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카론의 戀歌, 그리고 저승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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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카론의 戀歌, 그리고 저승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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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강을 건너 온 여자의 사랑 이야기

^^^ⓒ 뉴스타운 김동권^^^
작가 방영주 선생은 은둔형 작가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그는 등단하고 10년 동안 어디 모임 같은 곳에 전혀 나가지 않았다. 집에서 글만 써 온 사람이다.

10년이 지나자 조금씩 문단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는 얼굴을 알리기 보다 글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만큼 문학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작가이다.

덕분인지 한국비평문학회에서 주관하는 ‘2005년을 대표하는 문제 작가’에 선정 되기도 하였다. 이는 어떻게 보면 별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타인과 만나는 자체를 꺼려하는 그에게는, 의미 심장한 쾌거일 수도 있다. 독자들 대다수가 알고 있듯이, 요즘 상이라는 것이 아는 사람끼리,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던가.

방영주 선생은 우선 문체가 특별하다. 헤밍웨이의 하드 보일드체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헤밍웨이보다 더 간결하게 표현한다. 부사나 형용사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한다. 간결 정확하여 눈에 잡힐 듯이 묘사한다. 때문에 긴장감과 긴박감이 있다.

소설 중간 중간에 시한폭탄을 야적해 두어 독자들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단 첫 문장에 시선의 닻을 내리면 처음서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구성도 그렇다. 상상을 뒤엎는 사건들이 긴밀하게 꽉 짜여져 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독자가 마치 사건 현장 속을 헤엄치다 나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많은 습작을 한 흔적이 어디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문체와 구성의 힘을 바탕으로 쓴 작가 방영주의 작품은, 어느 것을 보아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그 주제 의식이 뚜렷하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 두 개의 이야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백설희는 ‘죽음의 강’을 건넌 여자이다. 그녀는 이승에 미련이 있어 구천을 맴돌고 있다. 그러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최면제를 데리고 저승에 안착한다. 아니 어쩌면, 최면제가 스스로 ‘죽음의 강’을 건넌 것인지도 모른다. 시공을 뛰어넘는 완벽한 사랑, 이것이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내용이다.

이일만은 국내 유수의 침대 회사 전무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최면제는 그의 회사에 근무하는 영업 부장이다. 이일만은 후배이면서 부하 직원인 최면제를 데리고 지리산 청학동에 간다. 그 이유는 최면제가 과거 그의 연인이었던 백설희의 혼령을 청학동에서 접한 후부터, 행동이 이상해져 가고 정신이나 육체가 형편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일만 역시 무속 가계의 한 사람으로서 혼귀에 괴롭힘을 많이 당했지만 종교(불교)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해 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일만의 악령을 퇴치하겠다는 의도에서이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전되고 만다. 최면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백설희의 세계로 가고 만 것이다. 그것도 혼령과의 섹스(영혼결혼)라는 한 의식을 통해서이다.

종국에 이일만은 오히려 최면제를 이해하고, 그의 유골함을 들고 청학동으로 간다. 이일만은 백설희의 유골을 뿌렸던 바위에 최면제의 그것을 뿌린다. 동시에 그들이 저승에서 억겁을 해로하기를 비는 것이다. 이것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즉 액자의 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최면제는 유랑 예인이었던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김암덕의 증손자이다. 그리고 그 맥을 이은 최치선의 손자이다. 또한 그의 고모는 한 시대를 풍미한 무당이다. 말하자면 그의 가계는 외세를 등에 업은 통치 계급으로부터 갖은 수모와 혐시를 당하면서도 우리의 전통을 굳건히 지켜 온 집안이다. 백설희네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그들은 조모를 근간으로 피가름을 한 사이이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 대에서 예인과 무속의 길은 단절된다. 그 이유는 그들 부모가 신분 상승을 위해 과거 집안과의 결별을 한 까닭에서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면제의 부친은 자신의 가계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다. 그로 인하여 최면제는 자신의 가계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성장한다.

그는 대학에 다니다 시간을 내어 ‘고모를 만나 보라’는 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신비의 섬 귀암도(龜岩島)에 간다. 최면제는 거기서 고모를 만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돌아온다. 다만 미친 척하는 고모로부터 ‘안성 청룡사에 가 증조모 바우덕이를 알아 보라’는 말만 듣고 귀경하게 되는 것이다.

그 얼마 후, 백설희는 그녀의 지도 교수로부터 살해를 당한다. 이때부터 최면제의 삶은 뒤죽박죽으로 얽혀 든다. 그는 대학을 중도에서 그만 둔다. 술로 세월을 탕진하던 그는, 선배인 이일만의 권유로 침대 회사의 영업 사원으로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한다.

그는 백설희를 잊기 위해 술과 계집질로 취생몽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월이 흐르면서 백설희가 더욱 못 견디게 그리운 때문이다. 그에는 최면제의 인형에 부적과 도끼를 꽂아 놓고 그가 죽기만을 기원하는 마녀 같은 아내와의 불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면제는 영업을 핑계로 거의 귀가를 하지 않고 전국을 떠돈다. 그러다 최면제는 휴가에 이어지는 출장에, 그 동안 의혹을 품었던 자신의 가계를 알아보겠다고 작정을 한다. 최면제는 안성 청룡사에 가 증조모와 조부에 대해서 듣게 되고, 귀암도에서 김성출로부터 자신과 백설희 집안에 대해서 확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랑 예인 집단의 생활, 그리고 무속과 남근 신앙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결과 최면제는 부친과는 달리 자신의 가계에 대해서 큰 감동과 자부심을 안고 청학동으로 향한다. 청학동 근처에 있는 콘도의 침대 계약을 위해서이다.

최면제는 백설희와의 추억을 반추하며, 특히 알프스 북벽을 탐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청학동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다 최면제는 ‘무엇’의 이끌림에 백설희의 유골을 뿌렸던 장소에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최면제는 백설희의 혼령과 함께 와, 여관에 드는 것이다. 여관에서 처음으로 그들은 몸을 섞게 된다. 이것이 액자의 본 내용을 이루는 이야기이다.

이상으로 "카론의 연가(戀歌), 그리고 저승에서 온 여자"의 줄거리를 대충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무속신앙, 남근신앙, 남사당패, 알프스 북벽 등반기 등이 절묘하게 배합된 품격 높은 본격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한여름밤 등골을 으스스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그 기저에 깔려 있어, 언뜻 괴담류로 오인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종교적, 철학적, 과학적 검증을 거쳐, 그러한 함정을 잘 극복하고 있다. 그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남녀간 애증의 갈등 등을 밀도 있게 표현하여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사라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이승과 저승을 뛰어 넘는 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독자의 가슴을 적신다. 한마디로 서늘한 이야기 속에 따뜻함이 가득한 소설이다.

특히 결말이 충격적이다. 작가 방영주는 단순한 호러물에서 벗어나 아니, 자칫 통속소설로 떨어지기 쉬운 소재를, 품격 높은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 방영주는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국민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월간문학>에 단편 '귀로(歸路)’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다,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냈다. 그 후, 학원장, 지역 신문 발행인, 정신병원 보호사 등의 여러 직종을 섭렵하며 '나(인간)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지금은 평택의 한 아파트에 칩거하며 소설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는 <한겨레문학>에 중편 '거북과 통나무’, 그리고 <시인과 육필시>에 연작시 '흰소를 찾아서’외 2편이 당선되기도 하였다. 소설집에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장편소설에 <무따래기>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그리고 저승에서 온 여자>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춘원 이광수> 등이 있으며,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이며 윤리위원이다. [도서출판 “마야” 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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