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북한은 많은 것을 주고받은 오랜 친구다. 지금 이란을 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선은 극도의 불안에 차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시선이 머무는 촛점은 이스라엘-이란의 전쟁 승패가 아니다. 오로지 그는 과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것인가, 결국 못할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을까. 그는 이 전쟁에 대한 백악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 타격에는 반드시 미국의 관여 또는 암묵적 동의가 필수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 핵을 때린다면 체제의 운명을 핵무장에 걸었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모종의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돌파구가 없다’라는 결론에 봉착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스라엘의 선택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미국의 생각이 중요하다. 미국은 지금 이스라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그렇다. 미국 민주당 정부의 무능함도 이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폭주를 방치하는 걸까? 본질은 그게 아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폭주를 말리면서 이란에게는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란이 쏜 미사일을 협력해 막아주기도 한다. 이것은 방관이 아니라 차도살인(借刀殺人)에 가깝다. 이란 핵시설 파괴는 미국의 과제이자 이스라엘의 숙원이다. 두 나라의 타깃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은 처음부터 이 전쟁의 현실적 목표였다. “하마스의 공습을 사전에 몰랐다”라는 모사드의 변명은 ‘감사 메시지’와 다를 게 하나 없다. 자국 내 우파가 강하게 원하고, 미국이 원하며, 또한 부정청탁 혐의 등 사법 처리 위기를 맞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운명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들로 이스라엘의 폭주는 거침이 없었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의 지도부 제거, 핵시설 파괴, 석유 시설 등 경제적 기반 붕괴가 목표라고 익명의 정보기관 고위층을 통해 공언했다. 보복 공격은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 중에서 가장 민감한 핵시설만 공격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만, 높진 않다고 보인다. 핵이든 유전 시설이든 이란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는 목표는 확실해 보인다. 결국 한 세대 뒤떨어진 이란의 방공망과 화력, 공군력으로는 이스라엘의 미사일이나 50대에 이르는 F-35 스텔스기 공격을 막지 못한다. 이란의 대량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을 작심한 이상 이란 치명적 공습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시간, 김정은 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거친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군사적 도발도 하나의 카드로 꺼내놓고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매우 위험한 카드라고 판단할 것이다. 또한 지난달 13일 김 위원장이 현지 시찰을 명분으로 영변 또는 평양 인근 강선단지로 추정되는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한 점도 새로운 핵 협상을 펼치기 위한 배수진의 포석일 수 있다. 뚜렷한 답이 나올 수 없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 시작된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신냉전 전체주의 라인의 전쟁 시나리오는 거의 패망 일보 직전에 다다랐다. 자유주의 진영에서 말하는 이른바 악의 동조(The Alliance of Evil)가 끝나가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고전, 중국의 경제 붕괴, 북한의 극한 고립, 이란의 패전 등이 동시적으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그 속에서 북한이 능동적으로 내놓을 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에 수백만 발의 포탄을 보낸 일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겐 경제적 후원자가 아쉽다. 북한에 배신감을 느낀 중국은 경제 하나 추스르기조차 어려운 위기 국면이다. 자국의 노숙자와 극빈층을 지원하지 못하는 중국이 북한을 돕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이 나아갈 진로가 보이지 않는 형세다. 휴전선을 봉쇄하고, 압록강 너머 중국과 척을 지고, 두만강 건너 러시아에 구애해 온 북한은 스스로 심각한 자폐증(自閉症)에 빠져드는 모양새와 다르지 않다.
한편 이번 국군의날 행사에서 현무-5와 F-35 스텔스기 등 핵심 타격자산을 전격 공개한 우리의 행보도 이러한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 “도발하면 정권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는 이유도 그것이다. 여기에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1가 등장한 것은 매우 노골적인 압박이다. 북한을 향한 이 메시지는 북한 유사시 중국을 향한 경고일 수 있다. 특히 이번 현무-5 미사일 실물 공개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러-우 전쟁이든 중동 전쟁이든 한 발을 뺀 채 한반도와 타이완 해협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 서울 방문이 잦은 모사드 간부들의 움직임과 함께 올해 6월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윤 대통령을 접견한 일도 눈에 띈다. 평소 극도로 신분과 동선을 숨기던 이들이 서울에서 보란 듯이 활동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민족사 절체절명의 기로 앞에 섰다. 정부는 대북 집중력의 게이지를 최고 단계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이다. 무너진 국정원의 핵심 기능을 복원하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 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철저히 봉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유리한 요소는 북한 내부의 정보 환경이다. 김정은 지도부뿐 아니라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실시간으로 한국 뉴스와 영상 콘텐츠가 전달되는 환경이다. 분명한 메시지를 통해 인식의 전쟁을 가속화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민족 역사에서 가장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봄은 빛으로부터 온다. 북한 체제가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힘이 강해진다. 강력한 힘의 압박과 함께 필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던지는 정보의 빛, 희망의 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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