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단지 이전·현대화부터 물류·디지털 기반 구축까지 지원
수출종합지원센터 통해 행정절차·해외시장 진출 등 뒷받침
국내 중고자동차 수출의 최대 관문인 인천에서 노후 수출단지를 이전하고 검사·정비·물류·디지털 기능을 집적한 현대화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추진된다. 옥련동 일대 주민들이 장기간 제기해 온 교통과 소음·분진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최근 흔들리고 있는 인천항 중고차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보현 의원은 ‘인천광역시 중고자동차 수출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고 4일 밝혔다. 조례안은 지난 2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갔으며 오는 12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산업은 단순한 지역 상권 수준을 넘어 국내 수출물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대수 비중은 2021년 전국의 93.2%에 달했고, 2025년 1~8월에도 84.6%로 국내 항만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같은 기간 수출액 비중은 92.5%에서 75.6%로 낮아져 부산항 등 다른 항만과의 경쟁이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수출 차량의 부가가치 차이도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보여준다. 2025년 기준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 중고차의 평균 단가는 대당 7944달러였던 반면 부산항은 1만1469달러로 집계됐다. 인천항이 물량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지만 고가 차량이나 특수목적차량 등 고부가가치 수출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올해 들어서는 외부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고차 수출 물동량은 전년 동기보다 31% 감소했다. 호르무즈 해협 위험과 중동 항로 운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으며, 반대로 동유럽 수출은 같은 기간 51.2% 증가해 시장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인천항만공사 집계 기준 2026년 상반기 인천항 중고차 수출은 24만1934대로 전년 같은 기간 32만6342대보다 25.9% 줄었다. 인천세관 신고 기준으로도 상반기 수출 물량은 27만5551대로 전년 동기보다 25.9% 감소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올해 수출 감소 흐름은 동일하게 확인된다.
이 때문에 이번 조례는 단순히 현재 옥련동 중고차 단지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보다 수출산업 구조를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이 5년마다 중고자동차 수출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원 범위에는 기존 수출단지 이전과 현대화, 신규 수출단지 조성,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공동물류체계 구축, 해외시장 개척과 전문인력 양성 등이 담겼다. 차량 수출과 물류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보화 기반 조성도 지원 대상으로 제시됐다.
새로운 수출 거점에는 차량을 단순 보관하는 야적장 형태를 넘어 검사와 정비, 상품화, 보관, 물류, 선적 기능을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영세 사업자들이 여러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수출 절차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집적해 비용과 처리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현 옥련동 수출단지의 문제는 산업시설 부족에만 그치지 않는다.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 민간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수출단지는 정식 산업단지 형태로 계획된 공간이 아닌 탓에 대규모 수출차량 이동과 주차, 정비 과정에서 교통혼잡과 불법 주정차, 소음·분진 등을 둘러싼 주민 민원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 전국 중고차 수출의 약 80%를 담당하는 산업 규모와 이를 뒷받침하는 배후시설 사이의 격차가 누적돼 온 셈이다.
송도유원지 일대 개발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점도 단지 이전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인천시는 높은 조성원가 등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뒤 2024년 12월 부영 소유지를 제외한 주변 약 50만평을 중심으로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중고차 단지 이전 여부는 옥련동의 주거·상업·관광 기능 재편과도 직접 연결되는 사안이다.
정보현 의원도 지난 7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중고차 수출단지의 조속한 이전과 ‘글로벌 AI 오토밸리’ 조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박찬대 인천시장 취임 이후 인천시는 AI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요 현안으로 검토하고 있어 기존 중고차 수출산업을 디지털·물류산업과 연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화와 함께 국회에서도 별도의 산업 지원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송영길 의원 등 28명이 지난 7월 7일 발의한 ‘중고자동차 수출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은 정부가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우고 수출지원특구와 통합정보시스템, 금융·보험 지원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지난 7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국가 법률과 인천시 조례가 각각 논의되면서 그동안 자동차 매매업의 일부로 다뤄졌던 중고차 수출을 별도의 산업정책 대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인천은 국내 최대 수출항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영세한 사업구조와 배후단지 부족, 해외시장 편중, 낮은 차량 평균 수출단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향후 조례 시행의 실효성은 새 단지가 실제로 조성되는지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의 안정적인 이전과 주민 민원 감소, 차량 검사·품질관리 강화, 물류비 절감, 수출시장 다변화로 연결되는지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올해처럼 국제정세와 수입국 규제에 따라 물동량이 20~30%씩 변할 수 있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단순한 부지 이전보다는 공동물류와 정보화, 해외시장 개척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보현 의원은 “옥련동 중고자동차 수출단지의 이전은 오랫동안 지역주민들이 요구해 온 숙원사업”이라며 “단순한 이전이 아닌 친환경·현대화된 산업환경을 조성하고 인천항과 연계한 물류체계 및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인천 중고자동차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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