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신구범' 같은 대통령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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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 신구범' 같은 대통령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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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권 후보자들은 기본소득이라는 말로 국민들에게 퍼주겠다는 공약을 앞세운다. 그러면서 자기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말은 없다. 결국 국민 혈세로 퍼주겠다는 말이다. 선거는 자기들이 하는데 왜 혈세 공약을 내세우는가. 국가 세금이 무슨 자기들 쌈지돈이란 말인가
신구범 전 제주지사

1. 신구범

올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았다. 게다가 가을 태풍 찬우가 지나가면서 제주도에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라산에는 5일 동안 1,2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에는 침수 피해가 있었지만, 제주도에 내리는 비는 축복에 가깝다. 제주도민인 나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를 볼 때마다 이렇게 감탄한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쏟아지는구나"

제주도에는 강과 호수가 없다. 내리는 비는 더러는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지만 더러는 지하로 침윤하여 암반 사이에 고이게 된다. 제주도는 이 지하수를 뽑아내어 생수로 만들어 판매한다. 이게 '제주삼다수'다.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삼림지대 지하 420m 화산암층에서 채취한 지하수를 원수로 사용한다. 화산암층은 50만 년 전에 생성되어 시루떡처럼 겹쳐있어서 지하로 침윤하는 빗물을 자동으로 정수하는 기능을 한다.

제주삼다수는 수질 면에서나 판매량에서, 그리고 브랜드 평판도에서도 독보적 국내 1위를 자랑한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물을 팔아먹었지만, 제주도는 지하수를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고갈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화수분의 지하수를. 제주도에는 심심하면 비가 내리고 지하수는 보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였을까, 봉이 김선달처럼 무궁무진한 빗물을 팔아먹을 궁리를 했던 사람은!

제주삼다수를 창조한 사람은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였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는 190년대 중반에 약 5년 동안 제29대와 31대 제주도지사를 역임했다. 신구범 지사는 언젠가 비행기를 탔다가 생수가 지급되는 것을 보고 생수를 만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하 수백m에서 지하수를 뽑아내려면 고급 장비가 필요했다. 다행히 제주도는 지하 수백m를 팔 수 있는 고성능 착정기 두 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것은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 농민들을 위해 농업용수 심층 굴착용으로 구입해 준 기계였다.

신구범은 지하수 외에 '바람'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하수나 바람이나 제주도에서는 쓸모없이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것들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를 파내어 제주도민들을 살찌울 생각을 하던 것처럼 신구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 발전까지 구상했다. 그러나 풍력 발전은 선거에서 패배하여 연임에 실패함으로서 신구범의 못다한 꿈이 되어버렸다.

2. 삼다수

1993년에 신구범이 제주도지사로 부임해 왔을 때 제주도에는 이미 생수업체가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소량의 지하수를 채취하여 자체 소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제주도가 생수를 생산한다는 것은 재벌기업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생수 공장을 만들겠다고 결정했을 때 비난 여론도 빗발쳤다. "도지사가 미쳤다고 물장사를 할 거냐" "지하수가 고갈되면 책임질 수 있나" 그러나 신구범은 굴복하지 않았다.

신구범은 여론과의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 당시는 중문관광단지 신라호텔에서 하루 1000톤 분량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신구범은 도민을 위해 하루 400톤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나, 제주도에서 생수를 관리하는 것이 지하수를 보존하는 길이다, 돈을 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하수를 보존하는 것이 큰 목표다. 이런 논리로 신구범은 반대 진영을 돌파했다.

신구범은 삼다수 공장을 설립하면서 도비 보조금 1원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민간 차입금만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제주개발특별법을 개정하여 제주도 지방개발공사가 아니면 생수 시판을 할 수 없게 조치했다. 지금도 삼다수 생산은 제주지방개발공사가 독점하고 있다. 지하수 자원의 보존과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책이었다.

1998년 3월 2일, 제주에서 최초로 생산된 삼다수가 제주항 동부두에서 선적되는 날이었다. 신구범 지사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회고하면서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제주삼다수가 대한민국 최고의 물이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1년 안에 빅3에 들어가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출시된 지 석달도 안 되서 대한민국 TOP이 되버린 거야"

제주삼다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중에 비싼 편에 속한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각종 생수 중에 삼다수가 저렴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은 집에 정수기를 두는 것보다 삼다수를 사 먹는 것을 선호한다.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는 비용보다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최고 품질의 생수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신구범이 제주도민들에게 내린 은총인 것이다.

신구범이 만들어낸 삼다수는 제주도의 영원한 지하자원이 되었다. 제주도의 삼다수는 중동의 석유보다 더욱 가치가 있다. 석유는 먹을 수 없지만, 삼다수는 먹을 수 있다. 석유는 언젠가 고갈되지만, 삼다수는 고갈되지 않는다. 석유는 없어도 인류는 생존할 수 있지만, 물이 없이는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이런 고부가 가치의 지하자원을 창조해 낸 사람이 바로 신구범이었다.

3. 지도자

제주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도를 보면 박정희가 생각나고, 시원한 삼다수를 들이킬 때면 신구범이 생각난다. 제주도는 원래 식수가 없는 동네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솟아나는 짠맛의 용천수나, 빗물을 받아 모은 봉천수를 식수로 사용했다. 5.16혁명이 일어나고 박정희가 제주도에 당도하기 전까지 제주도는 여전히 탐라국 시대와 같은 방법으로 식수를 마련하고 있었다.

박정희는 제주도의 식수를 마련하기 위하여 어승생 계곡에 댐을 구상했다. 메모지에 직접 댐의 개념도를 그리면서 공무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승생 수원지 공사는 1967년 4월 20일 기공식이 열렸고, 몇 번의 난관을 이겨내면서 1971년 12월 10일 준공되었다. 이로써 제주도민들은 비로소 수천 년 질곡의 '물의 노예'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어승생 수원지의 물은 지금까지 도민들에게 음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박정희가 등장한 지 한 세대 후에 신구범은 등장했다. 두 사람 모두 빗물에서 생명수를 만들어낸 능력자들이었다. 쓸모없는 무(無)에서 고품질의 유(有)를 창조해낸 불세출의 영웅들이었다. 이제 신구범이 등장한 지 한 세대가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신구범의 뒤를 이어줄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자들은 새로운 부를 창조하여 국민들을 살찌울 정책보다는 공짜 포플리즘으로 국민들의 비위 맞추기에만 전념하는 소인배들 뿐이었다.

요새 대권 후보자들은 기본소득이라는 말로 국민들에게 퍼주겠다는 공약을 앞세운다. 그러면서 자기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말은 없다. 결국 국민 혈세로 퍼주겠다는 말이다. 선거는 자기들이 하는데 왜 혈세 공약을 내세우는가. 국가 세금이 무슨 자기들 쌈지돈이란 말인가. 결국 바꿔 말하면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뜯어내겠다는 말이다. 국민들에게 세금을 뜯어내어 국민들에게 소득으로 돌려주겠다는 발상이 무슨 정책이라도 된단 말인가.

대권을 꿈꾸는 자들은 박정희와 신구범이 했던 가치 창출의 정책을 본받아보라. 이들이 만들었던 정책 하나가 영구적으로 국민들을 배부르게 하고 살찌게 하는 것처럼 그런 정책을 본받아보라. 어떤 후보자는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정체불명의 업자들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안겨주고 일부 금액을 얻어낸 것을 두고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하니, 어찌 이런 자에게 지도자의 자격이 있을 수 있는가.

'공익'이라 하면 제주도지사를 했던 신구범에게 한 수 배우라. 대권을 꿈꾸는 자들은 신구범이 만들었던 삼다수의 전설에 귀를 기울이라. 그가 한 세대 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삼다수가 지금 제주도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그 삼다수가 끊임없이 제주도민들에게 명예와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음을. 이 모든 것들은 한 사람의 확신과 용기에서 비롯되었음을. 눈치 보기와 포플리즘으로 대통령을 꿈꾸는 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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