도 없이 열어 버린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