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J. 트럼프 미 행정부는 높이 250피트(약 76미터)에 달하는 ‘개선문’(triumphal arch) 건설 공사가 향후 2주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250피트는 올해로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이를 기리기 위한 높이라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설 반대가 압도적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큰 ‘개선문’이 미국에 생겨날 판이다. 검토 과정에서 제출된 약 1,600건의 의견 중 주요 변경 사항 없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의견은 단 한 건뿐이었다.
* 개선문, 커지는 욕심
처음에는 60피트(약 18m) 미만일 것으로 예상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76피트(약 23m)까지 자랐고, 그 후에는 164피트(약 50m) 이상으로 급격히 성장했다가 그 키기 양에 차지 않았던지 250피트(약 76m)까지 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토맥 강 건너편 링컨 기념관에 건설하려는 새로운 “개선문”은 이제 높이가 약 76미터에 달해 세계 수도에 세워진 개선문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야후 뉴스가 4일 전했다.
4일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2주 안에 아치 건설 예정 부지에 대한 굴착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그 버검(Doug Burgum) 내무부 장관은 소셜 미디어(SNS)에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도에 걸맞은 미국 건축물의 걸작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의 아치(triumphal arch)는 공화당 소속인 그가 워싱턴에 영구적인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여기에는 “케네디 센터의 명칭 변경 및 개보수, 백악관에 거대한 새 연회장 건설, 링컨 기념관 반사 연못 보수, 그리고 이스트 포토맥 공원에 골프 코스를 재건축하여 시민들의 조깅 및 자전거 도로 이용을 크게 제한할 수 있는 계획” 등이 포함된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 강력한 반대 의견,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
지난 5월 워싱턴 D.C.의 모든 건축물의 “디자인과 미학”(design and aesthetics)을 검토하는 연방 기관인 미국 미술위원회는 앞서 대통령이 계획한 9만 평방피트 규모의 연회장 건설 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아치 건설 계획에 대해서도 최종 승인을 내렸다.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들로 가득 찬 이 위원회는 두 사안 모두에서 정상적인 검토 절차를 건너뛰고 신속하게 승인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당시 위원회의 서기였던 토마스 루브케(Thomas Luebke)는 위원들에게 검토 과정에서 제출된 약 1,600건의 의견 중 주요 변경 없이 아치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의견은 단 하나뿐이었다고 보고했다.
루브케는 “나머지 댓글 중 상당수는 그 디자인이 ‘알링턴 국립묘지’와 군인들의 희생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면서 “다른 댓글들은 공금 남용, 화려하거나 인위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 권위주의적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른바 ‘트럼프 개선문’, 혹은 버검 주지사가 3일 언급했듯이 “위대한 개선문 겸 군사 관측소”(Great Triumphal Arch and Military Observation Deck)는 실제로 건설될까?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렇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5월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의회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 트럼프 개선문은 무엇을 제안하고 있나?
지난 4월 공개된 공식 건축 조감도에 따르면, 미국의 개선문은 높이가 250피트(약 76미터)에 달할 예정이며, 이는 파리의 개선문보다 약 100피트(약 30미터) 더 높은 수치이다. 개선문은 파리의 개선문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프랑스의 개선문처럼 트럼프의 개선문도 주로 석재로 만들어질 것이며, 상인방(上引枋, lintels), 처마 장식(cornices), 프리즈(friezes, 건축 장식 띠), 난간(parapets) 등 다양한 고전적 요소들도 같은 재료로 조각될 것이다.
개선문과는 달리, 미국의 개선문 역시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될 것이다. 금으로 된 메달들이 아치 천장을 장식하고, “하느님 아래 하나의 국가”(One Nation Under God)와 “모든 이를 위한 자유와 정의”(Liberty and Justice for All)라는 문구를 비롯한 금빛 장식들이 아치 꼭대기를 둘러쌀 것이다. 그리고 두 마리의 독수리와 날개 달린 왕관을 쓴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시키는 세 개의 금빛 조각상이 아치 꼭대기에 세워질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인데, 우리는 그것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에게 있는 것은 역사뿐”이라고 평했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선작은 ‘화려한 장식’ 덕분에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으며, “더 작고 장식이 덜한 제안”을 제치고 선정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집무실을 ‘황금빛으로 꾸미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CBS 기자가 트럼프에게 그 기념비(개선문)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자신을 가리키며 “나”라고 답하면서 “정말 아름다울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개선문은 알링턴 국립묘지 근처의 잔디밭 원형 교차로인 메모리얼 서클에 세워질 예정이며, 이곳은 링컨 기념관에서 알링턴 메모리얼 다리를 건너면 바로 있다.
* 다른 개선문들과의 비교
NYT지에 따르면, “고대 문명은 종종 군사적 또는 시민적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웅장한 개선문을 건설했다. 로마인들은 예루살렘 함락과 같은 제국의 정복을 기념하기 위해 도시를 개선문으로 장식했다. 프랑스인들은 원래 나폴레옹의 군사적 승리를 상징하기 위해 개선문을 건립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도네시아, 북한, 이라크 등 극소수의 국가만이 개선문을 건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개선문을 세우도록 권유했던 건축 평론가 케이츠비 리(Catesby Leigh)는 2025년 기사에서 “워싱턴을 기념비적인 개선문이 없는 유일한 주요 서방 수도”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미국의 개선문은 멕시코시티의 220피트(약 67m) 높이의 혁명기념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개선문이 될 것이다. 평양의 197피트(약 60m) 높이의 개선문은 3위로 밀려날 것이다.
250피트라는 높이는 미국이 올여름 기념하는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리기 위해 선택되었다. 비교하자면, 링컨 기념관은 99피트(약 30m), 워싱턴 기념탑은 555피트(약 169m)이다.
케이츠비 리는 당초 올여름 축제에 맞춰 건설할 수 있는 높이 60피트 이하의 임시 구조물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아치의 디자인이 영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되면 영구적인 형태로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제안은 미국의 건국 연도를 상징하기 위해 76피트로 커졌고, 이후 트럼프는 164피트 높이의 개선문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미술위원회 회의에서 부위원장이자 트럼프 연회장의 원래 건축가였던 제임스 C. 맥크레리 2세(James C. McCrery II)는 아치 꼭대기에 있는 조각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저 위에 있는 조각상들이 꼭 필요한지 궁금하다. 조각상들이 없다면 구조물의 높이는 약 166피트(약 50m)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선문 건설 일정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에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NYT가 전했다.
지난 7월, 미 매체인 ‘애틀랜틱’은 내무부가 대통령 임기 종료 전에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 “인력들을 하루 20시간씩 연중무휴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건설 비용은?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치 건설 예산이나 비용 추산치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백악관 무도회장처럼 기부자들이 이 프로젝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국립예술기금(NEA)의 ‘지출 계획’에 따르면, 납세자들도 특별 기금으로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투입하고, 민간 기부금에 상응하는 최대 1300만 달러(약 175억 6,170만 원)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치 건설 비용은 아직 산정 중이지만, 공공 자금과 민간 자금이 혼합되어 충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다음 단계는?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은?
백악관은 미국 개선문을 건설하는 데 있어 “모든 법적 요건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미술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 해당 제안은 워싱턴 D.C. 지역의 연방 정부 중앙 계획 기관인 국가 수도 계획 위원회로 넘어갔고, 7월에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계획이 의회에 제출될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지난 2월,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과 건축사학자 한 명이 트럼프의 아치 건설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수도에 상징적이고 기념적인 건축물을 건설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메모리얼 서클에 기념물을 세우기 전에 충족해야 할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는 여러 법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의 아치가 링컨 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의 시야를 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국립공원관리청은 해당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CNBC에 따르면 ”링컨 기념관, 워싱턴 기념탑 및 기타 랜드마크를 포함한 수십 개의 역사적 유적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지자 vs 비판자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개선문이 될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모든 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워싱턴 DC 지역의 멋진 명소가 될 것이다!“ ---트럼프, 소셜 미디어
”런던, 파리, 로마부터 마드리드, 아테네, 뉴델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70여 개 주요 도시/수도에는 아름다운 아치가 있다. 흥미롭게도 워싱턴 D.C.는 주요 서구 수도 중 유일하게 아치가 없는 곳이다. 이제 125년의 기다림 끝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도에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치가 세워질 것이다!" ---버검, 소셜 미디어
“워싱턴 D.C.에서 우리의 역사를 기념하는 건축적 걸작이 될 것이다... 위대한 국가는 국가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는다. 이 개선문은 모든 정치적 성향의 미국인들이 지지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어야한니다.” --- 캐롤라인 리빗, 전 백악관 대변인
“묘지 자체가 이야기를 해야한다. 이 아치는 그저 무례한 방해물일 뿐이다. 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이곳은 아치가 세워지기에 부적절한 장소이다.” --- 칼더 로스, 건축사학자이자 해당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인물
“그 부지에 비해 너무 크다.” --- 케이츠비 리, 트럼프에게 아치 건설을 처음으로 권유했던 건축 평론가
“이 건물은 주변 환경과 심각하게 어울리지 않으며, 기존 건축물과의 조화, 조망권 유지, 그리고 수도와 랜드마크의 상징적 위계질서 존중을 우선시하는 확립된 규범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5월 미술위원회 회의에서 낭독된 익명의 시민 의견.
“적절한 의회 승인과 검토 없이 아치 건설을 허용하는 것은 기념물의 무분별한 확산, 공공 공간의 훼손, 그리고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상실과 업적을 기념할 수 있는 능력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 워싱턴 DC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개조하고, 조경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개인 정원이 아니다.”--- 건설 저지 소송을 지지하는 3월 의견서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밝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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