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하자 6.25, 몰아내자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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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하자 6.25, 몰아내자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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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시청앞 ‘반핵반김 한미동맹 강화 6.25’ 국민대회 열려

^^^▲ “상기하자 6.25, 몰아내자 김정일”21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가 주최하는 집회가 열렸다. 슬로건을 적은 큰 글씨가 집회장을 압도하고 있다.
ⓒ 뉴스타운 김성곤 기자^^^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청 앞 광장엔 고령의 노인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바닥엔 신문을 한 장 깔고 신발도 벗고 상의 단추도 하나 풀고, 종이모자 한 장으로 더위를 막고 있었다. 그들의 양손에는 종이로 만든 두 나라의 국기가 쥐어져 있었다. 한 손엔 태극기가 다른 손엔 성조기가. 이날은 연단에 선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주기적으로 손에 든 두 국기가 종이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더운 오후였다.

주말인 21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는 “상기하자 6.25, 몰아내자 김정일”이라는 주장을 내걸고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가 주최하는 집회가 있었다.

공중엔 유엔기, 성조기, 태극기 걸려
“한미동맹 강화하여 국가 안보를 지키자”

70여만 명이 모일 것이라는 주최측의 사전 집계와는 달리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우는 데 그친 이날 집회는 크고 굵직한 글씨체로 만들어진 플래카드가 연단 배경과 대오의 주위에서 집회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상기하자 6.25, 몰아내자 김정일’ ,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

^^^▲ 공중에 걸린 유엔기와 성조기, 태극기, 이날 집회는 한미동맹 강화를 외쳤다.
ⓒ 김성곤 기자^^^


공중엔 유엔기와 성조기와 태극기가 두 개의 애드벌룬에 달려 나란히 달려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이날 햇살 또한 강렬하여 고개를 들어 이것을 보기란 노인들에겐 힘겨워보였다. 연단에 선 사회자는 “한미동맹 강화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자”고 외쳤다.

서해교전에서 죽은 장병 애도
“여중생 죽음엔 난리 치고 장병의 죽음엔 가만있냐”

무대의 왼편에는 서해교전 전사자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분향소에는 애도를 뜻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 분향소 위쪽으로 마련된 대형 TV에서는 1년 전 서해교전 당시 죽음을 맞이한 장병들의 사진이 흘러나왔고, 곧이어 연단에서는 죽음을 당한 장병의 아버지가 나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였다.

이 아버지의 연설이 끝나자 사회자는 “동맹국의 군인들이 실수로 죽인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서는 난리를 치고, 북한에 의해서 죽은 장병에 대해서는 왜 가만있냐”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한일월드컵 응원구호 ‘대~한민국’을 외쳤고 참가자들은 이 구호를 따라했다. 노인들도 이 구호를 좋아했다.

인공기, 김정일 사진 화염식 진행

갑자기 사진기자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무언가 불에 타고 있었다. 김정일의 사진이 타고 있었다. 해병대 옷을 차려 입은 노인들은 김정일의 두 눈과 코와 입에 먼저 구멍을 냈다. 그리곤 신문지에 불을 붙여 사진 전부를 태웠다.

^^^▲ 인공기와 김정일 화염식. 이날 집회는 반김정일 반핵이 주조를 이루었다.
ⓒ 김성곤 기자^^^


곧이어 그들은 준비된 인공기를 펼쳤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생각만큼 불이 잘 붙지 않았다. 해병대 복장의 한 노인은 “왜 이렇게 불이 안 붙냐”고 불평을 토했다. 그 순간 소화기를 든 전경들이 들이 쳤다. 얼마 전 정부는 집회에서 특정 상징물을 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날 집회 또한 여느 집회와 다름없이 중간중간엔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는 ‘애국가’를 비롯하여 ‘용진가’, ‘전우야 잘자라’ 등 군가들이 자주 불려졌다. 노인들은 이 노래를 아주 잘 따라 불렀다.

유인물 “수원부근 땅굴 발견했다”
“통일하자, 노무현 정부 각성하라”는 반미주의자들과 같아

손바닥만한 유인물을 주웠다. ‘수원부근에서 남침땅굴 발견’이라고 큰 글씨로 써 있었다. ‘최근 화성군 비봉면에서도 땅굴작업소리와 땅이 함몰’이라고 구체적으로 써 있었다. 그리고 아무 내용도 써 있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이 유인물에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한 출처도 적혀 있었다. WWW.ddanggul.org.

그리고 이 유인물의 뒷면엔 ‘때려잡자 김정일’,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 ‘이룩하자 남북통일’, ‘공산당 합법화하는 노무현 정부 각성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동맹강화를 주장하는 이들이나 남북을 통일하자는 것과 노무현 정부는 각성하라는 주장은 다르지 않았다.

“요즘 신문 보면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아들을 봐도 못 마땅”
“6.25를 경험하지 않아서”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생각과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향군인회 엽서를 받고 이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는 71세의 재향군인회 참전용사는 “요즘 신문을 보면 우리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아들을 봐도 못마땅하다”며 “6.25를 경험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군인출신의 남편을 따라 참석하게 되었다는 61세의 참가자는 “나라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으로 나왔을 뿐”이라며 간단히 참가이유를 밝혔다.

직장이 재향군인회인 36살의 참가자는 “동료들이 함께 가자고 해서 왔다. 내용은 잘 모르겠다”며 “나는 머리 수 채우러 왔다”고 말했다.

재대한 지 1년이 되었다는 24세의 참가자는 “재향군인회 회원인 아버지가 오지 못해 대신 왔다”며 “이 자리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면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젊은 층은 반미정서가 더 깊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반미 하는 친구들, 정작 자신은 군대가기 싫어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날이 지는 저녁 7시 즈음에는 주위의 건물들이 광장에 그늘을 만들었다. 빌딩들 사이로 바람도 불어왔다. 공중에 걸린 애드벌룬과 유엔기, 성조기, 태극기는 바람에 날렸다. 이 바람을 타고 광화문 방향에선 노래 ‘아침이슬’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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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환 2003-06-22 01:01:08
서해교전에서 죽은 장병 애도
“여중생 죽음엔 난리 치고 장병의 죽음엔 가만있냐”

가만있다니..우익분들 정말 웃기네요.. 현충일은 그냥 노는날입니까?...폼으로 있는 국공일이냐고요...그런 것도 생각안해보고...오히려 난리치는 분들이 코미디하는군요 슬레스틱...ㅋㅋㅋ

쯧쯧 2003-06-22 17:38:30
밑에 계신 이성환 님, 요즘 현충일에 태극기 거는 집들이 얼마나 되나요? 이런 것은 생각해 보셨나요?

이성환 2003-06-23 00:20:48
그렇죠 그런 국경일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무슨 할 말들이 많은 건지요..흠.....태극기요?...현충일 뿐만 아니고 다른 국경일에도 잘 안달던데...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집집마다 태극기 달고 이러는거 권위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행위 아닐까 감히 말씀드립니다...구지 나쁘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 태극기의 쓰임이 과거와는 많이 변했잖습니까..월드컵때 보면 태극기로 옷도 만들고..이런거 예전에는 감히(?)상상이나 했겠습니까?...따라서 저의 생각은 이제는 현충일 같은 날에 구지 태극기를 계양해서 나라를 위해 몸바쳐 가신 순국선열을 상기한다는 발상보다 각자 개개인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징적이고 별 의미없는 짓은 안해도 되지 않을까요?...저만의 생각이었습니다

키드 2003-06-23 13:42:09
그 깃발의 의미는 죽은이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입니다. 권위주의? 무조건 권위주의라고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작용해서 권위주의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국가와 민족이란 이름으로 온당한 주장을 묵살하고 억압할 때야 권위를 빌어 일을 처리하는 것이니 권위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소속감을 뜻하는 국기 자체가 권위주의는 아닌 것입니다. 현재 권위주의 운운하는 이야기는 단지 국가 정체성 말살을 꾀하는 운동권들의 옛날 방식(대게 북한 지령 받던 시절...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이 다시 부활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요새 자신들의 이야기가 많이 받아들여지니깐 그런 것도 이야기 하는군요. 권위주의? 다른건 몰라도 그건 아니올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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