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내가 지금 중계동 '이랜드 홈에버' 1층 00화장품 점포에서 저녁 7시에서 밤 11시 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비정규 직원이므로 4대 보험에 가입하기란 엄두를 못 낸다. 아니 점포사장이 그간의 직원을 쓰던 방법을 터득해 알바로 책정해 교묘하게 빼낸 것이 맞다. 그 주변은 이런 사례들이 많다. '홈에버측과 계약한 개인점포' 의 장기 근무자로, 알바비 받는 불안한 직원이란 묘한상황에서 결국은 이래저래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셈이다.
그나마 아내는 얼마 전까지는 오후 1시에서 밤11시까지 근무시간으로 명분상 직원 대우로 월 1백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도 비정규직 평균120만원에도 모자라고 4대 보험은 더더욱 없었다. 이런 개인점포 사장밑에서 일하던 직원이 만약 아파서 쓰러지면 구급차가 와 실어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내는 "그 동안에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 했었다." 고 전한다. 홈에버에 물건을 사러간 나도 그 광경을 보았다.
그런 가운데 석달 전 무슨 일인지 화장품사장이 젊은 여점원을 낮 근무로 모두 맡겨 버렸다. 그리고 아내는 밀려나고 졸지에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할당받고 월급도 40만원으로 대폭 줄어 들었다.
이 때문에 아내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힘겨운 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아내에게 당시에 나는 "당장 그 일을 그만 둬라. 나 혼자 벌어둬 된다. 주부 직원이라고 잘해도 인정 안해주는 것 뭐하는가. 차라리 이 기회에 취미생활이나 학업을 더 생각해 봐라" 고 화가나서 내뱉었다.
그랬더니 아내는 내 말이 가슴이 더 아프다며 나에 대한 서운함을 함께 드러냈다. 이로인해 아내로부터 받은 푸념, 간접적인 시달림, 고통 등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다툴가 봐 아내의 까칠해져 가는 모습에도 내 직장 다니기도 피곤하고 힘들다는 핑계로 그 후부터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석달이 흐른 지금도 아내는 포기상태로 화장품 매장에서의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꾸역꾸역 하루 하루를 버텨오고 있다. 그 모습을 곁에서 가만히 지켜 보는 나로서는 답답 하기만 했다.
4대 보험 없는 비정규직 장기 알바로 뽑아 야간근무 시키며 급여는 '40만원'
화장품 매장은 특성상 손님은 여성들이 주류이며, 주변에 종사하는 직원들 또한 아내 또래의 여성들이 대다수로 채워져 있다. 그 중 아내가 받는 첫번째 스트레스는 낮 근무를 전담한 서른 중반의 동료 여직원으로 부터 받는 일이다.
그녀는 약간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자신의 실속은 다 챙기는 사람이다. 사장이 없을 땐 자기가 주인 행세하며 샘플 화장품을 이곳저곳 선심 쓰듯 하며 주변을 매수하는 처세가 아주 능한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간의 사회 경험이 없었던 아내는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자신보다 어린 그녀를 당해 낼 재주가 없어 보였다.
특히 그녀는 타인의 사생활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없이 3자에게 폭로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사사로운 험담으로 점포 직원간 마찰을 일으키게 만드는 못된 습관이 베어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같은 여자로서 아내도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게 할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 들려주는 그녀의 행실은 반복 될수록 나중엔 아내를 조금이 나마 위로해야 할 나조차 짜증이 났다.
그 다음이 사장부부. 이들은 홈에버 내부의 임대 및 수수료 점포를 비롯해 서울시내 여러 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그 중에는 일종의 '행사 점포' 란 것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일정 시간을 가지고 운영하는게 아닌 변칙적인 방법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동하는 점포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은 더 필요로 하고, 만약 그 행사 매대의 손이 달리게 되면 급조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여자사장은 아내에게 '그곳에 가서 일을 더 해라' 는 식으로 자주 옥죄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알바비를 더 쳐서 주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사장부부는 화장실 갈 시간조차 안주며 눈치주고 밤 '매출' 강요
-회식자리 노래방서 남자동료는 '성희롱' 하는데 '수수방관' 하고
그러던 어느날. 회식시켜 준다고 남자사장이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식사를 했다. 그리고 2차는 노래방. 잘 아다시피 노래방이란 곳이 어떤가? 지하에 위치한데다 축축하고 음습한 곳에 남녀가 여럿 들어가니 그건 안 봐도 비디오다. 그 장소에는 때마침 동석한 행사매대 직원으로 30대 후반의 아내 또래인 손이 무척 거친 남자도 있었다.
노래방에서 그 남직원은 여럿의 분위기를 맞추고 서있는 아내 곁에 다가와 몸을 부벼대며 심지어 엉덩이를 만져댔다. 영낙없는 '유부녀에 대한 성희롱' 이었다. 아내가 질겁을 했음은 당연하다. 더 나쁜건 그 광경을 본 사장부부가 아무런 제지를 않았다는 것. 그런 상황인데도 여직원인 아내에게 수치심이 들게 만들고 수수방관 했다.
그런 날을 참으며 아내는 한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는 요량으로 알바도 아닌 정규직도 아닌, 불투명한 점포에서 몇 달을 죽을 맛으로 벼텼다. 그러나 이런 직원의 고충은 무시하고 사장부부는 어떻게 하면 돈을 안쓰고 더 부려 먹을까를 연구 했으며, 매출 부진과 빠져나가는 인건비를 핑계로 급기야 아내의 근무시간을 줄여 버리기까지 했다. 도가 지나쳐 악랄하기 짝이 없었다. 아내는 뒤에 "여사장은 화장실 조차 맘대로 못가게 눈치 줄 정도로 독종이고, 남사장은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형국으로 부부가 아주 똑같아 보였다." 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목요일 낮.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아내에게 남자사장이 갑자기 핸드폰을 걸어왔다. 이유는 불광동에 있는 마트에 '행사 매대' 가 있는데 아르바이트 비용을 더 쳐줄테니 그리 가서 근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매장에서 뻣뻣하고 함부로 대하던 그 사장. 이날은 뭐가 급한지 아내에게 읍소하는 태도로 핸드폰을 연신 걸어 간곡한 부탁을 했다. 그래서 아내는 직장 상사 이므로 승낙하기로 하고, 결국 내키지도 않지만 현장을 함께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6월 29일 금요일 오후 4시. 우리가 사는 아파트로 아내를 태우기 위해 남자 사장이 일찍 직접 차를 몰고 왔다. 아내는 부리나케 옷을 갈아 뛰쳐 나갔고, 불광동의 점포로 사장과 함께 달려갔다. 출발점인 중계동은 서울 하고도 동쪽 끝이고, 목적지인 불광동은 서쪽의 끝과 마찬 가지이므로 가는 길이 상당 시간 걸린 건 당연했다. 게다가 길은 여러번 돌아야 했고, 좁은 차안에 남녀가 함게 타고 있으니, 갇힌 듯한 아내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남자사장이 차안에서 시시콜콜 얘기를 건네는 것조차 정신적으로 괴로웠다. 그래도 매장의 상사 이기에 겸손하게 질문에 답했고, 늘 변함없던 자세로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사장과 함께 불광동에 가서 하루를 근무하고 돌아온 아내였다. 하지만 그날 새벽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거리가 멀어 힘들기도 했지만 여성으로서 외간 남자와 함께 단둘이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정신적인 힘듦이 무엇보다 감당키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
-여성인 아내 혼자 차에 태워다니며 시시콜콜 '정신적 압박' 가하고.
-저녁 굶기며 잡일 시키고...급기야 식당에서 '술' 먹이며' 강권 하고.
게다가 그곳에서 아내가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이가 아는 체를 하며 사장과 둘만 있으니 이상한 눈으로 보는것 같아 그 부분마저 힘들게 느껴졌다" 고 한다. . 이런 힘든 시간은 하루로 그친게 아니다. 그 뒷날에도 이어져 남자사장은 급기야 자신의 물건을 쌓아둔 사무실까지 아내를 데리고 가 저녁 식사 마져 거르게 만들고 온갖 잡일을 시켰다. 또 남사장과 함께 있으니 여사장이 확인 전화하는 등 중간에서 이유없이 아내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마지 못해 밥을 사주며 남자 사장은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냐?" "나 만큼 잘 생겼냐?" 며 정신적인 압박을 가했고 "술을 왜 안 먹는냐?" 며 술도 못먹는 아내를 연신 괴롭혔다. 게다가 틈나면 쓸데 없는 말을 걸거나 은근히 자기과시에 열을 올렸다.
토요일 새벽 집에 돌아온 아내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을때는 정말 부아가 치밀고 어찌나 화가 나는지 지난번의 '아내의 노래방 성희롱 사건' 과 겹쳐 한동안 부들부들 떨려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사장부부에게 항의하고 싶었다.
"왜 그런 일을 하느냐? 왜 우리가 그런 못된 장사꾼 부부한테 무시 당하고 굴욕적으로 살아야 하나. 내가 이 정도 벌어도 두 식구가 충분히 사는데. 아무리 '가난뱅이 기자'지만 그래도 당신을 열심히 먹여 살리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이런 말이 목으로 차 오르며 울화도 치밀었다. 그러나 워낙 일을 고집하는 아내에게 자칫 말을 잘못 건넸다가 지난번 처럼 부부싸움이 벌어 질까봐 속을 끓이며 참기만 했다.
그런데 세상은 참 좁다. 우리 집안에는 나와 동갑이자 고종사촌으로 서울시의원이자 교육위원이 한 사람 있다. 물론 내 사촌은 자기 삶이 있고, 나 역시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 현재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촌과 난 촌수가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서로 바쁘게 살면서 별로 만날 일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민폐를 안끼치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자' 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직접 그를 안 만나기에 시민들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다만 가끔씩 언론을 통해 비쳐진 사촌의 좋은 업적을 대할 때면 " 아! 열심히 시민들을 위해 살고 있구나 " 하는 정도로 느낄 뿐이었다.
그런데 7월1일. 불광동에서 일을 마친 아내가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사장의 얘기를 듣던 아내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으시대며 자기자랑 일삼던 男사장, 집안 내막 알자 표정 바뀌며 '돌변'
사장은 중계동 아파트에 바라다 주면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랑을 연신 쏟아냈다. 그러면서 또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냐?" 고 캐물으며 낯익은 중계동 아파트를 보았는지 "내가 지난 번에 이 근처에 교육센터을 짓는 공사를 따 냈는데 아무개 시의원의 도움이 아주 컸다. 그 사람을 내 동생으로 삼았는데 나를 잘따른다. 그렇지 않으면 그 건물은 못 지었다" 며 한껏 으시대는 것이었다.
그 말을 차안에서 듣던 아내는 순간 놀랐다. " 아니 어떻게 사장님이 우리 아주버님을 아시나요? " 하며 " 저희 남편은 언론인 이에요" 라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사장의 표정이 무척 놀라더니 곧 일그러 지더란다. 결국 꼬치꼬치 캐 묻던 그 사람이 우리 사정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튼 우리집안 사정을 남자사장이 알았다고 직원인 내 아내에게 대하는 자세가 하루 아침에 뒤 바뀔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아내로부터 전해 들은 나로서는 고소를 금치 못했다.
"사람은 미래에 어떤 상황에 처해질지 모르는데, 천박한 자본가 직위로 거들먹거리고, 남용하면서 자기 직원을 맘대로 주무르며 세상 얍잡아 보다간 언젠가 진실과 정의앞에 반드시 무룹 끓을 날 있으리라... "
그 남자 사장. 아니 사장부부가 매장에서 아내에게 대하는 태도는 앞으로도 더 지켜 봐야 할 듯 하다. 비정규직으로 들어간 내 아내가 그동안 겪어야 했던 설움. 사실 일은 아내가 싹싹하고 명랑해 매출 실적도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뛰어난 언변과 진실성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도 사장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내 보다 젊어서, 강직해 처세술이 없어서, 동료 직원에게 밀려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남자 동료로부터 당하는 성희롱. 게다가 아내는 개인점포 직원 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전체 마감때 케셔일까지 맡아 내 몰리기 까지 하고 있다. 그 많던 비정규직 캐셔가 며칠사이 1층에 단 한명만 남기고 해고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사장의 점포 외에도 무임금에 이런 일들을 계속 한다면 직원인 아내는 약자로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력하게 감당해야 할 요소들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랜드의 간접고용은 이같이 소사장을 통한 아내와 같은 노동자를 이용하는 고용 형태를 취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개인적으로는 상사인 사장에게 쥐꼬리 만한 급여를 받으며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동료에게는 성희롱 당하고, 나아가서는 비정규직을 짤라낸 회사로 부터 모든 잡일까지 강요받는 등 온갖 설움을 다 겪게 만든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한 시점에서 ‘간접고용 확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따라 노동계는" 여성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간접고용 증가는 열악한 임금, 노동권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비정규직법의 규제·부담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이를 교묘하게 악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접고용의 폐해를 막을 마땅한 법이나 제도가 전무한게 지금의 현실이다.
-홈에버 전체매장 '비정규직 캐셔 대량 해고'...사측이 사용자측에 요구해 고용자를 대신케 해
이와 맞물려 이랜드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뉴코아 캐셔(계산원)직의 용역전환과 홈에버의 선별적인 정규직 전환과 맞물려 '회사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악용해 비정규직을 집단해고 했다' 며 홈에버 월드컵몰 점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간접고용의 문제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중간착취로 인한 임금 저하, 노동조건 악화, 노동 3권 무력화 등이 그것. 우선 사용자측이 일을 외주 · 용역화할 때 용역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임금이 삭감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외주·용역 노동자들은 임금이 낮다.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노동강도도 문제다. 아내의 사례처럼 2년이 될 무렵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선별해 기용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이나 소사장인 화장품 사장의 행태도 현재로선 불안하다.
이런 일들은 비단 아내만 겪는 일은 아닐 터. 이와 유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랜드 비정규직 외에도 파 헤친다면 전국적으로 곳곳에 많을 것이다. 이땅의 비정규직 근무자 577만 명은 이렇게 미래가 불안하고, 더러는 거리에서 사측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아픔은 고스란히 나에게 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아내를 통해 느끼는 가족으로서 마음도 착잡하고 너무 서글프다. 곁에서 지켜 보는 못난 남편을 둔 아내에게 가장으로서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비정규직에 종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주부를 포함한 모든 분들 정말 힘들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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