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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젊은이도, 어떤 사람도 자신이 꿈꿔 온 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더 빨리 더 이른 시기에 좌절해 보지 않는다면, 자신이 꿈꿔 온 대로의 삶에 더 가까운 삶조차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젊은이는 당당하게 외친다. “저는 아주 잠깐만 이런 모습으로 서 있을 겁니다. 분명히 전 달라질 수 있어요. 10년 후에, 20년 후에 뵙죠. 과연 그 때도 저를 지금처럼 쳐다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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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소박한 꿈을 키워가며, 그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밴드‘복스팝’의 이름으로 모였다. 그들의 꿈은 아주 단순하다. 바로 음악만 해서 먹고 사는 것. 그러나 이들의 잰 걸음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심심하면 나가는 전기가 연습의 흐름을 깨는 퀴퀴한 연습실, 밴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보컬의 부재, 자신들을 지원해 주지 못하는 가정환경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열악하기만 한 이들에게 ‘감동이 있는 오늘’은 어쩌면 지나친 사치다.
그렇기에 단지 ‘음악만 해서 먹고 사는 것’이 이들의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금만 먹어야 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그나마 그 현실을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아니 숨쉬고 살아가는 생물이라면 어느 것이나 다 가지고 있는 적응능력 때문이다. 밴드를 만들겠다고 처음으로 모였을 때 있을 수밖에 없는 서로에 대한 서먹함, 도대체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없는 냄새나는 공간, 더 이상은 늘 것 같지 않은 멤버들의 실력과 같은 문제들은 시간이 가면서, 발걸음을 반걸음씩이라도 떼면서 조금씩 익숙해진다.
그런 그들이 지금 그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내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몇 개월, 몇 주,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그저 거쳐 갈 뿐인 보컬 대신 혜성처럼 나타나 준 선아.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돈을 받을 수 있는’ 일. 그리고 리더인 준철이 치를 떨어가며 싫어하는 찜질방에서 발견한 ‘대박 오디션’의 기회. 그 외에도 그들에겐 2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러한 것들이 이들에게 그저 오래 전에,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주어진 것’이었다면 이들이 젊음과 열정을 발산할 수 있었을까? 그럴 이유는 있었을까?
‘더 나은 세상’ 대신 ‘감동이 있는 세상’을
우리는 내일을 모를뿐더러 안다손 쳐도 그 내일을 우리들의 의도대로만 움직여 낼 수는 없다. 일기예보는 알려준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속도를 수백분의 일로 단축시킨 산성비, 저녁도 아닌데 봄햇살을 양껏 가리고 있는 황사 따위를. 그러나 그저 알려 줄 뿐이다. 세계 70억 인구가 온 힘을 다해 심호흡을 한들, 또 온 입을 다 벌려 마셔버린다 한들 이것들은 우리의 의도대로 없애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은 어김없이 모두 다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건 바로 우리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힘을 얻을 ‘감동’이다. 자꾸만 좌절되는 목표, 세상의 비뚤어진 시선, 아쉽게 잃어버린 사랑이 있기에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랑, 처음 접해 보는 동경에 찬 눈빛, 대차게 솟아나는 꿈을 이룰 힘이 더욱 감동적일 수 있다. 때문에 더 감동하기 위해 더 좌절할 필요는 없지만 더 감동하기 위해 더 도전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아침을 위해 밤을 이겨내야 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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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은 희극 같은 비극이다. 인디밴드의 팍팍한 일상을 이처럼 진솔하면서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이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면 코믹함 안에 숨겨진 맵싸하고 씁쓸한 뒷맛이 강하게 남는다. 특히 밴드가 해체위기에 직면하는 부분에서 약속했던 100여분이 다 가는 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겐 일말의 허탈감이 목을 죈다. 그래도 그 허탈감 때문에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그 허탈감은 여명이 오기 전 칠흑같은 어둠, 그러니까 가슴 속 깊은 어딘가에 꾹 눌러 둔 열정을 일거에 발산할 수 있는 약 15분간의 라이브콘서트를 위한 일종의 연막이었으니까 말이다.
뮤지컬 내내 흐르는 음악의 가사와 대사를 통해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관객들이 그 열정을 발산할 차례. 중반까지만 보고 급한 약속이 있어 자리를 빠져 나간 사람들은 왜 나눠 주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야광막대’. 비극에 전혀 안 어울리는 이 ‘신기한 도구’가 사용되는 건 바로 이 때다. 이때를 즐기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미 꿈이 없거나, 꿈을 다 이루어 더 이상 꿀 꿈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뮤지컬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약간 덜 이해했거나 한 사람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세 가지의 종류에 해당한다고 해도 절망하긴 이르다. 꿈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가지면 되고, 착각은 바로잡으면 그만이고, 뮤지컬의 기획의도가 와 닿지 않는다면 두 번 세 번 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단, 지갑을 넉넉하게 만들고 나서 문제겠지만.
관객은 뜨거운 열정에 반응한다
이미 창작 뮤지컬 수작인 ‘밑바닥에서’를 만들어내 그 실력을 검증받은 박용전 감독이 ‘콘서트뮤지컬 오디션’의 음악감독과 제작일체를 책임졌다. 이번에도 그의 손에서 빚어진 아홉곡의 노래는 피아노연주를 맡은 정승란이 펼쳐낸 나머지 한곡과 조화를 이루며 뮤지컬 전체의 열기를 점점 데워나갔다.
여기에 ‘밑바닥에서’의 마지막 기수 배우들인 이승현, 윤석원, 강초롱, 백은혜가 같은 공연에서 기타연주를 맡았던 정찬희를 감싸안고, ‘2007 칠수와 만수’ 1기 ‘칠수’였던 박정환을 영입해 공연을 맛깔나게 요리했다. 그러고 보면 ‘오디션’팀 구성방식부터가 극 안에 있는 ‘복스팝’ 구성과 비슷해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곧바로 연기에 녹아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무대를 구성한 방식은 소극장의 여느 공연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대를 사용하는 기교다. 본 공연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작은 무대 안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보여 주기 위해 핀 조명과 구름다리 세트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센스를 보여 줬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말풍선을 연상케 하는 각각의 장면들은 관객이 스토리를 잠시 떠나 있다가도 돌아와야 될 때가 되면 금세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든 연출자와 연기자의 배려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데 모아 멋진 공연을 만들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던 건 바로 젊은이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열정, 꿈을 가진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낭만이다.
공연을 직접 본 관객들은 이런 연기자와 연출자의 노력을 감응하는 데 좀 더 적극적이다. 박재포(서울 등촌동)씨는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의 기본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보람(서울 돈암동)씨는 “‘마음 속으로 운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야 그런 느낌을 알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다시 와서 ‘그런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을 잃어가는 현대의 젊은이들의 열정에 한 심지 불꽃을 일으킬 콘서트뮤지컬 ‘오디션’은 다음 달 2일까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계속된다.
화,목,금 오후 8:00 / 수 오후 4:00, 8:00 / 토 오후 4:00, 7:30 / 일,공휴일 오후 3:00, 6:30 / 월요일 공연 없음 / 예매 문의 1544-1555 / 공연문의 02-765-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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