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오늘의 작가상>/권기태의 장편“파라다이스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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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오늘의 작가상>/권기태의 장편“파라다이스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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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소유권 찬탈에 휘말린 평범한 회사원을 둘러싼 숨 가쁜 스토리

계간 "세계의 문학”이 공모한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권기태의 장편“파라다이스 가든”은 대기업의 소유권 찬탈을 둘러 싼 유혈극에 휘말린 평범한 회사원의 숨가쁜 탈주의 여로 끝에 발견한 작고 소중한 낙원 이야기이다.

분량만큼이나 방대한 규모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 라인으로 소설은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독자들을 사정없이 몰아친다. 이 작품은 낙원과 낙원의 충돌을 통해 서로 다른 낙원을 가진 인간의 자율성과 다원주의 문제를 넘치는 에너지로 거침없이 묘사한다.

주인공 김범오를 비롯해 원직수, 이명자, 강세연, 서병로, 김성효 등 주요 인물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세계를 꿈꾸며, 그 세계를 성취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그러나 투쟁은 상처와 자멸,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법. “잠자리의 눈은 홑눈이 수천 개 모인 겹눈이다. 세상은 모자이크처럼 쪼개져서 인지된다.

새가 도약하고, 잎사귀가 떨리고, 거미줄이 흔들리고, 빗방울이 떨어질 때, 그 모든 움직임은 잠자리가 가진 수천 개의 화면 속에 크게 과장돼 비춰진다. 잠자리는 자그마한 자기 행동반경에서 고작 열흘 안팎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겹눈의 과장’을 통해 희로애락의 각 극점(極點)들을 다 맛보다가 숨지게 된다는 김범오의 깨달음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저마다 보는 눈이 다르기에, 지상의 낙원 역시 하나가 아니며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율성을 가진 인간 개개인의 홀로 서기에 다름 아니다.

또한 “파라다이스 가든”은 유토피아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유토피아인 도화원을 경험하고 온 어부 황도진이 그곳의 입구를 다시 찾지 못한 이유는 그가 큰돈과 논밭을 주겠다는 사람들의 유혹에 빠져 그곳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도화원과의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유토피아로 상징되는 수목원을 파괴하려는 자본주의의 축으로 성림건설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유토피아를 알아볼 능력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왜소하고 물질화된 행복 지수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 김범오의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과 세계의 탄생, 그리고 낙원의 도래로 한발 전진해 나아간다. 어쩌면 김범오야말로 우리 시대 최후의 진정한 영웅인지도 모른다. “파라다이스 가든”은 그 폭발적 에너지와 폭풍 같은 힘으로 2006년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형을 열었다.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김화영 교수는 심사평에서 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은 그 물리적 부피가 우리를 압도한다. 이 긴 소설을 한번 눈앞에 펼쳐놓고 나니 문장과 문장이 서로 꼬리를 물고 미끄러지면서 그만, 쉬지 않고 그 기나긴 강의 끝에 이르고 말았다. 이 작품에는 오늘의 소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힘󰡑이 있다. 그 힘이 강한 추진력이 되어 소설로부터 달아나고 있는 독자들을 붙잡아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고,

성석제 소설가는 “수백 가지의 정보와 지식, 나사와 부품, 꽃잎과 새소리를 장편소설이라는 잡(雜)의 만화경에 아무렇지도 않게 꾸려 넣는 대범함이 남다르다. 발로 뛰고 손으로 조립하면서 흘렸을 땀 냄새가 있다.”고 평했으며,

문학평론가 김미현 교수는 “유토피아를 알아볼 능력조차 상실한 현대인들의 왜소하고 물질화된 행복 지수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유토피아에 대한 추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실패만큼 앞으로 나아간 것이기 때문이란 전언은 감동적이다. 회색빛의 디스토피아 소설에 시달리면서 꿈꿀 자유조차 박탈당했던 독자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초록빛 유토피아 본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라고 심사소감에서 밝혔다.

권 작가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으며, 지난해부터 틈틈이 써 오다가 올해 초 마무리 했다며,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월간 여성동아 인터뷰에서 밝혔다.

수상작가 권기태는 1966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입대 전에 응모한 소설로 군 복무 중 대학문학상을 받았으며, 기자로 근무하던 2000년에는“이우‘라는 필명으로 한 문학계간지에 단편소설이 가작으로 뽑혔지만 수상을 거부한 적이 있고, 1992년부터 2006년 4월까지 <동아일보>기자로 일했다. 제1회 임승준 자유언론상 문학 저널리즘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번에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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